지난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 4년제 대학 163곳의 대학 입학정원 감축 및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면접평가가 일단락되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에 따르면 이 평가 결과에 따라 하위 등급의 대학들은 강제적인 입학정원 감축뿐만 아니라 퇴출도 감수해야 한다. 이와 같이 정부의 주요 평가는 각종 재정지원이나 기관인증과 같이 대학의 질적 수준을 판단한다는 명목아래 직·간접 규제의 보편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소위 조·중·동을 비롯해 여타 언론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각종 평가는 동문의식 과잉의 우리 사회에 흥미로운 이야기 소재와 대학 광고 유치의 지렛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대학이 평가나 개혁의 대상으로나 단순한 이야깃거리로 전락한 이유는 대학이 외부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대해 대학 스스로가 안주하였던 것 때문은 아닌지에 대한 자성이 우선 필요하다. 5포세대 7포세대로 대변되는 현재 젊은이들의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고등교육의 보편화 시대인 오늘 대학이 오히려 무용한 것이 아니냐는 사회적인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구체제식 교육의 변화가 모든 사회변화에서 그 속도가 가장 늦어 사회 발전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앨빈 토플러의 지적을 대학은 귀담아 들어야만 한다. 미래에 대해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현재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부조리함을 단지 사회 변화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 때문으로만 치부한다면, 대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그리고 이를 수용하는 사회에 사회진출과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단계로서의 대학의 존재 의미가 과연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자기 성찰이 기반이 될 수 있다면, 대학 스스로가 정부와 언론에 단호히 대학평가의 역할 재정의를 요구하여야 한다.
  평가의 기본 전제는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의 신뢰이다. 신뢰의 바탕은 가치관의 공유와 공유된 가치관에 따른 일관성이 있는 약속의 실행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사회에서의 대학의 존재 목적과 이에 따른 평가 방법에 대한 가치관의 사회적 공유가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의 대학의 존재 의의에 대한 의견들이 공론의 장으로 꺼내어져 대학의 서로 다른 이해당사자 간의 소통이 활발해져야 한다. 우리는 이 기본에 시간을 쏟는 것을 너무 아깝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조금 느리더라도 바른 방향으로 가기를 선택하기 보다는 틀린 방향으로 빠르게 왔다갔다 하기를 반복하여서 모두 지치고 왜 평가를 받는지를 잊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대학평가가 정권의 정책변화에 따라 그리고 언론의 기호에 따라 그 내용과 지표가 이리 저리 흔들려서는 대학이 자원을 낭비하고 대학 전체의 피로도가 상승하기만 할 뿐 정작 교육의 질이나 경쟁력이 좀체 향상되지 않는 작금의 결과를 낳을 뿐이다. 
  정부는 우선 대학이 각각의 발전 목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사회적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정부는 이러한 가이드 라인을 만들기 보다는 정부 정책을 정해두고 대학의 움직임을 상당히 제한하거나 표준화·획일화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수많은 대학이 교육·연구·산학협력 분야 전분야에서 재정지원을 받는 것이다. 백화점식 대학을 지양한다는 정부의 정책은 이 지점에서 공허할 뿐이다. 따라서 정부는 대학들의 자기발전 목표에 따라 대학이 마땅히 스스로의 특성을 선택하게 하고, 이를 근거로 자원을 분야별로 배타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지식경제사회의 교육 체제 도입을 위해 과거의 발전국가적 선도와 규제의 국가 엘리트 의식을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이다.
  언론은 이에 따른 대학의 역할과 사회적 기대에 대한 의사소통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공유된 가치에 기반하여 대학의 발전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면서 우수 사례의 공유와 확산이라는 언론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장점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언론의 상업화로  대학평가를 정보수요자의 알권리라는 이름 아래 기사거리나 광고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대학평가의 본질에 대한 언론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평가의 전성시대이다. 평가의 주체가 대외적으로는 정부와 언론·기업, 대내적으로는 대학 본부·단과대학·학과와 교원·학생 가릴 것 없이 전체에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인에 의한 만인의 평가이면서, 평가의, 평가에 의한, 평가를 위한 평가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로 인해 누가 누구를 평가하는지 평가 본연의 목적이나 그 동기는 점차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오직 평가 결과 그 자체에만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오히려 대학평가에 대해 어느 누구도 승복하지 못하는 평가 불신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평가과잉의 시점에 오히려 대학평가의 본질을 돌이켜 보아야 평가로 인한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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