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버스 타요부터 뿌까까지 캐릭터 홍보 열풍

▶▶서울시 곳곳을 달리는 라바 지하철

“오늘은 타요 버스 타고 왔어”
“라바 지하철은 언제 운행해?”
“석촌호수에 러버덕 사라지기 전에 얼른 보러가자”

만화와 그림 속에 갇혀있던 캐릭터들이 서울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타요 버스’ 운행 ▲석촌호수 ‘러버덕(Rubber Duck)’ 전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아래 DDP) ‘피카츄’ 쇼타임 ▲‘뿌까’의 서울시 시정정보 홍보대사 임명 등 도심을 누비는 캐릭터들을 실제로 보기 위해 사람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서울로 몰려들고 있다.

▶▶서울시 곳곳을 달리는 타요 버스

서울시의 홍보를 부탁해

‘창조경제’를 앞세운 서울시는 국산 캐릭터를 통한 홍보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 3월 26일 대중교통의 날을 맞아 만화 속에서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타요 버스가 그 시작이었다. EBS 인기 어린이 만화 『꼬마버스 타요』는 실제 서울시 시내버스를 모델로 하는 만화다. 만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시민들의 요청과 동아운수의 제안으로 시작된 타요 버스는 원래 서울에서 1개월만 운영하기로 했지만, 생각보다 좋은 반응에 현재는 서울뿐만 아니라 제주도에서까지도 운영 중이다. <관련기사 1729호 연두 ‘버스에 꿈을 입히는 남자’>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토론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타요 버스가 큰 인기를 끄는 것은 신선하고 창조적인 발상 때문”이라며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잘 활용하면 시민이 행복하고 경제적으로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그 의의를 밝혔다. 타요 버스가 운행한지 8개월이 다 돼가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좋다. 덕성여대 유정인(디지털미디어·14)씨는 “타요 버스는 정말 귀여워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며 “삭막한 도심에 귀여운 버스가 돌아다니는 것이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버스에 이어 지하철에서도 서울시 홍보용 캐릭터가 빛을 발했다. 서울메트로 개통 40주년을 기념해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라바 지하철은 지난 1일부터 운행을 시작해 현재 서울 시내를 누비고 있다. 서울메트로 홍보처 김광흠 차장은 “라바 지하철이 운행한 후 첫 주말동안 하루 4만 명의 승객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원래 12월까지 운행할 계획이었으나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연장 운행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는 캐릭터를 대중교통 홍보를 넘어서 시정정보 홍보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부즈와 2년간 ‘뿌까’ 캐릭터 사용을 위한 MOU를 지난 17일에 체결했다. 서울시청 시민소통담당관 유장원 주무관은 “기존 시정정보를 알려주는 포스터는 딱딱해서 시민들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뿌까를 이용해 시민들에게 재미와 함께 시정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효과를 밝혔다.

기업의 홍보, 일당백 하는 캐릭터

기업들도 캐릭터를 이용한 홍보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들의 캐릭터 이용 홍보는 캐릭터 사용이 단발적이고 일회적인 경우가 많아 기본적으로 6개월 이상 캐릭터 사용을 유지하는 서울시의 방법과는 차이를 보인다.
최근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대형 고무오리 러버덕(플로렌타인 호프만 作)이 ㈜롯데의 후원으로 지난 10월 14일부터 11월 14일까지 한 달간 송파구 석촌호수 위에 나타났다. 합계에 따르면 440만여 명의 사람들이 러버덕을 보기위해 석촌호수를 찾아왔다고 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덕분에 석촌호수 바로 앞에 위치한 ‘제2롯데월드’에 많은 수의 사람들이 찾아 ㈜롯데는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러버덕 전시를 담당한 롯데에비뉴엘아트홀 관계자는 “많은 고객들이 찾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러버덕이 상업적으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하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기념품 판매수익 집계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민하(화공생명·10)씨는 “롯데월드에 간 김에 러버덕을 보고 왔다”며 “귀여운 러버덕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5일, DDP에 인기 어린이 만화 『포켓몬스터』의 대표 캐릭터인 피카츄가 나타났다. 이날 진행된 피카츄 행진은 포켓몬 코리아가 주최한 것으로, 10여 마리의 피카츄들이 DDP를 돌아다니면서 관광객들을 만나 즐거움을 선사하고 포켓몬스터를 홍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진성희(원주간호∙14)씨는 “만화 속에서만 보던 피카츄가 눈앞에서 뒤뚱거리며 걸어 다녀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행사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안전 위험으로 결국 행사를 축소 시행하게 됐다.

열풍 뒤에 존재하는 어둠

서울시가 캐릭터에 푹 빠져있는 뒤편에선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시민들의 발이 돼주는 대중교통의 본래 역할이 캐릭터 때문에 퇴색됐다는 것이다. 타요 버스의 등장으로 어린이 승객이 급격히 증가해 승하차 시간이 많이 소요됐고, 버스가 만차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안전을 위해 저속 운행할 수밖에 없었다. 유정인씨는 “어린이들이 이미 만차인 타요 버스를 타고 싶다며 문을 붙잡고 우는 것을 많이 봤다”며 “타요 버스가 귀여운 생김새로 도시미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좋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 캐릭터 때문에 시간을 엄수하지 못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라바 지하철 또한 급격히 늘어난 승객 수로 인해 연착을 피할 수 없었다. 김 차장은 “순환선인 2호선의 특성상 열차가 한 번 연착되면 정상 운행 시간으로의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열차가 10분에서 20분 정도까지 지연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과도한 사람이 몰려 행사가 중단됐던 피카츄 쇼타임에서는 사람들이 야외에 위치한 문화재를 밟고 지나다니는 일이 일어나 논란이 됐다. DDP 광장에는 유구(遺構)* 전시장이 있는데, 이를 그저 광장의 일부라고 생각한 시민들이 피카츄를 보기 위해 문화유산을 밟고 다닌 것이다. DDP 시설안전팀 김재호 주임은 “피카츄 행진 행사장 자체에 사람이 너무 많아 안내요원이 사람들을 통제하기 힘들었다”며 “열린 공간을 표방하는 DDP에서 시민들이 문화재를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유구 전시장을 유지한 것인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의견을 밝혔다.


계속된 새로운 캐릭터의 도입으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도 있다. 바로 지난 2009년부터 서울시의 상징 캐릭터로 사용된 ‘해치**’가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이에 유 주무관은 “뿌까 등 새로 도입된 캐릭터들은 해치와는 다른 곳에서 쓰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청 홈페이지 해치 자료실 마지막 게시물의 등록일이 2013년 2월인 것만을 보더라도 해치의 사용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하나의 캐릭터를 새로 만들기 위해서 30억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런 막대한 예산을 들인 캐릭터를 사용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기존에 해치가 사용되던 부분마저 존폐위기에 놓여 해치가 새 캐릭터들과는 다른 곳에 쓰일 것이라는 설명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 예로 해치를 넣어 서울의 상징 택시로 만들고자 했던 ‘해치택시’가 비용발생과 투자가치 하락으로 인한 참여 차량 수의 부족으로 존폐위기에 놓여있다.

▶▶문화재 보호 팻말 뒤로 보이는 한 차례 짓밟혔던 유구 전시장

서울시는 지금도 끊임없이 캐릭터에 물들어가고 있다. 그 추세를 이어 기업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여러 캐릭터를 홍보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캐릭터들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것이 아닐까. 귀여운 캐릭터들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도시의 삭막함에 지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도록 적절한 캐릭터 이용 방법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유구(遺構) : 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
**해치 : 해태의 본말로, 선악을 가리는 정의와 청렴의 동물이며 재앙을 물리쳐 안전을 지켜주고 복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신령스러운 상상의 동물.

              
  글 오지혜 기자
dolmengemail@yonsei.ac.kr
사진 손준영 기자
son11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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