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군 수뇌부에서 병사들의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병사들의 스마트폰 이용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호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더 많다. 나아가 자신의 직/간접적인 군 경험이나 인상에 비추어 절대 반대 혹은 불가능을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병사 개개인뿐만 아니라 군 임무수행의 미래를 위해서도 스마트폰은 결국 시스템 내부로 완벽하게 포용해야 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병을 제외해야 하는 마땅한 이유는 찾기 어렵다.

나아질 점으로 병사 개개인과 사회 간의 지속적인 관계가 가능해지는 것, 그리고 고립감이 덜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보다 안전해지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군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분명히 좋은 소식이며, 어쩌면 수십 년 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군대에 대한 인식 전환까지 짧은 기간 내에 가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군대가 단절이 아닌 사회와의 연속성을 조금 더 가지게 될수록, 군 입대를 슬퍼하는 마음이 줄어들진 않더라도 안에서의 삶의 질은 분명 조금씩 더 좋아질 터이다.

가장 주요한 문제로 거론되는 스마트폰 이용에 따른 보안 위협은 이미 사용 중인 간부 계급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어쩌면 더 고급 정보, 정말로 중요한 정보에는 간부들만이 접속하고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더 큰 위험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두 경우 모두 타의적인 누출에 대해서는 현재 대부분의 간부들이 구글 안드로이드와 같은 개방형 OS를 사용하기 때문에 백신 프로그램이 깔려 있음에도 새로운 위협에 언제나 취약하다. 안드로이드에서 모든 애플리케이션은 해킹이 가능하고, 해킹할 수 있게 핸드폰을 원격으로 통제하는 권리를 얻는 것은 사용자가 받은 경품 주소 클릭 한 번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그 클릭이 가면을 쓴 해킹 프로그램 동의로 바뀌게 만드는 것은 걸음마처럼 간단하다. 이는 윈도우즈의 탐색기에서처럼 안드로이드가 모든 파일을 조회 및 수정이 가능케 해두었기 때문에 가능한데, 이런 정보기술 환경에서 간부에게는 허용된 스마트폰이 병사에게는 보안상의 이유로 절대 금지되어 있는 것은 공평하거나 합리적인가? 단지 여태 계급 간 차별을 두어 온 역사가 관성을 부여하고 있을 뿐이다. 그 관성을 우리는 보상심리라 부른다.

한편 병사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양지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일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병사들의 스마트폰 무단 반입과 사용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알고 있다. 그런 병사의 수가 많으니 수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정말로 보안 사고를 예방하려면 이런 음지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을 방치할 게 아니라 관리 범위 안에 넣어야할 텐데, 지금의 구조는 보안 누출이 일어났더라도 파악이 어렵고 무단 반입에 대해서도 영창이라는 개인적인 처벌로만 끝난다. 개인적 처벌은 구조적 방치인 것이다. 정말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것은 지금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야말로 미봉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병사의 스마트폰 사용 금지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보안대책과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무엇보다 상황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건강한 의지다. 언젠가는 바꾸어야 하고, 그 적절한 언젠가는 지금일지도 모른다. 가만히 있는 이에게 얼마나 많은 비극이 닥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는가?
미군을 비롯한 선진군대들은 단지 모병제여서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과학기술을 쫓아가 자신의 것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스마트폰과 ICT 기술을 연구하고 장려한다. 병사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용 가능케 하는 데 있어서 우리나라도 충분히 창의적일 수 있다. 당장 사회에서 사용해온 스마트폰을 모든 병사들이 일시에 들고 들어가 곧장 사용하는 방안만이 있는 게 아니다. 제조사와 협력하여 폐쇄형 OS가 설치된 기기를 배부하거나, 중고 기기들을 기능 제한을 걸어 배부하거나, 일과시간은 물론이고 특정한 시간대에만 작동할 수 있게 설정하거나, 답은 여러 가지다. 전문가들이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단지 잠깐의 자유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병사들의 자유를 논의의 초점으로 삼으면 군대는 그것을 조금씩 희생하고 가는 곳이라는 말을 곧잘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그렇게 청춘들의 시간과 자유를 희생해서 지키고자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희생이 국방에 도움이 될 때뿐이다. 안보를 최고의 가치로 잡고 제로베이스에서부터 차근차근 생각해보아도 병사의 스마트폰 사용이 결코 국방에 누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오히려 긴 관점에서는 개방적인 정책이 많은 문제를 예방하는 건강한 해결책에 가깝다. 잇달아 일어난 대형사고 연후에 나온 발언이라 자칫 사고들과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을까 우려되나 모처럼 군대 조직의 최상층에서 나온 개혁의 목소리인 만큼, 이해관계보다 정책의 타당성을 따져 올바른 결정이 내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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