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을 파헤쳐보자

사람이 손을 대지 않아도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 음식의 신선도를 알려주는 냉장고, 시끄러운 알람 소리 대신 아침에 스스로 불을 밝히며 사람을 깨우는 조명, 건강 상태를 알려 주는 옷. 모두 공상과학영화에서나 접할만한 이야기 같지만, 이는 멀지 않은 우리의 일상이다. 이를 가능케 해주는 것은 바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이다. 사물인터넷이란 사물, 사람, 공간, 데이터 등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돼 정보가 생성, 수집, 공유, 활용되는 기술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이를 통해 우리는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사물인터넷은 미국 IT분야의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가 선정한 10대 전략기술에 무려 3년 동안 거론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듯이 사물인터넷 또한 앞으로 우리의 삶을 새롭게 규정할 것이다. 우리 삶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 줄 사물인터넷에 대해 알아보자.
 

사물인터넷이란


사물인터넷은 인간을 둘러싼 사물들이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인터넷은 주로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에 활용돼왔다. 사물인터넷은 여기서 더 나아가 ‘사람과 사물 간’ 그리고 ‘사물과 사물 간’까지도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이 아직은 생소한 용어이지만 조만간 인터넷만큼이나 우리 삶에 익숙한 용어가 될 것이다. ‘한국사물인터넷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목포대 전자상거래학과 조광문 교수는 “우리 사회는 산업 혁명과 인터넷 혁명을 거쳐 모든 것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초연결 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차량 시동을 걸거나 심장 박동과 혈압 등 건강 체크를 하는 것이 사물인터넷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사물인터넷』, 『모바일 트렌드 2014』 등의 저자인 모바일포럼 ‘커넥팅랩’ 편석준 편집장은 “사물인터넷의 최종 목표는 인간의 개입 없이 사물들이 알아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사물인터넷을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은 무엇일까.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2012년 9월에 발간한 「사물인터넷의 시장정책 동향 분석」에 따르면 사물인터넷의 네 가지 기술 요소는 ▲센싱 ▲유무선 통신 및 네트워크 인프라 ▲서비스 인터페이스 ▲보안이다. 먼저 ‘센싱’은 센서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사물인터넷의 핵심 기술이다. 센서를 통해 애완견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목걸이가 그 예이다. 둘째로 ‘유무선 통신 및 네트워크 인프라’는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도록 지원하는 기술이다. 세 번째 요소인 ‘서비스 인터페이스’는 앞의 두 기술을 통해 수집한 정보들을 분석해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서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보안’은 사물인터넷을 통해 대량의 정보가 수집되고 전달되는 만큼 논의가 끊이지 않는 화두이다.
 

사물인터넷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세상


사물인터넷 기술이 확대된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조 교수는 “사물인터넷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의 예를 크게 개인적인 측면, 산업적인 측면, 공공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스마트홈, 스마트카, 헬스케어 등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인간의 일상에 사물인터넷을 접목해 편의와 안전을 제고한다. 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로 추구하고 있어 어느 정도 이미 우리 삶에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해 편 편집장은 “모바일을 이용했던 많은 기업이 사물인터넷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는 모바일과 같은 가상세계에서의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적인 측면으로는 농작물 생산에서 사물인터넷 기술을 통해 온도나 채광 등을 조절해 작업 효율이나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한 농장에서는 가축에게 센서를 이식해 질병을 예방하고 있다. 공공적인 측면에서는 시설물 관리 또는 노약자에 대한 GPS 정보 제공 등을 통해 재난과 사고를 예방하고, 미세먼지 농도나 쓰레기 양 등의 정보를 통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이미 우리 삶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대학 캠퍼스 또한 예외가 아니다. 우리대학교에서도 구축하고 있는 Smart-Campus(아래 S캠퍼스) 사업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관련기사 1736호 ‘캠퍼스를 모두 내 손안에!’> 조 교수는 “RFID*와 NFC 등을 이용한 S캠퍼스는 이미 구축돼 활용되고 있다”며 “앞으로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으로 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우리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버스정류장 도착안내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버스에 있는 장치가 GPS 위성을 통해 버스의 운행 정보를 파악해 제공하는 원리로 사물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에 안지현(역사문화·14)씨는 “버스 도착시각을 미리 알 수 있어 대기 시간이 짧아졌다”며 “기술의 발전으로 삶이 보다 편해지고 효율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사물인터넷 산업


세계는 지금 사물인터넷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 삼성, 아우디 등 많은 기업이 사물인터넷 기술의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고, 국가 차원에서도 사물인터넷 시장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현재 그 누구도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블루오션이기에 많은 이들이 사물인터넷에 걸고 있는 기대가 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다가올 사물인터넷 시대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미래창조과학부 최문기 전 장관은 「사물인터넷 기본 계획」을 통해“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미래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물인터넷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모멘텀 될 것”이라며 “사물인터넷 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계획에서 2013년 2조 3천억 원 수준인 사물인터넷 시장을 2020년까지 30조 원으로 성장시켜 관련 일자리 확대 및 산업 효율성 향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올해 사물인터넷 실증 단지 두 곳을 조성할 예정”이라며 “시민들이 사물인터넷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사물인터넷 산업 측면의 경쟁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전문기업인 액센츄어가 지난 3월 9일 발표한 ‘산업 IoT로 승리하는 법’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혁신적 기술이 있어도 투자받기 어려운 나라’, ‘정부·기업·대학의 연구개발 협력이 부족한 나라’ 등으로 평가됐고, 100점 만점에 52.2점으로 20개국 중 12위에 머물렀다. 이에 조 교수는 “혁신기술이 있어도 투자받기 어려운 제도적인 부분을 보완해서 다양한 산업 스펙트럼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안 없이는 사물인터넷도 없다


현재 사물인터넷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만 이와 함께 고민돼야 하는 것은 보안 문제이다. 나의 일상과 모든 정보가 사물에 의해 수집되고 전달된다고 생각해보자. 내가 원하지 않는 정보가 전해질 수도 있으며, 만약 나의 정보가 저장된 클라우드가 해킹당하기라도 한다면 나의 사생활은 송두리째 들통 나버릴 것이다. 사물인터넷과 함께 개인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편 편집장은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우리의 개인정보를 넘길수록 삶이 더 편리해지겠지만 우리는 어디에서든 끊임없이 노출될 것”이라며 “근본적인 의미에서의 사생활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통해 정보를 얻는 IT 기업들이 우리의 삶을 조망하거나 통제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 서비스 도입을 위해 보안, 사생활, 윤리 등을 고려한 대응 정책의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획과 설계에서부터 보안을 고려한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안에 대한 대책 없이는 안전한 사물인터넷의 시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꼭 인류의 발전만을 가져왔다고 말하기 어렵다. 기술의 발전은 그에 따른 문제점을 반드시 수반하기 마련이며, 그러한 문제점들을 또 다른 기술로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기술보다는 인간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문제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결국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인문학적 소양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점점 인간의 자리를 기술이 대신해가고 있는 시대에서 인간이 기술과 차별화될 수 있는 능력은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우리의 삶을 새롭게 규정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파급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는 단지 IT 분야만의 이슈라고 할 수 없다. 앞으로 사물인터넷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나갈지 기대되는 바이다.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전과정의 정보를 초소형칩에 내장시켜 이를 무선주파수로 추적할 수 있도록 한 기술


문세린 기자
peace.maker@yonsei.ac.kr
<자료사진 research-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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