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신촌캠 인근 주거단지의 안전 실태

 타지생활을 하는 대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 하숙, 고시원은 화재와 범죄 등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로부터 취약하다. 이들 주거 형태는 좁은 통로와 소화설비 미비 등으로 인한 화재 위험성과 방범시설 부재로 인한 치안 문제 등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대통령 직속 청년 위원회가 실시한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에 따르면 원룸 이용 대학생 중 ‘화재가 날 경우 대책이 없어 불안하다’는 응답이 42.1%, ‘방범시설이 부족해 불안하다’는 의견이 29.8%를 차지했으며, 지난 1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발표한 「수도권 거주 대학생 주거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고시원/하숙’ 거주 학생들 중 강도, 절도, 성범죄 등의 치안문제를 경험한 비율이 23.9%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우리대학교 인근의 원룸, 하숙, 고시원들의 상황은 어떨까?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서문 근처의 연희동과 창천동의 주거 안전을 화재와 치안문제, 두 가지 기준으로 살펴봤다.

불났는데 “어, 소화기 어딨지?”

“화재 시 초동조치에 꼭 필요한 장치인 화재감지기와 소화기를 항시 점검하고 관리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집들이 열악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참! 기자가 물어봐서 생각 난건데, 우리 건물의 방마다 있는 화재 감지기의 배터리들이 대부분 방전돼 있을 것이다. 이참에 다 교체 해야겠다.”

연희동에서 원룸을 운영하고 있는 ㅇ씨(52)에게 우리대학교 주변 다세대 연립주택단지의 화재 위험성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주로 살고 있는 연희동과 창천동의 다세대 연립주택들은 화재발생 시 큰 피해가 예상된다. 우선 건물들의 소화설비 설치가 미비하다는 점과 거주하는 학생들이 소화설비 사용법과 위치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2012년 2월 5일부터 개정 시행된 법령에 따르면 법령 시행 이후 지어진 주택에는 소화기와 화재감지기가 의무적으로 설치돼야 하며, 기존 주택의 경우도 5년의 유예기간을 둬 오는 2017년 2월 4일까지 설치를 완료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대학교 인근의 건물들 다수가 2012년 이전에 지어져 소화기와 감지기 등의 소화설비를 화재안전기준에 맞게 잘 설치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서대문소방서에서도 특별 기간을 정해 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서대문소방서 홍원기 홍보주임은 “소화기 등 소화설비와 관련해 특별점검기간에 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3~4명의 인원으로 여러 구역의 많은 건물들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소화설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 해도 그것의 위치와 사용법에 대한 학생들의 숙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우리대학교 서문 인근에서 하숙을 하고 있는 김민재(문정·10)씨는 “인근에서 하숙생활을 3년간 해오면서 여러 곳에 살아봤지만 화재 시 대처요령이나 소화기 등의 안전 설비에 대해 안내받거나 따로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학생들의 거주지 변동이 많은 다세대 연립주택의 특성상 입주민들에게 소화설비에 대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천동에서 하숙을 운영하는 ㄱ씨(56)는 “화재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지만 자주 이사를 하는 세입자들에게 매번 설비 교육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시 소방차 진입 막는 좁은 골목

화재 시 소방차가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의 공간은 3m다. 그런데 기자가 직접 연희동과 창천동의 골목길을 다녀본 결과 골목이 좁아서 혹은 불법주정차로 인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3m 간격을 확보하지 못한 길이 많았다. 이는 입주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인호(경영·14)씨는 “우리 건물 쪽은 언덕에 있고 길도 좁아서 소방차는커녕 승용차도 다니기 어려울 정도”라며 “혹시나 큰 불이 나면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피해가 커질 것 같다”고 불안한 심경을 밝혔다. 실제로 서대문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불법주정차로 인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는 31건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설치해둔 것이 바로 비상소화장치함(아래 비소장치함)이다. 서대문소방서 임기철 소방교는 “불법주정차로 인한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해 화재 진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소방차 진입불가 구간을 선정해 비소장치함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소장치함이란 시장이나 좁은 골목 등 소방차 진입이 제한되는 지역에 한해 일반인들의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치된 소화 장치로 최장 150m까지 연결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서대문구 비소장치함 현황을 살펴본 결과 연희동, 창천동, 대현동을 통틀어 비소장치함이 29개가 설치돼 있었다. 이는 구청에서 미리 취약지역을 조사해 설치한 것이지만 거주 학생들이 비소장치함의 위치나 사용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연희동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박성호(사회·11)씨는 “1년간 연희동에 살면서 비소장치함에 대한 어떠한 교육이나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며 “화재 진압 장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거주민들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우리대학교 인근 주거단지에서도 매년 크고 작은 화재가 40~50여 건 정도 발생했다. 서대문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화재건수는 창천동 29건, 연희동 24건이었으며 2013년에는 창천동 23건, 연희동 21건이 발생했다. 매스컴을 탄 대형화재는 없었지만 항상 조심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대학가도 범죄에 예외는 아냐

부모님의 곁을 떠나 혼자 사는 대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강도, 절도, 성범죄 등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대학가 주변에서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몰래 들어가 잠자고 있던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범인이 경찰에 붙잡히는가 하면,  대학생들이 학교 가는 시간대를 이용해 문이 열린 하숙집에 들어가 노트북 등 고가의 물건을 훔친 청소년이 검거되는 등 대학가 인근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이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위의 표는 지난 2월 25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대문경찰서로부터 받은 ‘2013, 2014년도 연희동 및 창천동 주요범죄 현황’으로 강도 사건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성범죄와 절도는 상당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우리대학교 주변의 다세대주택들도 범죄에 있어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창천동은 술집과 모텔, 나이트 등 유흥가가 밀집해 있어 학생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창천동 모텔 밀집지역 인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최모씨(도시공학·12)는 “낮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학교에서 밤늦게 집에 들어올 때 술에 취한 아저씨들이 많이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출입문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롭다는 점도 주택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돌아다니며 창천동과 연희동의 건물들을 조사해본 결과 연희동의 경우 서문 인근에 있는 원룸, 하숙 158개의 건물 중 출입문 잠금장치가 없거나 있더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이 무려 78군데(49.3%)로 확인됐다. 창천동의 경우도 98개의 원룸, 하숙 건물 중 출입문 잠금장치가 없거나 부실한 곳이 44곳(44.8%)으로 확인됐다. 거의 절반 가까이의 건물들이 잠금장치가 부실해 외부인의 출입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자가 돌아다니며 살펴본 결과 도시가스 외부배관을 통해 건물의 창문까지 도달할 수 있는 곳도 5곳 이상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가로등이 설치돼 있지 않거나 불빛이 약해 밤길이 어두운 골목도 여러 곳 있어 밤늦게 다니는 학생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창천동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왕수원(사회·11)씨는 지난해 성범죄가 일어나는 현장을 직접 목격해 경찰에 신고를 했다. 왕씨는 “새벽에 창문을 통해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들려 밖에 나가보니 집 옆에 있는 어두운 골목에서 성폭행이 일어나고 있었다”며 “다행히 빨리 발견해 그 사람을 쫒아내고 경찰에 신고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천동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채진병(사회·11)씨도 “밤늦게 누나가 ‘수상한 사람이 쫒아오는 것 같으니 데리러 오라’는 말을 듣고 급히 나갔던 적이 있다”며 “주거단지가 밀집해 있는 지역은 늦은 시간에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전을 위한 작은 노력

밤늦게 귀가하는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총학생회에서는 지난 2012학년도부터 학생자치조직인 ‘이글가드’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글가드는 학기 중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동행 귀가 ▲순찰 ▲만취 학생 집 찾아주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세 개조(2인 1조)로 나뉘어 캠퍼스 내부 및 캠퍼스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이글가드 단원 정명진(행정·11)씨는 “야간에 야광봉을 들고 순찰을 돌다가 학생들이 와서 동행 요청을 하면 집 앞까지 배웅해준다”며 “순찰 이후 바바리맨의 출현이 줄어들어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이글가드 활동시간은 새벽 2시까지며 경찰 및 외주업체(KT텔레캅)의 순찰 시간도 새벽 3시면 모두 종료된다. 따라서 그 이후에는 순찰 인원이 없어 범죄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씨는 “새벽 3시 이후가 위험하다”며 “실제로 3시 이후에 바바리맨이 여성분들만 지나다니는 루트를 노리는 경우가 있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서대문구 차원에서도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과 청소년을 위해 ‘여성안심스카우트제도’(아래 여성안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성안심제도는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귀가하는 서대문구의 여성 및 청소년들이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도록 집 앞까지 동행(2인 1조) 해주는 서비스로 주된 업무는 크게 안전귀가지원과 유흥업소 등의 취약지 순찰이다. 여성안심제도를 이용하고자 하는 여성은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 도착 30분 전에 120 다산콜센터 또는 구청 당직실(02-330-1119)로 전화하면 된다. 이후 신청자는 스카우트의 이름과 도착예정 시간을 확인하고 원하는 장소에 도착해 노란 근무 복장을 하고 있는 스카우트를 만나 집으로 귀가하면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서비스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시민들이 많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민들에게 홍보가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사회는 지금껏 큰 사건·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안전을 위한 제도와 인식이 개선되고는 했다. 세월호 사건이 수백 명의 인명을 앗아가고 나서야 선박 안전에 대한 관심이 생겨난 것과 의정부 화재 참사가 벌어지고 나서야 건축 안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이 그 예다. 대학가 주변 주거단지의 화재 및 치안 문제도 마찬가지다.  많은 허점들이 존재하지만 지금껏 대형사건·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제도 및 인식에 대한 개선이 미비했다. 더 이상 이런 사후약방문 식의 조치를 반복하지 말고 주거 안전의 증진을 위한 제도적 노력과 함께 거주 대학생들의 안전 의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사진 고석현 기자
shk920211@yonsei.ac.kr
신준혁 기자
jhshin0930@yonsei.ac.kr
사진 손준영 기자
son113@yonsei.ac.kr

 그림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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