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어떻게 다녀왔나?

 가족의 정만큼 소중한 것이 있을까? 지난 사흘간의 추석 연휴를 맞아 우리나라 여기저기에서 오랜만에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과 정을 나눈 사람들이 참 많았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았을 추석 연휴(아래 연휴)에 고향으로 가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많은 이들은 연휴 시작 한 달여 전부터 각자의 방식으로 치열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누군가는 치열한 경쟁의 틈에서 차표를 예매하고, 누군가는 꽉 막힌 도로에서 분통을 터뜨리면서. 비록 연휴는 끝나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여러 방법으로 자신들의 고향으로 향했을 이들의 길을 따라가 보자!

 
바늘구멍과 열차 사이
 
열차의 수요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명절마다 열차표를 예매하는 것은 ‘전쟁’이라고 표현될 만큼 그 경쟁률이 엄청나다. 이렇게 열차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막힐 염려가 없어 시간을 아끼면서도 기차만이 주는 묘한 향수가 사람들을 사로잡기 때문이리라. 이에 코레일은 연휴 기간동안 경부선 KTX를 5회(하행 2회, 상행 3회) 추가 투입·운행했으며 평시보다 110여 회 증편 운행했다. 하지만 이번 연휴 역시 열차표 예약·예매(아래 예매) 전쟁을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 8월 12일과 13일, 양일간 코레일은 인터넷(아침 6시부터 낮 3시까지)과 역·대리점(아침 9시부터 11시까지)을 통해 예매를 실시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예매하는 것은 매우 힘들기 때문에 대학생들 사이에서 예매는 ‘수강신청’에 비교될 정도다. 실제 예매 전날인 8월 11일 기자의 친구 역시 다음 날 아침 6시에 시작하는 인터넷 예매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할 정도였다. 후문을 들으니 그 친구는 다행히 예매에 성공해 즐거운 연휴를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예매 대란은 비단 학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본가가 목포에 있고 수원에서 자취하고 있는 직장인 박연희(26)씨는 이번에도 예매에 실패했다. 명절마다 예매에 실패했던 박씨는 “본가에 내려가는 일은 항상 막막하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예매가 끝나고 이틀 후인 지난 8월 15일. 박씨는 “다행스럽게 고향으로 가는 열차 입석 표를 구했지만 올라오는 표는 구하지 못해 버스로 올라와야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코레일의 공식적인 예매 일정이 끝나고 며칠 동안 서울역은 입석 표라도 구하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들과 달리 예매에 성공해 고향에 편히 다녀온 사람, 이른바 ‘신의 손’들도 있었다. 울산에 본가가 있고 서울에서 자취 중인 안재현(국제관계·09휴학)씨는 “KTX 예매에 성공해 본가에 편히 다녀올 수 있었다”며 “만약 예매에 실패했으면 버스를 타고 갈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열차 대신 버스
 
이번 연휴에 승용차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 교통수단은 버스였다. 추석 버스표 예매는 연휴 날짜 기준으로 한 달여 전부터 코버스*와 전국 시외버스 통합예약 안내 서비스**를 통해 시행됐다. 버스 역시 수요가 많지만 열차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에 예매하는 데 있어서 상대적으로 열차보다는 쉬운 편이다. 본가가 광주이고 서울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김정은(24)씨는 “버스 예매가 열리는 시간을 잘 알아뒀다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아래 앱)을 통해 예매할 수 있었다”며 “비록 도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오랜만에 집도 다녀오고 부모님도 만나고 올 수 있어서 좋았다”고 연휴가 끝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렇게 인터넷 사이트나 앱을 통해 버스를 예매하고 귀향·귀경을 한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대학교에서는 ‘추석귀향 버스(아래 귀향 버스)’를 따로 운영했다. 귀향버스는 일반버스보다 최소 100원부터 최대 1천800원이나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이 교내에서 바로 고향으로 편하게 갈 수 있도록 운영됐다. 신촌캠은 대전, 광주, 부산, 울산 등 총 18개의 노선을 생협 학생위원회에서 총학생회가 위임받아 직접 예매를 진행했으며, 원주캠의 경우 인천, 대전, 대구, 울산, 부산, 전주, 광주 노선을 운영했다. 하지만 작년에 비해 적은 학생들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캠 통학버스 사무실 관계자는 “작년에 비해 학생들의 귀향 버스 이용이 줄었다”며 “학교로 돌아오는 대구와 부산 노선을 따로 계획했으나 학생들의 이용이 적은 관계로 하나의 노선으로 통합해 운영했다”고 답했다. 귀향버스를 이용한 박아무개(정경경영·10)씨는 귀향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오로지 현금으로만 결제해야 했고 귀향버스가 학교에서 출발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더 편리했다”고 답했다.
 
누가 뭐래도 승용차
 
기차와 버스의 넘치는 매력에도 명절 교통수단 부동의 1위는 단연 승용차다. 국토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추석 연휴 교통수요를 조사한 결과 대략 3천513만 명이 이동했다. 이용교통수단으로 ▲승용차(83.7%)가 가장 많았고 이어 ▲버스(11.9%) ▲철도(3.4%) ▲항공기(0.5%) ▲여객(0.5%) 순으로 집계됐다. 승용차를 이용한 경우는 집과 친가·외가의 거리가 가깝거나 가족들과 함께 사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자 역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에 속해 승용차를 이용해 시골에 다녀왔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만큼 승용차를 이용한 귀향·귀경길은 또 다른 의미의 ‘전쟁’이다. 열차의 경우 예매가 전쟁 같다면 승용차는 교통체증과의 전쟁이다. 명절마다 뉴스에서 승용차들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고속도로에 끝없이 늘어서 주차돼(?)있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봤을 것이다. 정부나 각종 언론에서는 국도나 우회도로를 이용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추천하지만 큰 효과는 없다.
이번 연휴에도 늘 그렇듯이 교통체증으로 많은 사람들이 길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반면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편하게 귀향·귀경을 한 사례도 있었다.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직장인 이정원(24)씨는 “상대적으로 승용차들의 움직임이 뜸한 새벽 2~3시 이후의 시간대를 이용해 이동하면 교통체증을 덜 경험할 수 있다”며 “이번 연휴에 심각한 교통체증 없이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른 바퀴를 굴리며 고향을 다녀왔지만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은 모두 똑같지 않았을까. 예년보다 다소 빨랐던 추석이었지만 우리 곁으로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은 기분은 기자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연휴는 끝났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가족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을 원동력으로 삼아 얼마 남지 않은 2014년을 알차게 보내는 것은 어떨까? 다음 명절인 ‘설날’에 가족들과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코버스 :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으로 고속버스 티켓을 예매할 수 있으며 운행 정보 등을 실시간 제공해주는 사이트(http://www.kobus.co.kr)
**전국 시외버스 통합예약 안내 서비스 : 전국 시외버스 티켓을 예매할 수 있으며 노선 및 운행 정보 안내 등을 볼 수 있는 사이트(http://www.busterminal.or.kr)
 
 
글·사진 이준호 기자 
bonojun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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