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교권의 현주소를 진단하다

오늘날 많은 교사들이 “교실 문 열기가 두렵다”라고 말한다. ‘교권’이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학생들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교사들의 깊은 탄식이다. 심지어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폭언·폭행까지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교사가 학생들로부터 성희롱 당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는가 하면 중학생이 임신 6개월 여교사를 주먹으로 때렸다는 보도 등 무너진 교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 추락하는 교권의 현장에서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다”라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며, 오히려 교사들이 학생을 두려워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무너진 ‘교권’의 현주소와 이를 멈출 수 있는 제동장치는 무엇인지 진단해봤다. 

무너진 교권에 참담한 마음

2년차 초등학교 교사 김아무개(27)씨는 부임 첫해부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점심식사시간에 A학생에게 물을 떠와달라고 부탁했는데 학생이 대변기에서 물을 받아온 것이다. 김씨는 당시에 이 사실을 전혀 몰랐지만 A학생이 그 일을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녔고 그 말을 전해들은 한 학부모가 노파심에 알려줬다고 한다. 이 사실에 충격을 받은 김씨는 A학생을 불러 잘못된 행동에 대해 훈계를 했는데 다음날 A학생의 부모가 학교로 찾아와 수업 중이었던 김씨를 복도로 끌어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했다. 김씨는 “어려서부터 교사의 길을 꿈꿔왔는데 부임 첫해에 이런 일을 당하게 되니 아이들과 학부모가 두려워졌고 의욕을 잃었다”며 “앞으로 학생들에게 크게 터치를 안 하는 선에서 정해진 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23년차 고등학교 교사 신아무개(50)씨는 현재 진지하게 명예퇴직을 고민 중이다. 신씨는 “교실에 들어가기가 항상 두렵다”라고 말했다. 신씨는 얼마 전 수업시간에 떠드는 B학생에게 한마디 했다가 곤혹을 치렀다. B학생이 수업에 방해가 될 정도로 크게 떠들기에 “조용히 하라”고 몇 번을 말해도 듣지 않자 언성을 높였더니 B학생이 욕설을 하며 책을 집어 던지고 밖으로 나가버렸다고 했다. 이에 쫒아가서 B학생을 불러 세웠지만 말마다 말대꾸를 하는 바람에 신씨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신씨는 “이제는 체벌도 금지되고 그나마 있는 벌점제는 해보나 마나라서 마땅히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수업시간 정숙이라는 기본적인 분위기조차 조성하기 어려운 학교 현장을 하루빨리 떠나고 싶다”라고 말하며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혹자는 두 교사가 겪은 충격적인 일화에 대해 ‘일부의 극단적인 사례가 아닐까’라고 반문하겠지만 교권이 무너진 오늘날의 학교 현장에서는 그다지 낯설지 않은 일들이라고 한다. 중학교 3학년 이아무개(16)양은 매일같이 무너진 교권의 씁쓸한 장면을 목격한다고 말했다. 이양은 “수업시간에 친구가 과자를 먹다가 선생님한테 걸렸는데 선생님이 간식을 뺏고 훈계를 하니까 짜증을 내면서 책상을 엎어버리고 교실을 나가버렸다”며 “이런 비슷한 일들이 매일매일 벌어져 학교 분위기가 망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이 임시직 교사를 해고시킨 적도 있었다. 이양은 “선생님이 워낙 착해서 애들이 떠드는데도 가만히 있었는데, 몇몇 친구들이 그 사실을 교감선생님한테 말해서 선생님이 해고됐다”며 “조용히 하라고 해도 애들은 말을 안 듣고 그렇다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해고되는 선생님이 너무 불쌍했다”고 말했다. 이양은 “학생들의 인권만큼 선생님의 인권도 중요한 것 같다”며 “체벌은 잘못된 것이지만 학생들이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그것을 훈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 같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갈수록 늘어나는 교권침해

실제로 교권 추락의 심각성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인 ‘교권침해 건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014년도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교권침해 건수가 2009년 1천570건에서 2013년에는 5천562건으로 큰 폭의 증가를 보였으며 최근 5년간 발생한 교권침해 건수를 합치면 무려 1만 9천844건에 육박한다. 또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이 지난 3월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국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건수’는 총 394건으로 2009년 237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0%이상 증가했으며, 2003년에 95건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4배 이상 증가했다. 394건의 교권침해상담 유형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것은 학생·학부모에 의한 폭언·폭행·협박으로 154건을 차지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교사들이 인사권을 가진 교육청이나 행정당국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은 교원 신분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라며 “자신으로 인해 학교 구성원들과 교장, 교감에게까지 파장이 미칠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자료에 나타난 수치에 대해서도 “자료의 수치들은 그나마 교사들이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보고한 결과라 참고 넘어간 실질적인 유무형의 피해 사례들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고 다양할 것”이라며 “교권 추락이 이제 고착화 단계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 인터넷에 유포된 영상. 학생들이 교사를 농락하거나 대드는 모습이다.

폭언·폭행 외에도 교권침해는 성적모욕감을 주는 행위, 명예훼손, 협박, 공무집행방해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특히 최근 들어 학교와 교원의 처분에 대해 민사상의 소송뿐만 아니라 행정·형사적 처벌까지 요구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런 사건에 교사가 휘말릴 경우 변호사 선임비 등 개인적인 비용부담이 발생하고 심신도 지치게 된다”며 “교사 입장에서는 법률적 지식도 없고 신분적 불안 때문에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 대변인은 “대부분 학교와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 활동인 경우가 입증돼 무혐의 처분을 받지만 학부모를 무고죄로 역 고소 할 수도 없어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학교와 교원”이라고 밝혔다.


교권추락, 누구의 책임인가?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가는 것’임을 고려할 때 교권이 무너진 교육현장에서 교육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소수의 문제학생과 학부모들의 만행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피해가 되고 있다. 김 대변인은 “학생들의 수업권과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교권”이라며 “소수의 학생과 학부모의 폭언·폭행으로 교권이 침해되면서 다수 학생의 교육권과 수업권이 침해받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교권을 추락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과거에는 교직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이었지만 최근 들어 교직은 ‘가르침을 수행하는 경제적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학생과 학부모도 교사로부터 전인교육을 바라기보다는 단지 교과 지식만을 요구하게 됐고 자연히 교사에 대한 존경심도 낮아지게 됐다. 김 대변인은 “과거에 비해 스승존경풍토가 많이 약화된 측면이 교권 추락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가정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황금중 교수(교과대·교육철학)는 “요즘 우리 아이들은 소 자녀 가정에서 굉장히 귀하게 자라났기 때문에 자기 생각이 매우 강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스스로를 ‘선생님으로부터 배우는 존재’라기 보다는 스스로를 하나의 ‘독립된 주체’로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김 대변인도 “많은 아이들이 집에서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했던 것과 달리 일정한 제약이 따르는 학교의 공동체 생활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다”며 “학부모들도 ‘교사가 자기 자녀를 특히 귀하게 여겨줬으면’ 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그에 반하는 학교와 교사의 처분에 대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항의하기보다는 다짜고짜 학교로 찾아와서 교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교사들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교사는 삶을 먼저 산 선각자로서 ‘학생들의 삶을 일깨우고 안내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사가 교육의 본질을 잊어버리고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것만 가르치는 직장인’이 된다면 학생들로부터 존경심을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 황 교수는 “지금의 사회는 ‘좋은 입시 전문가가 좋은 교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교사 스스로도 학교라는 직장에 안주해 교육의 본질을 잊어버렸다는 것이 교권 추락의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황 교수는 “교사는 ‘교과 전문가’이기 이전에 아동을 깨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삶의 전문가’여야 하며 학생의 삶과 연결해서 교과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권 추락을 심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제도적 허점을 들 수 있다. 교권의 추락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고질적인 문제임에도 교육당국에서는 이에 대한 졸속대책들만 내놓고 있다. 교직사회에서 가장 많이 지적받고 있는 문제점은 “체벌을 금지하면서 그것을 대체할 만한 제도가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처럼 교사가 신체나 도구를 이용해 학생들을 체벌하는 시대는 지났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체벌을 대신해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확실하게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교육이 바로설 수 있다. 하지만 교육당국에서는 그에 걸맞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가 체벌의 대안으로 시행했던 ‘벌점제’는 일선 교육현장에서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현재는 그마저도 폐지돼 가고 있는 추세다. 학교 현장에 대한 교육당국의 이해가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김 대변인은 “학교도 작은 사회이기 때문에 상과 벌을 통해 학생들이 ‘권리와 의무’라는 민주시민으로서의 고귀한 가치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김 대변인은 “그러나 오늘날의 학교에서는 상만 있고 벌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들의 문제 행동에 대해 교사나 학교가 제지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며 “따라서 그들의 문제행동은 더욱 심각해지며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쳐 교권 추락을 심화시킨다”고 말했다.

교권회복 위한 삼박자

이처럼 교권 추락은 다양한 요인들이 얽히고설켜 만든 매우 복잡하고도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근시안적인 대책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며, 교육 주체 모두의 총체적 노력이 있어야만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선 교육현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교사들부터 교육의 본질을 실천하려는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황 교수는 “비록 외적인 조건들이 교사들로 하여금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교권을 바로 세울 사람은 결국 교사”라며 “교육의 본질을 실천하는 교사들이 늘어날수록 공교육이 존경받을 수 있고 결국에는 교권이 바로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들도 공동체 공간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김 대변인은 “학부모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폭언·폭행을 하는 경우에 그 학교의 교육은 상당기간 무력화 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며 “학부모들도 자기 자식 중심의 생각보다는 교사의 입장과 학교라는 공동체의 본질을 생각해서 자녀교육에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교육당국에서는 실효성 있는 신중한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독일의 경우 체벌 없이도 강한 교권이 보장된다. 교사가 학생의 성적처리 시 전체 점수에서 수업태도 점수를 50%까지 반영할 수 있으며, 불량학생의 수업을 박탈하고 퇴학까지 시킬 수 있는 징계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각 학교마다 교사들이 직접 교권을 지키기 위해 세운 교사위원회가 있는데, 위원회에서는 학교행정에 건의와 항의 및 조언을 하는 등 학생·학부모·교장으로부터 교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독일의 사례처럼 우리도 실질적으로 교사의 권한을 강화해 교사의 교육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이다. 이처럼 교사 스스로의 노력과 전체 인식의 변화, 더불어 제도적 뒷받침이라는 삼박자가 고루 어우러 질 때 비로소 교권이 바로설 수 있으며 동시에 교육이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을 가르쳐야 할 교육이 바로 서지 않은 나라에서는 밝고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밝은 앞날을 위해 교권 회복이 시급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고석현 기자
shk920211@yonsei.ac.kr

<자료 사진  risa9722.tistory, wiki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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