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투표를 통해 홍익대 총여학생회의 폐지가 결정된 이후, 서울 시내 대학 총여학생회는 연세대학교를 포함해 네 곳만이 남게 되었다. 총여학생회의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연세대학교에서도 최근 몇 년간 그 존재이유에 의구심을 품은 학생들이 총여학생회 폐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폐지론을 주장하는 학생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근거를 내세운다. 남녀평등이 어느 정도 실현된 지금 총여학생회의 역할은 끝났으며, 여학생들에게만 혜택을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또한 총여학생회가 존재해야 한다면 왜 총남학생회는 없는지 불만을 표시한다. 결론적으로 “총여학생회는 불평등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고 할 수 있다. 즉, 폐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그 반대에 선 사람들 사이의 ‘평등’에 관한 시각차는 명백하다. 전자는 양성평등에 관해 ‘이미 충분하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신이 차별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혹은 무관심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평등이 이뤄진 것과는 다르다. 작년 연세대학교에 접수된 성폭력 상담 건수만 해도 800건을 넘는다. 게다가 성폭력을 당했어도 상담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까지 감안하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피해 여성들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일방적으로 침해당한 여학생들이 과연 평등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폐지론자들은 이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보고 총여학생회 폐지를 주장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여학생들만 혜택을 본다는 이유로 총여학생회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소외계층만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며 지원제도 자체를 없애버리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생리 결석계, 여학생 휴게실 등에 불만을 품고 “역차별이다”라고 주장하는 학생들은 진정한 의미의 평등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최저계층과 중산층에게 똑같이 10만 원을 준다고 평등한 것이 아니듯이, 총여학생회의 존재가 함축하는 평등의 의미 또한 마찬가지다. 총여학생회를 통해 여학생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성적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나 과정을 다양한 학내집단에 적용해 실질적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의 일환으로 봐야한다.

시대가 달라지며 사회적 여건도 변화했지만, 양성평등이 완전하게 실현됐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남녀에게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할 시점은 아직 오지 않았고, 그렇기에 총여학생회 역시 폐지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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