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매스컴에서 갑자기 지구과학의 전문용어인 싱크홀(Sinkhole)이란 단어가 거의 매일 등장하더니, 이젠 이 단어로 인해 도로 위를 다니는 보행자나 운전자, 너 나 할 것 없이 언제 내가 딛고 있는 땅이 싱크홀로 변해서 내가 빠져들어 가는지를 염려해야 하는, 조금은 이상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지구시스템과학에서는, 땅 거죽(지표면)이 갑자기 아래로 꺼지는 현상을 “지반 침하(Land Subsidence)”라고 하며, 싱크홀은 지반침하의 다양한 현상 중의 하나로 구분한다. 그러면 지반(지표면을 지지하고 있던 토사+암석+지하수의 통칭)은 왜 갑자기 아래로 꺼지는가? 간단히 설명하자면, 지표면을 떠받들던 지반 물질의 일부가 자연적 내지 인위적 원인에 의해 빠져나가면서 빈 자리가 발생되어 그 공간으로 지표면이 내려앉거나, 지표면 상부에서의 도시화 등의 인위적 활동에 의한 압력으로 지반 물질들이 압축되어 가라앉게 된다.

지반침하 중에서도 싱크홀이라 함은, 자연적인 지하수의 흐름에 의해 석회암이나 암염 등 물에 용해가 가능한 암반이 녹아서 발생한 지하공간으로 지반 물질들이 쓸려 들어가면서 발생한 지형을 말한다. 따라서 최근 서울 일부지역에서 보고되는 싱크홀이라는 현상은, 과학적으로는 지반침하의 일종으로 “지표 함몰(Surface Depression)” 정도로 표기하는 것이 적합하다. 왜냐하면 이들은 대부분이 기반암이 지하수에 용해되어 발생한 공동으로의 침하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도심지역에서 지반침하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도시란 자연적으로 생성된 환경(지반 환경) 위에 사람들의 다양한 개발과 활동의 결과물들이 덧입혀진 곳이다. 지표면 위로는 어마어마한 무게의 마천루가 들어서고, 지하로는 수많은 터널과 지하공간들이 개발된다. 이 과정에서 땅을 지지하고 있는 지반물질들이 위로부터는 거대한 압력에 노출되고, 아래에서는 지하공간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예를 들어 지하철이 안전하게 운행될 수 있도록) 원래 토사와 암반의 틈(공극)을 채우고 있던 물(지하수)이 인위적으로 배출되어 빠져나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연적인 환경에서 형성된 지반의 안전성은 도심개발과 더불어 급격히 낮아지게 되고, 외부에서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서서히 내지는 급격하게 발생하는 지표 함몰과 공동으로 인해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면 도심지역에서 이런 침하나 싱크홀을 예측하여 피해를 방지할 수는 없을까? 서울을 예로 들어보자. 서울은 용해성 기반암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지반에서 암반의 용해에 의한 싱크홀에 대해서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 국지적으로 광물자원 개발을 위해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잊혀진 갱도가 있다면, 이러한 지역에서는 대규모 지표 개발 시 지반에 가해지는 하중으로 인해 갱도의 붕괴에 따른 침하를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서울에서는, 특히 한강을 중심으로 한 주변의 충적층(고화되지 않은 토사물질) 지역과 과거 하천이었던 지역을 인위적으로 매립하여 조성된 부지들을 도시화하면서 개발한 지역들에서 지반물질의 압축과 지하공간 개발에 수반된 지하수의 유출과 변화가 가장 큰 지반침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지역에서는 개발 이전의 자연 상태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더불어 개발 행태에 따른 지반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고 지반안정성의 변화를 최소화하는 공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서울 도심지 한복판에서 발생하는 지반침하와 싱크홀 현상은 우리 스스로가 지구환경의 변화요인이 되었음을 반증하는 증거이기도 하며, 그 결과로 피해를 입게 되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구가 50억 년의 역사를 가진다는 것은... 우리가 발 디디고 살아가는 이 땅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변화를 거쳐서 안정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한 땅과 지구환경을 우리는 몇 개월도 걸리지 않아서 임의대로 바꾸어 놓는다. 급하지 말자. 적어도 지구환경을 대상으로 하는 어떠한 종류의 공사도 지구 스스로 만들어 온 시간을 초월할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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