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우리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최근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일본 온타케산의 분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화산폭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현대 과학 수준은, 비록 지진의 예측은 아직 요원할 지라도, 관측 장비를 잘 갖추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한다면 화산분출의 예측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온타케산 분화의 경우, 폭발 전조 현상이 거의 없었으며, 이에 따라 과학자들이 분화를 전혀 예측하지 못해 가을 단풍을 즐기러 온 많은 등산객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온타케산 화산폭발은 마그마의 본격적인 활동에 의한 대규모 폭발이 아니라 화산의 열원으로 유입된 지하수 활동이 야기한 소규모의 수증기 폭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상자를 낸 이번 화산폭발은 평소 충분한 대비가 없다면 얼마나 큰 피해가 초래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이 시점에서 “한반도는 과연 화산폭발로부터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한 번쯤 해보게 된다. 그러나 이 질문에 앞서 이런 질문을 먼저 던지고 싶다. “과연 화산활동이 인류에게 피해만 주는 것인가? 화산폭발이 인류에게 해롭다면, 화산활동이 모두 멈춘다면 어떨까?” 이와 같은 의문점에 대해 간략하게 답하면, 화산활동이란 인간으로 치자면 호흡과도 같아서 모든 생물이 향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지구가 살아 숨쉬는데 요구되는 필수적 활동이다. 즉, 만일 지구상에서 지구 내외부의 물질과 에너지 순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화산활동이 멈춘다면 지구는 어떤 생물도 생존할 수 없는 화성과 같이 죽은 행성이 되고 말 것이다. 21세기 과학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지구와 같이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을 탐구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물과 화산활동(또는 판 구조운동)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가장 필수적인 행성 탐사과정 중 하나이다. 따라서 화산활동은 지구와 우리 모두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폭발 가능성이 있는 화산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으로부터는 멀리 떨어져 있기를 바란다.

인류역사 상 최대의 화산 폭발은 약 65만 년 전 미국 옐로스톤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관광지로 유명한 이곳은 현재까지도 화산학자들이 이곳의 마그마 활동을 예의주시하며 정밀하게 감시하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서 화산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은 “불의 고리”라고 알려진 환태평양 지진・ 화산대로 태평양 일대 판이 다시 지구 내부로 들어가 소멸되는 섭입대(Subduction zone)로부터 약 600km 이내 지역을 가리킨다. 남미의 안데스 지역, 알류산 열도, 일본, 인도네시아 등 대부분의 대형 화산들이 여기에 속한다. 한반도는 다행히 판의 경계로부터 최소 600km 이상 떨어져 있어 현재 위협적인 화산활동은 관측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한반도가 화산활동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제주도, 울릉도(약 17만 년 전) 및 독도(160만 년 전)와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곳들이 과거 한반도의 대표적인 화산활동 지역이었다. 또한 서울과 원산을 잇는 추가령 열곡대에서도 약 13만 년 전 대규모의 분화가 발생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끄는 곳은 약 1000년 전 (서기 969년경으로 추정) 분화했던 백두산이다. 이곳은 분화 당시 용암의 분출량과 폭발규모에 있어 최근 1만 년 내 인류 역사에 기록된 최대의 화산폭발 중 하나이며,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백두산은 1903년에 최후의 분출이 있었고 1990년대 화산활동과 연관된 일부 전조현상이 보고됐으며, 2003년을 정점으로 미소 지진이 일부 증가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매우 안정된 상태로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일본 온타케산 분화의 경우와 같이 현대의 과학기술로도 아직 충분히 파악되지 못한 자연 현상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히 “안전하다” 혹은 무작정 “위험하다”라는 식의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백두산을 비롯한 한반도 지역의 화산 및 지진활동과 관련해 가장 위험한 것은, 발생 시기나 규모보다는, 오늘만 괜찮으면 상관없다는 식의 무사안일과 이로 인한 자연재해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이다. 백두산에서 언제 다시 화산활동이 활발해질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해선 과거 한반도 화산활동의 역사와 기원에 대한 자세한 이해와 이 지역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그러나 백두산 분화가,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대규모 화산폭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여전히 충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현재 한반도 지역의 마그마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체계적인 감시체계가 매우 미흡한 상태이다.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살기 좋은 한반도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평소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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