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도 귀가 있다(壁に耳あり)’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비밀이란 없으니 항상 말을 조심하라는 교훈이다. 아니, 이것은 더 이상 교훈이 아니라 현실이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에 대해 들어보았는가? 사물인터넷은 빅데이터 시대의 기반이 되는 기술적 환경으로, 모든 사물에 센서 및 통신 기능을 결합해 지능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상호 전달하는 네트워크 환경을 뜻한다. 저널리스트 패트릭 터커의 신간 ‘네이키드 퓨처’에서는 사물인터넷의 이용 확대로 인해 변화될 우리의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벌거벗은 미래’라는 제목이 함축하듯이 이미 시작된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놀라운 기회와 위협요소가 공존한다.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너무나 방대한 양 때문에 오히려 유용성이 적어 보였던 ‘빅데이터’는 개인 맞춤형 마케팅을 용이하게 하여 이미 비즈니스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개인마다 보유한 스마트폰 등을 활용하면 과거에는 꿈도 못 꿀 일들이 이미 단순한 기술과 네트워크의 결합으로 가능해지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일본의 긴급 지진속보, 지하 구조물에서 사용하는 라돈 탐지기, 주택보안 시스템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편리한 만큼 개인이 처하는 위험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바로 주변을 돌아보자. 나는 스마트 기기와 센서를 몇 개 가지고 있는가? 나의 경우 지금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으며, 자동차에는 GPS와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다. 이제 이 기기들을 통해 이용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포털 검색 횟수 및 GPS 활용 빈도도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이미 IT기기를 일상생활 깊숙이 활용하고 있으며, 기기들은 서로 긴밀히 데이터를 교환하여 우리의 행동 패턴을 찾아낸다. 아, 그리고 내 책가방 속에는 학술정보원에서 대출한 도서가 2권 들어있는데 잊고 있었다. 요즘에는 도서관에서 대출한 도서에 전자태그(RF-ID)가 부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 책에서 소개된 사례가 문득 떠오른다. 미국 대형 유통회사 월마트와 프락터앤드갬블이 화장품에 전자태그를 붙여 매장 내 감시시스템으로 고객을 감시했다고 한다. 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우리의 실내 활동도 감시되고 있다. 학술정보원 만 해도 169대가 넘는 CCTV가 곳곳에 숨어있는데, 어딘가에 나도 모르는 센서가 더 숨어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수집된 빅테이터의 활용에 대한 의견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먼저 이러한 변화를 기회로 보는 사람들은, 데이터가 결국 ‘예측 가능한 사회’를 만들도록 도와주어 인간의 삶을 개선한다고 본다. 반대 의견은 국가와 거대자본이라는 ‘빅 브라더’ 앞에서 개인이 결국 사생활 정보를 누출당하고 생각과 행동을 통제 받는다는 것이 요지이다. 저자는 전자의 경우에 해당하며, 영리하게 데이터를 활용하여 패턴화 가능한 일은 기계가 처리하고 사람은 더 중요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물인터넷으로 한층 강화된 빅데이터 예측 시스템이 더욱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주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가올 변화를 이해하고 우리에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미래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이 더욱 살기 좋아졌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다. 200년 전에도 아마 왕족은 윤택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윤택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측 가능성이 증가하되 사생활은 사라지는 세상을 받아들일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저자는 독자들에게 “당신의 데이터를 사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사용할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변화 속에서 개인이 기술을 최대한 잘 활용하고 남용을 막으려면, 결국 계속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학술정보원 이준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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