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더 이상은 못 봐줘요”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고 있는 연돌이는 다시 한 번 좌절해야 했다. 살고 있던 원룸의 임대료가 오른 것이다. 학비는 부모님이 내주시기에 생활비만큼은 스스로 부담하고 있는 연돌이에게 월세 인상은 절망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주거비용, 청년 셋 중 둘은 ‘부담스러워’


호남대 윤소희(작업치료·13)씨는 “원룸에 사는데 부모님과 반씩 부담해도 매 월 20만 원 이상을 부담한다”며 “학교를 다닐 땐, 주말 아르바이트밖에 하지 못해 항상 임대료가 마음 속 부담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해 돈이 많이 드는 원룸에 살게 되자, 부모님에게 죄송스러워 임대료를 스스로 부담하기 시작했다는 윤씨. 하지만 윤씨는 지난 11월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결국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윤씨와 같은 대학생들이 부담하는 주거비용은 과연 얼마일까. 청년위원회와 대학생주거실태조사팀의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원룸 세입자 대학생들은 보증금으로 평균 1천418만 원을 부담하고 있다. 또한, 월세로는 매달 평균 42만 원을 지출하며 이와 더불어 주거유지비를 평균 5만 원가량 추가로 지출한다. 결국 월 평균 임대료로 사용하는 금액은 총 47만 원에 육박하게 된다. 실제로「서울시 청년가구의 주거실태와 정책연구(2014)」에 따르면 주거비가 부담되는 편이라고 응답 한 청년의 비율은 전체의 65.6%에 달한 반면, 부담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13.1%뿐이었다.
 

월세 감당하려면 하루 두 끼도 못 먹어


우리대학교 신촌캠 주변 평균 임대료는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는 45만 원에서 50만 원 선에 머물러 있다. 임대료를 포함한 생활비를 아르바이트를 통해 스스로 충당한다고 했을 때, 과연 생활이 가능할까?
알바천국에서 조사한 지난 2014년 4분기 알바소득지수에 따르면 20대의 한 달 평균 아르바이트 시간은 92.9시간이고 이때 받는 평균 시급은 6천479원이다. 한 달 동안 92.9시간을 일할 때 평균 시급인 6천479원을 받게 되면 아르바이트 비용만으로 마련한 한 달 생활비는 약 60만 2천 원이 된다. 결국 45만 원의 임대료는 생활비의 약 74.75%를 차지하게 된다.
남은 돈인 15만 2천 원으로 신촌캠에서 가장 저렴한 학생식당의 2천500원짜리 백반을 30일 동안 매일 두 끼씩만 먹는다 해도 15만 원이 들게 된다. 밥만 먹었을 뿐인데 생활비로 번 돈은 고작 2천 원밖에 남지 않는다. 여기에 도시 가스비, 전기세 등 주거유지비 역시 부담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생활비는 이미 마이너스로 향한다. 알바소득지수에서 재학 중인 대학생만을 고려했을 경우엔 한 달 평균 소득이 44만 2천330원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소득만으로는 임대료를 부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임대료 해결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


임대료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생들은 무작정 절약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대학교 이모씨는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자취생활 중이다. 3명이 함께 학교에서 도보로 40분간 떨어진 원룸에서 살며 1년간 총 240만 원 가량의 임대료와 생활비를 스스로 부담한다는 이씨. 이씨는 “임대료를 부담하기 위해 방학 내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긴 힘들기에 여행과 같은 건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익 창출의 주요 수단인 아르바이트도 항상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르바이트가 구해지지 않을 경우에는 주변에서 돈을 빌려야 했고 명절에 받은 용돈까지 모두 임대료에 쏟아 부어야 했다. 이처럼 임대료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먹는 것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씨는 “돈이 없어서 밥을 굶다가 영양실조로 응급실에 간 적도 있다”며 “주변사람 중엔 한 달간 학생식당에서 공깃밥만 먹기도 했다”고 힘겨웠던 상황을 설명했다.
부담스러운 임대료를 내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는 대학생들도 있다. 지난 2013년, 노량진 고시촌 근처에서 자취를 했던 우리대학교 권모씨는 보증금 300만 원·월세 45만 원의 집세를 충당해야 했다. 수험생의 신분이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통해 70만 원 정도를 벌어 비용을 감당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권씨는 “월세를 내기 위해 은행에서 목돈을 대출받아 그 돈으로 전세를 내기도 했다”며 “28만 원 정도였던 대출이자가 월세보단 저렴했기에 당시 상황 상 대출로 인한 신용등급의 하락은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비싼 임대료에 대해 신촌의 한 원룸 관계자는 “다른 집들도 임대료를 올리기만 하는데 우리만 내려야 하느냐”고 말했다. 아무도 양보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대학생에게 주어진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등록금에 모자라 임대료까지 너무 비싼 현실 속에서 대학생들은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 
 

글·그림 오지혜 기자
dolmengemai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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