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 넘치는 번지점프를 통해 자유를 느끼다!

첨엔 너무나 두려워 눈을 뜰 수가 없었어
아주 조금씩 눈을 씻고 저 하늘을 바라보면
시원한 바람 더 높을 수 도 없을 것만 같은 하늘
아주 천천히 그대를 하늘 구름위에 맡겨봐요

- 성호 「번지점프」 노래 가사 중 -

▲ 율동공원 번지점프대에서 기자가 번지점프를 하고 있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소망은 오랜 시간 인간의 꿈이었다. 날개가 없는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을 통해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발명했고 덕분에 24시간이면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비행기를 통해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인간은 이에 만족하지 못했고 자신이 ‘직접’ 하늘을 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번지점프나 패러글라이딩과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가 바로 그것이다. 어린 시절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며 언젠가는 하늘을 날아보고 싶은 상상을 했던 기자.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오랜 고심 끝에 번지점프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번지점프 그까짓 거!

번지점프는 남태평양 펜테코스트 섬의 원주민들이 성인이 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봄에 치르는 의식에서 유래됐다. 나무줄기만을 몸에 묶고 뛰어내려야 하는 이 성인식을 치르는 것에는 생사가 달려있어 이 의식을 치른 이후에만 어른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지만 여전히 겁이 많은 기자는 이번 기회에 번지점프에 성공함으로써 진정한 성인으로 거듭나고자 마음을 먹었다.
기자가 번지점프를 도전하기 위한 장소로 선정한 곳은 바로 분당 서현역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분당 율동공원(아래 율동공원). 율동공원은 다른 번지점프 장소와 비교하면 서울에서 가깝고 지하철 분당선을 이용해 쉽게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다른 번지점프장들이 멀어 번지점프를 시도하기 망설였다면 율동공원에서 번지점프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했던 지난 21일, 기자는 번지점프를 하기 위해 율동공원 번지점프대를 방문했다. 오후 1시쯤 여유롭게 율동공원에 도착했으나 주말을 맞이해 번지점프를 하러 온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기자는 그날의 마지막 순서로 번지점프를 할 기회를 얻었다. 일정 시각 이후로는 아무리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번지점프를 할 수 없으니 율동공원으로 번지점프를 하러 갈 계획이라면 일찍이 서두르자.
혹시 번지점프를 하기까지의 대기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면 너무 실망 마시라! 율동공원은 번지점프대뿐만 아니라 피크닉을 즐길 수 있도록 공원이 잘 조성돼있으니 잔디밭에 누워 따스한 봄 햇살을 느끼면 된다. 만약 출출하다면 치킨을 시켜먹는 것도 율동공원을 즐길 수 있는 꿀팁 중 하나이니 기억하도록! 눈앞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번지를 할 때마다 번지를 할 순서가 다가온다는 두려움에 ‘번지점프는 쉽다’, ‘나는 할 수 있다’와 같은 자기 최면을 걸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하늘을 향해 한 발짝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기자의 순서가 됐다. 번지점프의 첫 번째 과정은 번지를 뛰는 동안 문제가 일어나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하는 것이다. 서약서를 받고 나니 수많은 걱정이 들기 시작했지만 의연하게 서명을 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기자도 용기를 내 펜을 들었다. 서약서에 서명한 후 번지점프 안전줄과 기자의 몸을 연결하기 위한 장비를 착용했다. 이제는 돌아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 기자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며 장비를 착용했다. 장비 착용이 끝난 후에는 몸무게를 측정하는데 기자는 착잡한 마음으로 아까 먹은 치킨을 후회하며 체중계에 올라섰다. 만약 남자친구와 함께 번지를 뛰는 여성 독자라면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숨기고 싶은 몸무게를 들통 날 수도 있으니 이 점 명심하길 바란다. 몸무게에 따라 번지점프를 뛰는 구간이 다르므로 체중을 측정하는 것은 안전한 번지를 위한 필수적 단계다. 이후 소지품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서 주머니 속에 있는 소지품들을 미리 맡기고 번지점프대로 이동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보니 눈앞에 있던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아지고 지상보다는 하늘과 더 가까워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자와 같은 엘리베이터에 탄 김민철(20)씨는 “두 번째 번지점프에 도전하지만 조금 무섭다”며 “엘리베이터가 멈출 것 같지만 끝없이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쿵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평소엔 볼 수 없었던 탁 트인 광경이 펼쳐졌다. 높은 곳에 혼자 있던 기자는 호기심에 아래에 있는 친구들을 내려다보니 그들이 정말 반갑게 느껴졌다. 반가움도 잠시 기자가 기대고 있던 난간에는 추락위험이라는 표지판이 있었으니…. 어쩌면 줄도 달지 않은 상태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앞 순서의 사람들과 함께 번지점프에 대한 긴장을 풀며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대기실에서 기자와 함께 기다리던 박민수(20)씨는 “군대에 가기 전에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남기러 왔다”며 “번지점프를 통해서 우리들의 한계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번지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마침내 다가온 기자의 순서! 이왕 뛰는 거 멋있게 뛰자던 기자의 바람과 달리 막상 번지점프대 앞에 서니 아찔한 높이가 온몸으로 느껴져 기자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백지가 됐다. 그 순간 “멀리 보고 뛰지 않으면 줄에 목이 감길 수도 있다”는 안전관리인의 한 마디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기자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 갔고 ‘번지점프를 포기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스스로 선택한 번지점프이기에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기자는 드디어 양팔을 벌리고 하늘 속으로 몸을 던졌다. 순간 서 있을 곳이 없다는 것이 느껴졌고 기자의 몸은 지상을 향해 떨어졌다. 시간이 멈춘 듯 길고 긴 시간이 지나 ‘이제는 끝났겠지’라고 생각한 기자는 눈을 떴지만 기자의 몸은 여전히 떨어지는 중이었다. 반동으로 인해 줄이 다시 튀어 오름과 동시에 기자의 몸도 함께 튀어 올랐다. 그렇게 두세 번 튕겼을까 두려움과 공포에 익숙해지자 그때야 바람을 느끼며 주변의 풍경을 둘러볼 수 있었다. 지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보이고 그동안 답답했던 기분이 사라졌다. 친구들을 향해 손으로 브이를 할 정도로 여유를 찾고 보니 줄 하나에 온몸을 맡긴다는 것이 두려움이 아니라 자유로움으로 다가왔다. 하늘을 나는 새가 이런 기분일까.
이렇게 자유를 만끽한 후 대기하고 있던 보트에 타자 안도감과 아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비록 멋있는 자세로 번지점프를 하지는 못했지만 번지점프에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자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번지점프를 무사히 마치면 번지점프에 성공했다는 인증카드를 주는데 엄청난 것은 아니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해냈다는 의미의 인증카드는 기자에게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누군가에게 번지점프는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익스트림 스포츠의 한 종류가,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볼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기자는 번지점프대 앞에서 한 발짝 내딛기까지의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할까 봐 번지점프를 하기 망설였다. 하지만 그 찰나의 두려움을 이겨낸다면 번지점프는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이 가진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올봄. 하늘을 나는 새처럼 푸른 하늘에 자신의 몸을 던져보는 것이 어떨까? 번지점프를 통해서 온몸으로 봄바람을 만끽해보자.

▲ 기자가 번지점프를 완료하고 받은 인증서

*분당 율동공원 번지점프대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문정로 145에 위치. 이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다. 문의는 대표번호(031-704-6266)로 연락하면 된다.

글·사진 남유진 기자
yujin221@yonsei.ac.kr
사진 손준영 기자
son113@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