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언론매체들을 통해 대학생들의 부족한 역사인식과 역사 관련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영토는 지리적 특성상 동북아 정세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주변국가 간의 역사분쟁은 점차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대학생들의 역사인식 부족은 역사 왜곡과 민족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우리신문은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역사인식과 간단한 역사지식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역사인식조사를 기획했다. 이를 위해 우리신문은 우리대학교 신촌캠, 원주캠, 국제캠 전체 학생 중 단과대별 학생 수 비율을 토대로 지난 10월 27일부터 10월 31일까지 1천32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성별은 남학생이 60.3%를 차지했으며, 여학생은 39.7%를 차지했다. 학년별 응답자는 ▲1학년 39.5% ▲2학년 29% ▲3학년 18.2% ▲4학년 13.3%이다. 본 조사 표본오차는 ±0.36이며 신뢰수준은 95%다.

연세인의 역사점수

우리신문은 본격적인 설문 전에 연세인의 역사에 대한 관심도와 스스로 생각하는 기본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나는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나는 역사에 대한 기본 지식은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는 자가진단 문항을 포함했다. ‘나는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는 질문에 ‘보통이다’고 응답한 사람이 41.3%로 가장 많았다.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로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응답한 사람은 33.2%였으며, ‘그렇지 않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로 응답한 사람은 25.4%였다.
 

또한 ‘내가 생각하는 연세인의 역사점수’에 응답한 사람들의 평균은 10점 만점 기준으로 6.24점이 나왔다. 이는 실제 역사지식 질문의 전체 정답률 평균이 64%, 100점 만점에 64점인 것을 감안했을 때 매우 근접한 수치다. 한편 ‘나의 역사인식 점수’에 스스로 매긴 점수는 평균 5.59점으로 연세인의 역사점수에 비해 스스로의 역사인식 점수를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학생들이 솔직한 점수를 준 결과”라고 생각을 밝혔다.

우리대학교 역사지식 점수는?

우리신문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문제 등을 참고해 간단한 역사지식을 묻는 문제를 총 21문제 출제했다. 단과대별 정답률은 ▲법과대가 77.6%로 가장 높았고 ▲상경대 75.7% ▲신과대 73.8% ▲문과대 73.6% ▲학부대 72% ▲간호대 71.4% ▲사과대 70.7% ▲생과대 69.9% ▲이과대 69.7% ▲공과대 68% ▲교과대 67.5% ▲인예대 66.9% ▲글융공 66.2% ▲정경대  65.5% ▲경영대 65.2% ▲과기대 63.9% ▲의과대 63.2% ▲생명대 63.1% ▲보과대 61.7% ▲치과대 59.5% ▲원주의과대 55.4% ▲약학대 55.3% ▲UIC 50.1% ▲음악대 48.1% ▲EIC 44.3%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총 21문항 중 가장 높은 정답률을 보인 문항은 ‘팔만대장경’에 관해 묻는 1번 문항으로 전체 정답률은 87.9%였다.


반면 가장 낮은 정답률을 기록한 문항은 8번 문항으로  전체 정답률은 30.6%였다. 이는 윤봉길 의사가 홍커우 공원에서 실제 투하한 폭탄의 종류를 묻는 질문으로 『EBS 역사채널e』 ‘윤봉길은 도시락 폭탄을 던지지 않았다’ 편을 참고했다. 또한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역사특집에서 역시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으로 다룬 적이 있다. 홍커우 공원에서 열린 일왕의 생일 연회장에서 윤봉길 의사는 일본 총사령관 등에 물통 폭탄을 투척했고, 예비용 혹은 자결용으로 준비한 도시락 폭탄은 끝내 터뜨리지 못한 채 체포돼 총살형으로 순국했다. 이에 대해 이민기(인문과학부·14)씨는 "윤봉길 의사는 당연히 도시락 폭탄을 던졌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물통 폭탄의 존재는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또한 14번 문항은 전체 정답률 38.6%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정답인 ‘독립신문’을 선택한 사람이 38.6%인 것에 비해 ‘한성순보’로 응답한 사람이 27.8%로 비교적 높게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과 최초의 ‘한글’신문을 상당수의 응답자가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낮은 정답률을 기록한 9번 문항의 정답은 ‘이봉창’으로, 정답률은 54.1%였다. 문제의 출제 의도는 평소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윤봉길 의사와 이봉창 열사의 업적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이봉창 54.1% ▲안중근 24% ▲윤봉길 17.7% 순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안중근 의사의 업적을 상당수가 헷갈려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0번 문항도 정답률이 낮았다. 정답인 순종을 택한 응답자는 59.6%에 불과했다. 그 뒤를 이어 고종을 택한 응답자가 29.3%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종을 마지막 황제로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평소 예능 등 많은 방송에서 다룬 문제인 북침, 남침의 개념은 역시 많은 응답자가 높은 오답률을 보였다. 정답률 59.3%를 기록한 17번 문항은 과반수이상이 정답인 남침을 선택했지만, 북침을 선택한 비율이 30.2%인 것을 봤을 때 아직도 두 개념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역사분쟁

총 1천281명의 응답자 중 한·중·일 역사문제가 진행 중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은 1천227명으로 95.8%였다. 이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한·중·일 역사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신문은 한국이 끊임없이 역사적 분쟁에 휘말리는 이유를 물어봤다(중복응답 가능). 이에 58.2%의 응답자가 ‘한국의 국력이 약해서’를 택했고 54.6%의 응답자는 ‘정부의 잘못된 대응’, 50.2%의 응답자는 ‘국민들의 역사인식 부족’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김성순(응통·10)씨는 “정부의 잘못된 대응과 국민들의 역사인식 부족이 동시에 문제점으로 인식되는 것이 인상깊다”며 “이는 국가와 개인 모두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실제로 응답자 대부분이 역사교육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올바른 역사관에 대한 함양을 중시하면서 정작 노력은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역사분쟁에 휘말리는 이유가 ‘한국의 국력이 약해서’라는 학생들의 생각에 이태훈 교수(인예대·근현대정치사)는 “모든 역사적인 문제는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응답이 나온 것”이라며 “하지만 국력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보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동북아에서 한국은 가장 작은 나라이고, 지리적 위치도 문제가 되지만 힘의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가 끊임없이 역사분쟁에 휘말리는 이유에 대해 조경철 교수(문과대·한국사)는 “분단된 이후 역사분쟁에 대해 남북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친일파에 대한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크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화여고 성환철 역사 교사는 “외부적인 조건을 봤을 때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전선(戰線)에 놓여있어 늘 분쟁의 소지를 가지고 있고, 그 연장선상에 역사분쟁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역사분쟁 문제 해결에 대해 이 교수는 “역사적 사실 자체에 대한 연구가 가장 중요하다”며 “정치적인 문제에 역사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환철 교사는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이며, 우리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답했다.

일본과의 끊임없는 논쟁

일본과의 역사문제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부분은 독도 관련 문제일 것이다. 이에 우리신문은 ‘독도의 소유권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했고, 총 1천288명의 응답자 중 ‘당연히 한국이다’고 응답한 학생은 1천147명으로 89.1%였다. 이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91명으로 7.1%, ‘누구의 소유든 관심 없다’는 응답자가 11명으로 0.8%, ‘일본 소유’라는 응답자가 7명으로 0.5%였다.

독도의 소유권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모르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는 것에 대해 박다혜(신학·09)씨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독도는 우리의 땅이라는 이야기만 들었지 정확한 근거에 대한 설명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관준(신소재·09)씨는 “독도 소유권의 중요성에 대해 학생들이 둔감한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동석 대변인은 “많은 학생들이 독도가 한국의 소유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10% 가까이 되는 학생들이 다른 의견을 보인 것은 상당히 걱정스러운 부분”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조경철 교수 역시 "학생들의 역사에 대한 무관심이나 냉소로 인해 어느 나라의 것이든 상관없다는 식의 사고가 반영된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독도 소유권 인식의 중요성에 대해 조 교수는 “일본이 러일전쟁 중 독도를 강탈한 이후 지금까지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그들의 제국주의적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해방 이후 나라를 되찾았지만, 일본과의 독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해방이 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 역시 주목할 만하다. 우리신문은 ‘나는 위안부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고 관심이 있다’와 ‘나는 수요집회에 대해 알고 있다,’ ‘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자가진단 문항을 만들었다.
 

‘나는 일본군위안부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고 관심이 있다’는 문항에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에 답한 사람은 총 1천275명의 응답자 중 729명으로 57.2%였다. 특이한 부분은 과반수이상이 일본군위안부에 대해 알고 있고 관심이 있다는 의견을 보였지만, 다음의 ‘나는 수요집회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문항에서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에 답한 사람은 총 1천259명의 응답자 중 528명으로 41.9%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왕현종 교수(인예대·한국근대사)는 “이는 꼭 지적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단체인 평화나비 성신여대지부 서포터즈 팀장을 역임했던 성신여대 정성아(독어독문·14)씨는 “많은 학생들이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인식하는 것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환철 교사는 “일본군위안부 관련 대학생 단체들이 있지만 여전히 대학생 역사인식 정도는 심각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성 교사는 “입시를 위해서 암기하고, 수능 출제 여부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문항에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에 답한 사람은 총 1천264명의 응답자 중 1천75명으로 85%였다. 관심의 정도와 ‘수요집회’에 대한 인식 여부의 결과를 떠나 대다수의 학생들이 일본의 공식 사과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중국과의 끊임없는 논쟁

중국과의 역사분쟁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동북공정과 관련된 고구려, 발해의 역사문제다. <관련기사 1741호 4면 ‘화해의 역사를 위해’> ‘고구려 역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총 1천281명의 응답자 중 ‘당연히 한국의 역사다’라고 응답한 학생이 1천78명으로 84.2%였다. 이에 대한 근거로 조경철 교수는 “고려의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에 고구려를 우리나라라고 밝히고 있다”며 “또한 고구려가 나라 이름을 고려로 바꾸었고, 궁예와 왕건 모두 나라 이름을 고려라고 한 것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영토가 아니므로 중국의 역사다’에 응답한 학생은 1.3%로 소수였고, 하일식 교수(문과대·한국고대사)는 이런 주장에 대해 “고구려가 현재 중국 영토에 있었다는 이유로 과거의 역사까지 편입시키겠다는 주장은 무리”라며 “현재는 과거의 결과인데,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의 시공간과 역사를 일률적으로 편입하는 것은 억지”라고 일축했다. 
 

한편 상당수의 학생들이 고구려의 역사를 우리나라의 역사로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이와 관련된 동북공정 문제에서는 둔감한 모습을 보였다. ‘동북공정의 정확한 개념과 그 목적을 알고 있다’는 문항에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에 답한 사람은 총 1천275명의 응답자 중 515명으로 40.4%에 불과했다. 이는 앞의 ‘고구려의 역사는 당연히 한국의 역사’라는 가장 높은 응답 결과와 역설적인 모습이다. 이에 대해 김동석 대변인은 “동북공정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 어제오늘일은 아니지만 정확한 개념을 알고 있다는 비율이 불과 40%대라는 것은 대학 입시에 필요한 지식만 쌓아왔던 학생들인 것을 감안해도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한·중·일 역사분쟁에 대한 학생들의 전반적인 인식 결과에 대해 김종표 교수(정경대·국제관계)는 “결과를 보면 일본과 중국에 대한 미세한 인식차이가 존재한다”며 “일본에 대해서는 중국에 비해 압도적인 국민적 합의에 기반을 둔 현재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돼 양국관계의 변화보다는 정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극 드라마의 역사왜곡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MBC 드라마 ‘기황후’는 사극 드라마의 역사 왜곡 논란을 재점화 했다. 이렇게 실제 역사와는 매우 다른 허구의 드라마가 방영되고 수출되는 점에 대해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총 1천257명의 응답자 중 ‘사람들에게 잘못된 역사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다’라고 응답한 학생이 828명으로 65.9%였다. 반면 ‘드라마 자체가 허구이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응답한 학생은 334명으로 26.6%였다. 김광환(시스템생물/정외·11)씨는 “드라마의 시작과 말미에 ‘이 작품은 허구입니다’ 같은 안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에 대해 왕현종 교수는 “영화, 드라마에는 픽션(fiction)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므로 역사적 사실과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며 “픽션과 팩트(fact) 간의 경계가 없어져 문제가 된다고 하지만 문학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다르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왕 교수는 “사람들이 역사적 사실이 있으면 믿으려 하는 경향이 있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역사적 모습에는 상충되고 복잡한 사실이 얽혀있다는 것을 놓치곤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훈 교수는 “드라마가 역사적 사실에 완벽히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드라마라는 장르의 내적 논리에 따른 어느 정도의 허구성은 인정하지만 역사의 기본적인 가치와 윤리를 뒤엎는 것은 매우 곤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교수는 “드라마 제작자들이 그 경계 설정을 잘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역사교육

과연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우리나라 역사교육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 역사교육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총 1천257명 중 97명인 7.7%만이 ‘그렇다’, 21명인 1.7%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중복응답 가능), 총 660명의 응답자 중 470명인 71.2%가 ‘암기위주와 연도 나열식의 수업 방식’이라고 답했고 325명인 49.2%는 ‘문·이과로 나눠진 제도’, 256명인 38.8%는 ‘역사 수업 시간의 부족’, 77명인 11.7%가 ‘교사의 능력 부족’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답변이었다. 왕현종 교수는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은 주관적인 해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음을 인지하고 합리적 사고를 통해 올바른 판단력을 기르는 것이 역사교육에 있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이 다른 나라에 비해 무엇이 부족할까. 왕 교수는 “영국은 어린이들을 위해 다양한 세계 부족들의 이야기까지 들어있는 역사책을 발간해 가르치고 있다”며 “이에 반해 우리나라 역사교육은 근본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쉽게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왕 교수는 “한국사 하나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사, 세계사와의 연관성을 높여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역사교육의 중요성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이었던 박은식 선생은 “역사는 ‘국혼(國魂)’”이라고 말했다. 박 선생이 말하는 국혼이란 바로 ‘공동체 의식’이다. 개인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는 공동체 의식이 와해돼가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렇기에 공동체의 기억인 동시에 구성원의 기억인 역사를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성환철 교사는 “역사는 옳고 그름을 분별하게끔 해주는 학문”이라며 “역사교육을 통해서 가치와 정의를 가르침으로써 공동체를 건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밝혔다. 이어 이태훈 교수는 “역사교육의 목표는 역사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내부의 아픔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신문은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역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봤다. ‘역사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총 1천278명의 응답자 중 ‘매우 중요하다’에 무려 1천79명으로 84.4%의 응답률을 보였고 ‘관심이 있는 사람만 배우면 된다’엔 149명이 응답해 11.7%, ‘잘 모르겠다’는 50명으로 3.9%였다. 또한 ‘한국사를 초·중·고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총 1천280명의 응답자 중 ‘그렇다’고 말한 응답자는 1천76명으로 84.1%라는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반면에 ‘꼭 그럴 필요없다’는 168명으로 13.1%, ‘잘 모르겠다’는 36명으로 2.8%에 불과했다. 이런 추세에 교육부는 오는 2017년에 ‘한국사를 수능에서 필수과목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성 교사는 “수능이 공부의 기준이 되는 우리나라 교육 상, 수능에서 중요성을 잃어가는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한다는 것이 역사를 살리기 위한 절박한 시도라는 건 이해한다”며 “하지만 필수과목이 되면 점점 쉽게, 수박 겉핥기식으로 출제될 것이고 역사를 역사답게 배우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또 다른 성적 경쟁 부담을 줄까 걱정이 된다”며 “시험과는 별개로 역사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지만, 행동하긴 힘들다

설문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역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인식이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학 입학 후 역사 관련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1천267명 중 734명인 53.9%의 학생들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학생이 84.4%인 것에 비해 훨씬 밑도는 수치다. 역사 관련 수업을 듣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생 중 ‘역사 관련 수업을 앞으로 수강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총 712명 중 455명인 63.9%가 ‘수강할 계획이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은 41.9%의 응답자가 ‘듣고 싶지만 학점이 걱정돼서’라고 답했고, 38%가 ‘중요도를 떠나 꼭 수업을 들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22.9%가 ‘마음에 드는 역사 관련 과목이 없어서’, 5.6%가 ‘역사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5.03%가 ‘수업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로 답해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조경철 교수는 “이는 역사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교육의 문제가 저변에 깔려 있다”며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학점에 대한 부담 때문에 강의를 듣지 않는 것은 건전한 대학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왕현종 교수는 “수강계획이 없다는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서 역사를 배워야 하냐는 의문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라며 “하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역사는 지식 습득에 불과할 뿐, 대학에서 배우는 역사는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게 해주는 학문”이라고 답했다. 
 

수업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역사를 인식적으로 바라볼 뿐 실제 자신의 삶과는 연관 짓지 않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었다. ‘나는 올바른 역사인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질문에 총 1천272명 중 520명인 40.9%가 ‘그렇다’, 567명인 44.6%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역사는 나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라는 질문엔 총 1천267명 중 421명인 33.2%가 ‘그렇다’, 291명인 23%가 ‘매우 그렇다’고 답하여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세계화 추세 속에 한국사 교육이 소외됐고,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는 것에 선뜻 관심을 갖지 않는 사고방식이 만연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우리신문의 역사인식 조사 의미에 대해 이태훈 교수는 “학생들이 우리 역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막연했는데, 실제로 객관화시켜 봤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가르치는 입장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끔 해준 설문이다”고 말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는 말을 남겼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역사는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 속에서 체화시켜야 한다. 학점을 위한 지식을 쌓는 것에서 벗어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을 기르고,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글 강달해 김은샘 박성종 고석현 송진영 오지혜 기자

chunchusocio@naver.com

그림 김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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