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부근에 위치한 한탄강 주변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있는데,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붙여서 한타바이러스(Hantavirus)라 불리게 되었다. 한타바이러스는 피가 흐르고 열이 나는 증상인 출혈열을 일으키기 때문에 6.25 한국전쟁 당시 UN군에게는 매우 두려운 존재였다. 당시 UN군 중 3,200명의 출혈열 환자가 발생하고 상당수가 사망할 정도로 큰 타격을 주어서 한타바이러스는 적군이 살포한 생화학 무기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였다고 한다. 한타바이러스와 여러 면에서 유사한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는 아프리카 콩고 강의 상류인 에볼라 강에서 처음 환자가 발견되어서 에볼라 바이러스라 불리게 되었다. 에볼라 바이러스 역시 심한 출혈열을 일으키기 때문에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서 탄저균처럼 생물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생명체가 DNA만을 유전체(혹은 게놈)로 이용하는 데 반해서 바이러스는 DNA외에도 RNA를 유전체로 가지는 경우가 있다. RNA는 DNA와 달리 돌연변이가  잘 생기는 불안정한 물질이다. 사람 몸에 병원균이 들어오면 사람의 면역체계가 억제를 하게 되고, 동일한 병원균은 기억을 해서 쉽게 억제한다. 그러나 돌연변이가 생긴 변종은 면역체계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예를 들자면, DNA 바이러스에 의해서 생기는 수두는 어린이들이 한번 걸리거나 예방주사를 맞으면 평생 수두를 다시 앓지 않지만, RNA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종이 쉽게 생기기 때문에 매년 새로운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이외에도 문제가 되고 있는 AIDS 바이러스, 구제역 바이러스, 사스(SARS) 바이러스, 메르스(MERS) 바이러스 등이 유전체를 RNA로 가지는 바이러스들이고, 에볼라 바이러스 역시 RNA를 유전체로 가지고 있다. 따라서 RNA 바이러스들은 다양한 변종 때문에 백신 만들기도 어렵고, 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가지기 쉬워서 위험한 바이러스라 할 수 있다.

얼굴에 심한 흉터를 남기는 천연두 바이러스는 백신이 개발된 이후에 1970년대 후반 소말리아에서 마지막 환자를 끝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는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사람 이외에도 박쥐와 같은 야생 동물들에게도 감염될 수 있어서 사람 사는 곳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한다 할지라도 아프리카 깊은 밀림의 박쥐가 변종 바이러스를 품고 나타나서 사람을 물게 된다면 새로운 아웃브레이크(outbreak)가 나타날 수 있게 된다. 비슷하게 급성 뇌질환을 일으키는 광견병 바이러스의 경우, 늑대, 여우, 너구리 등의 야생동물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광견병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야생동물이 좋아하는 미끼에 백신을 섞어서 살포하는 방법이 종종 사용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를 박멸하기 위해서는 유사한 방법이 사용될 수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최근에 미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을 지맵(Zmapp)이라는 신약으로 완치했다고 한다. 지맵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단백질에 대한 항체 몇 종류를 섞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체는 사람과 같은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면역 물질이다. 예를 들면 예전에 뱀에게 물렸을 때 사용하던 해독제는 말에서 추출한 뱀독을 인식하는 항체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항체는 바이러스의 단백질 일부분을 인식해서 억제하므로 이 부분이 돌연변이로 바뀌게 되면 치료제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지맵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일부가 변하더라도 작용할 수 있도록 한 종류가 아닌 여러 종류의 항체를 섞어서 치료제로 만드는 방법을 사용했다. 항체는 단백질의 일종이기 때문에, 화학물질로 된 약에 비해서 독성이 적다. 따라서 이번 경우처럼 대규모 임상 시험 없이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에 곧바로 사용했지만 큰 부작용이 없었다. 그렇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항체 치료제는 1회 주사에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이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지역인 아프리카에서 이렇게 비싼 항체 치료제를 쉽게 사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피해자는 비단 사람만이 아니었다. 2006년도 사이언스 지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약 5,000마리의 아프리카 고릴라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서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에볼라 바이러스 아웃브레이크마다 각각 91%와 95.8%의 야생 고릴라가 사라졌다고 한다. 사람의 경우,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사람들을 괴롭히며 뉴스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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