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모든 담뱃값이 2천 원 인상된다. 비싼 담배는 더 큰 폭으로 값이 오른다. 명목적으로 이 정책은 흡연율 인하를 유도해 국민을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훌륭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담뱃값의 인상이 흡연율을 저하시킨다는 논리는 당연하다. 담배도 경제재인데다가 통계적으로도 과거의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을 저하시킨 사례가 있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감이 든다. 왜냐하면 담배는 매우 비탄력적인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는 즉, 담배의 소비는 가격 변화에 둔감하다는 뜻이다. 결국 담뱃값의 인상은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만 늘리고 실제 흡연율을 줄이는 효과는 미미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게다가 또 다른 통계를 보면 한국의 성인 흡연율은 특별히 담뱃값 인상 없이도 꾸준히 하락세를 타고 있다. 그렇다면 담뱃값 인상 정책의 실제 의도는 무엇일까.

지금의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세우면서 선거에 승리했고, 현재 이 공약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증세 없는 복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현재 지하경제의 육성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수급하려 하고 있지만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연금과 같은 복지 정책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담뱃값 인상은 결국 필요한 세수를 간접세로 보충하려는 현 정부의 의도가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이처럼 역진성이 강한 간접세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고자 한다면 가장 피해를 보는 주체는 바로 서민들이다. 물론 부유층들도 담배를 소비하지만 담뱃값이 그들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서민층의 비중에 비하면 매우 적다.

이번 담뱃값 인상을 두고 비흡연자들은 '그냥 담배를 끊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물론 담배를 끊으면 건강도 좋아지고 담뱃값도 아낄 수 있으니 매우 좋다. 그러나 금연은 그들의 말처럼 단순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금연을 요구하는 비흡연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도 매일매일 운동하고 웰빙 음식을 먹으면 모델과 같은 몸매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런데 왜 그러지 못하는가? 매일 공부 열심히 하고 수업도 빼먹지 않고 시험을 열심히 친다면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데 왜 그러지 못하는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것을 비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부가 정말로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 단순히 담뱃값을 인상하는 것보다는 금연 캠페인에 더 많은 돈을 쏟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예산으로는 캠페인 등의 정책을 펼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정부는 가장 비탄력적 상품인 담배의 가격을 올려서 손쉽게 세수를 벌어들이려는 것이다.

대다수의 비흡연자들을 보면 그들은 단순히 이 정책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기에 별 의심 없이 지지하는 듯하다. 그러나 정부의 세수 인상 계획은 이번 담뱃값 인상안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담배에 이어 술, 과자 그리고 생필품의 값도 오를지 모른다. 물론 근거 없는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담배가 아니더라도 간접세로 세수를 올릴 수 있는 품목은 정말로 많다. 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진정한 정책을 생각한다면, 정부는 서민의 지갑은 지켜주는 선에서 다른 정책을 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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