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지 「포춘」이 발표한 ‘2014 글로벌 500대 기업’에 따르면, 로열더치셀 (네덜란드 2위), 시노팩 (중국 3위), CNPC (중국 4위), 엑손모빌 (5위), 그리고 BP (6위) 등의 글로벌 석유회사 5개가 세계 10대 기업에 포진돼 있다. 이 외에도 세브론, 코노코필립스, 토탈, ENI, PetroBras 등 총 10여 개의 석유회사들이 20위권 안에 포함돼 있다. 참고로 한국의 삼성전자는 13위, 애플은 15위에 위치해 있다.

오일메이저뿐만 아니라, PetroBras와 시노팩 등 후발국의 석유기업들과 EDF, E.ON, ENEL 등의 글로벌 전력기업들도 상호 간의 공격적 인수 합병이나 지분투자를 통해 경쟁적으로 몸집을 키우며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경쟁적 협력을 통해 유한적인 자원영토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차근차근 확보해 가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원유의 지속적인 유가상승으로 인해 전통적 에너지자원(Conventional Energy Sources)뿐만 아니라, 셰일가스, CBM (Coal Based Methane), 오일샌드 등 비전통 에너지자원(Unconventional Energy Sources)의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기업들에게 석유, 가스, 희유금속 등의 자원개발은 매우 각광받는 사업분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원의 부족과 위험회피적 투자 성향 등으로 말미암아 자원개발관련 분야의 산업기반이 매우 취약한 게 현실이다. 탐사성공률 (자원탐사를 통하여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자원 광구의 확보율)이 10%내외에 불과해 국내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와 빈번한 탐사실패가 수반되는 자원개발에 선뜻 나서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의 제약기업들이 신약(Innovative Drug) 대신 복제약(Copy Drug) 개발에 치중하는 것과 흡사하다.

이러한 국내 자원개발생태계에서 자원탐사성공률 증대를 위한 기업규모의 대형화와 공격적인 투자 그리고 이를 통해 에너지산업 분야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동안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지금은 국가 부채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정부는 부채감축 가이드라인에 맞춰 해외 자원개발용 핵심사업들을 서둘러 매각하는 계획을 추진하거나 실행 중에 있다. 그 핵심사업들 가운데 운영권 유지에 필요한 최소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을 과감하게 매각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석유공사가 1조 원을 들여 매입했으나 수익성이 낮아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하베스트의 정유부문 자회사도 최근  900억 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규모가 작거나 수익성이 떨어진 해외 광구들에 대한 지분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가 자원개발산업을 보다 지속가능하고 국민경제에 기여하도록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성찰이 요구된다. 우선, 오일메이저와 글로벌에너지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 방식을 구태의연히 모방하고 따라가는 기존의 에너지공기업 사업방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오일메이저와 글로벌에너지기업들이 광구와 자원영토 확보에 있어 가속적인 성장 (Accelerating Growth)을 이룩해 온 것에 비하면, 그들의 사업방식을 모방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점진적이며 선형적인 성장세(Linear Growth)를 유지해 왔다. 아무리 막대한 돈을 투자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량을 비롯해 사업역량과 기술역량 등의 전반적인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자원개발 가치사슬 중에서 우리나라가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고리들에 더욱 과감하게 집중해야 한다. 자원의 종류에 따른 탐사-생산-수송-정제-제품에 이르는 가치사슬을 종적 및 횡적으로 더욱 잘게 분해하고, 핵심기술과 핵심프로세스에 대한 엄격한 기술수준과 전략성 평가를 실시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자체개발(In-Sourcing)과 해외조달(Out-Sourcing) 대상을 보다 정치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타 산업분야의 앞선 노하우를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의 자원개발사업은 급속한 성장을 실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 자원가격은 국제금융위기 이후 비교적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셰일가스개발 등 비전통자원의 개발과 기술진보에 힘입어 공급량도 늘어 가격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제 보다 긴 호흡으로 장기전망을 가지고 자원개발산업을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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