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냐 사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지난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인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최근 청와대가 지명한 후보자들이 국회의 인사청문회 전후로 줄줄이 낙마했다. 이번 정부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국회의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57명이었고, 이 중 무려 9명이 중도에 낙마했다. 이들의 낙마 사유로는 ▲병역면제 의혹 ▲위증 ▲부동산 투기 의혹 ▲전관예우 ▲역사관 문제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제기됐다. 이러한 고위 공직 후보자의 낙마 사태는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꾸준히 발생했으며 현재까지 258명의 인사청문 대상자 중 24명이 부결, 철회, 자진사퇴 등으로 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부실한 사전 검증 시스템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인사청문회가 정치적 논리에 의해 휘둘리고 후보자의 적격성 판단보다는 무차별적인 흠집 내기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인사청문회 제도는 존재해야 하며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정일섭 교수는 “인사청문회 제도가 취지에 완전하게 부합하고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제도 도입에 따른 많은 성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승함 교수(사과대·정치외교학)도 “인사청문회 제도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존재했기 때문에 부적격자를 골라낼 수 있던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사청문회와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알아보자.

인사청문회란 무엇인가

인사청문회란 고위 공직에 지명된 후보자가 해당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있어 적합한 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췄는지 여부를 국회가 검증하는 제도를 말한다. 과거 권위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견제할만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이로 인해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 고위직에 임명될 가능성이 높았고, 이는 곧 행정부의 효과적인 업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폐단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대통령의 자의적 임명권에 제한을 두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인사청문회의 도입은 지난 2000년 6월에 국회가 제정한 「인사청문회법」이 그 시작이며 이후 지금까지 6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청문 대상을 확대해왔다. 인사청문회의 효과에 대해 김종철 교수(법과대·헌법학)는 “국회에서 대통령이 아무런 기준 없이 독단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을 견제하고 후보자의 문제점을 점검해 부적격자를 걸러낼 수 있다”며 “동시에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인사청문회의 검증을 통해 고위 공직자가 공식적으로 임명의 정당성을 부여받음으로써 업무 수행에 필요한 권위를 확보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인사청문회의 절차는 우선 정부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임명동의안을 받은 국회에서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아래 인사청문특위)를 구성하고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거쳐 청문회 결과를 문서로 작성해 국회 본회의 표결에 회부해야 한다. 국회 본회의에는 과반수의 의원들이 출석해야 하고 그 중 과반 수 이상이 찬성할 경우 임명동의안이 통과된다. 최종적으로 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을 20일 이내에 끝마쳐야 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인사청문회의 대상이 되는 공직후보자 가운데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 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인사청문특위에서 실시하는 청문회의 대상이며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아야 임명된다.
그 외 ▲국무위원(장관)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은 반드시 소관 상임위원회가 실시하는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들 같은 경우 국회에서 청문회만 열 뿐 임명동의안 표결은 하지 않고 내정자의 적격 여부에 대한 의견을 담은 경과 보고서를 제출하는데 대통령이 이를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국회와 언론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검증을 공유하고 있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자들은 임명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경과 보고서를 무시한 채 공직자 임명을 강행한 경우도 없지 않다. 지난 3월 15일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의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 국회의 청문보고서가 통과되지 못했지만 박 대통령은 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공직자의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인사청문회의 논란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지 14년이 넘었다. 하지만 도입부터 지금까지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고도예(행정·11)씨는 “청문회를 보면 여당과 후보자는 자신들의 잘못을 변명하거나 감추기에 급급하고 야당은 청문회 전반에 걸쳐 사소한 꼬투리잡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며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그릇된 인식이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가 논란이 되는 이유를 둘러싸고는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 인사청문회가 고위 공직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국회 차원의 객관적인 검증도구로써 활용되기보다는 여야 간 정파적 이해관계에 근거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김 교수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는 합리적이고 일관적인 기준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만을 따지거나 지나치게 신상과 관련한 사안만을 지적하는 등 청문회가 오용돼 부작용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발생되는 일명 ‘신상털기’로 인해 후보자의 전문성보다는 도덕성 검증에 더 치중하게 되고 후보자의 사생활침해 논란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도덕성도 중요하지만 능력이나 자질에 대한 검증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후보자들에게 제기되는 의혹들이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양 교수는 “병역 기피, 위장전입, 투기, 표절, 탈세를 지적하는 것이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고위공직에 오를 사람들은 반드시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인사청문 기간이 짧다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법에 규정된 총 20일 동안의 시간으로는 충분한 인사검증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충분한 시간과 자료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20일이면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다. 양 교수는 “20일 동안 제대로 검증한다면 충분한 시간”이라며 “기간이 지금보다 늘어나면 국정 공백이 너무 커진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허위진술에 대한 법적처벌 근거가 부재 한다는 것도 하나의 문제점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경우 공직후보자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위증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5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행법에서는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허위진술을 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결국 사람이 문제다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그 누구도 통과하기 어려운 인사청문회 검증 시스템이 결과적으로 연이은 총리 및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불러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야와 학계 모두 청문회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에는 공통적으로 동의하고 있음에도 현재 합의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여당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를 하게 되고 야당에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들이밀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고위 공직의 적격성에 대한 기준을 사회적 눈높이에 맞춰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선에서 설정하고 서로 협력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양 교수는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기에 앞서 제대로 된 사람을 물색하고 추천하는 것이 먼저”라며 “현 기준이 엄격하다고 해도 청문회가 가지는 교육적 효과를 고려할 때 도덕성에 대한 기준을 낮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양 교수가 말하는 교육적 효과란 인사청문회의 엄격한 기준을 통해 ‘고위 공직자가 되려면 도덕적 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인식을 사회 전체에 확산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적 효과 측면에서 볼 때, 도덕성의 기준을 낮춰버리면 사회의 전체적인 부패를 조장하게 된다. 양 교수는 “여기서 말하는 도덕성이라는 것은 법”이라며 “적어도 법을 어기는 사람이 높은 권한을 가지고 법을 집행해야 하는 고위 공직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인사청문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후보자들이 왜 그렇게 낙마 사유가 되는 도덕적 결함을 가지게 됐는지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지 않다.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사람 모두가 변해야 한다. 제도만 개혁해서 검증의 기준을 낮춘다는 것은 결국 능력은 되지만 도덕성의 문제가 있는 사람을 뽑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옳은 방법일까? 사회 전반의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석현 기자
shk920211@yonsei.ac.kr
그림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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