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민간단체가 살포한 대북 전단에 북측이 고사포로 대응 사격을 한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했다. 통일대박론이 무색하게 전망이 밝지만은 못한 남북관계에 한 층 암운을 더한다. 북한에 풍선 등을 이용해 날려보내는 소위 ‘삐라’를 보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6·25전쟁 때부터 심리전을 위해 활용됐던 것으로, 2000년 4월 상호 심리전 중단을 약속한 후에 국가적 차원에서 중단되었지만 탈북자 관련 단체 등 민간단체에 의한 전단 살포는 지속돼 왔다. 하지만 이것이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 마땅한 대북 수단일까? 현재 남북갈등을 넘어 ‘남남갈등’을 부추긴다는 삐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는 비록 일개 학부생이지만 삐라 살포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여러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삐라의 실효성(북한 주민들을 각성시키고 조직적인 저항을 만들 수 있는가)을 차치하고, 책임과 효율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책임의 측면에서 살펴보자. 삐라 살포를 통해 북한 주민들을 계몽시키겠다는 행위의 주체 즉, ‘실행자’는 탈북자 관련 민간단체이다. 하지만 그에 대응한 위협을 감당해야 하는 ‘피해자’는 휴전선 접경지역의 주민들이다. 동포들의 생각을 일깨워야겠다는 사명감과 계몽의식으로 뭉친 민간단체들이 삐라를 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뒤, 총성에 가슴을 졸이는 것은 해당 마을의 주민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분명 표현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자유라는 것은 타인의 권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원하는 행위를 할 때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타인의 기본권을 유린한다면 그것은 과연 온당한 권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고한 토착민들의 행복추구권도 지켜줘야 한다. 헌법 제21조 4항의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 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와 제37조 2항의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항목이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비록 구체적인 내용이 성문화 되어 있지 않아 삐라 살포를 정부가 제지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 대법원에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있을 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 다음은 과거 국가안전보장회의(NCS)에 근무했던 통일맞이 정책실장 김창수 조합원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발생하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손실 △남북 간 군사적 충돌 △남북 합의사항 이행 역행 △내부의 혼란과 충돌 야기 등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에 포함된다."

또한, 효율성에 의문을 가진다. 현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며 남북 화해를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최근 아시안게임 폐막식을 계기로 북한 고위급 3인방이 방남(訪南)해 남북 2차 고위급회담 개최에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9일 북측은 우리 정부가 법적 근거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삐라살포를 방임하고 있다며, 고위급 접촉을 할 건지, 삐라 살포에 계속 매달릴 건지 우리 정부의 선택에 달렸다는 내용의 사실상 거부 통보를 보냈다. 물론 전단 살포가 회담 거부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느냐 하는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부가 남북관계의 평화적 진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민간단체에서는 외교문제를 초래하는 도발을 하는 것이 과연 국가적 차원에서 효율적일까? 한쪽에서 집을 지으려 벽돌을 쌓는데 반대쪽에서는 허물고 있는 격이다. 더불어, “북한 주민들 각성시키면서 우리 주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북학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의 말에도 공감이 간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자동응답 방식의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62.9%가 ‘막아야 한다’, 24.6%가 ‘막지 말아야 한다’, 12.5%가 ‘잘 모름’으로 응답했다. 정부와 민간단체는 거주민들이 생사의 위협을 느끼고, 외교적인 비효율을 초래하는 대북 전단 ‘삐라’를 개인적 차원에서도 국익의 차원에서도 더 고심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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