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여학생회만큼 까닭모를 거부감의 대상으로 몰리고 있는 단체가 또 있을까. 남학생들에게는 남학생을 배척하고 지나친 여성의 편의를 주장하며 역차별을 만들어내는 단체로 인식되고, 활동의 주체 및 대상이 되는 여학생들마저 총여학생회가 자신들을 남자와 구분하며 소수자로 만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총여학생회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전의 나 역시 총여학생회라는 단체가 오히려 여성을 타자화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곤 했다. 총여학생회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총여학생회가 양성평등이 이루어진 현재 더 이상 필요 없는 시대착오적인 단체이며 역차별 논란을 일으켜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말한다. 경희대에서 총여학생회 폐지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펼친 남학생은 총여학생회가 어머니 세대의 성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생리 결석제나 여성 전용 시설은 선진국이었다면 여성들이 먼저 자존심 상한다는 이유로 거부했을 혜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이 주장대로 시대가 바뀌어 여성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좋아진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어도 총여학생회는 할 일이 있다”라는 한 총여학생회의 표어처럼 아직 총여학생회가 사라져야 할 때는 아니다. 우리 사회의 양성 평등은 세계 평균에 많이 못 미치고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총여학생회는 여성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고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 인식을 바로 잡고 여성이 사회 속에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공정한 시작점을 위한 바로잡기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한 남학생이 지적한 여학생 대상 혜택들이 남용되는 것을 막고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총여학생회의 역할이다. 
 
현재 총여학생회는 많은 대학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총여학생회가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4개 대학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총여학생회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으로 무관심을 꼽았다. 실제로 연세대학교에서도 총여학생회에 대해 무관심한 학생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무관심은 무관심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도가 강하게 개입되어 형성된다.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마음이 우리로 하여금 총여학생회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무관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까? 총여학생회는 생물학적 여성에 대한 차별과 그들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하는 데서 시작했지만 근본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단체이다. 차별과 그의 개선은, 우리가 그 대상이 되지 않는 한 맞닥뜨리기 불편한 가치인 것이 분명하다. 여전히 그곳에 차별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고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아는 우리는 그저 눈을 가리고 지나치는 것을 선택한다. 마치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자신을 잡아먹으러 올 사자도 없다고 믿는 타조가 구덩이에 고개를 파묻는 꼴이다. 이와 같은 의도적 무관심 속에서 총여학생회는 죽어 가고 있다. 나는 우리 모두가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의 제목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지은이가 말하는 문제적 상황은 우리들이 불의에 무뎌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총여학생회가 외치는 소리, 그들이 향하는 방향은 우리가 덮어 놓으려고 하는 불의를 정확히 가리키는 까닭에 우리는 그 존재를 불편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이상 피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정면으로 불편함을 느끼도록 하자. 중요한 것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도록 차별에 무뎌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걸 위해서라면 불편해도 괜찮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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