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프렌즈 작가 호조를 만나다

 

한 번‘도’ 내려받은 적이 없을지 몰라도, 딱 한 번‘만’ 내려받지는 않았을 이모티콘. 그래서 이모티콘을 한 번 내려받기 시작한 사람들은 이모티콘 함에 적어도 세 개 이상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카카오톡(아래 카톡)을 내려받으면 무료로 제공되는 이모티콘, 카카오 프렌즈*는 단연 인기다. 당신도 카카오 프렌즈라는 이름은 모를지라도 어떤 이모티콘인지는 알 것이다. 이들을 탄생시킨 작가 호조(본명 권순호)를 만나보자.

하나의 이모티콘이 탄생하기까지

카톡으로 대화할 때 재미를 더해주는 이모티콘은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모티콘 한 세트에는 ‘잘 자’, ‘안녕’, ‘사랑해’ 등 12가지 표현이 들어간다. 권씨는 이모티콘을 만들 때 사람들을 열흘 정도 관찰한 뒤 작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딱 보면 공감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하는 독자라면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사이의 관계나 성격을 알지도 모르겠다. 연인 관계인 ‘프로도’와 ‘네오’, ‘무지’ 옆에 있지만 그 속을 알 수 없는 ‘콘’ 등이 그렇다. 그는 “구상 초기에는 스토리가 없었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넣었다”며 “하지만 지난 2013년에 내놓은 이모티콘 ‘오피스 라이프’ 이후에는 카카오 프렌즈 작업을 하지 않아 스토리가 중단됐다”고. 현재는 ‘카카오’에서 카카오 프렌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권씨는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운 순간으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를 꼽았다. 그는 “혼자 작업하는 특성상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어 힘들다”며
“이때는 머릿속에 그린 상황을 거울 앞에서 표정 지어보거나 인터넷에서 키워드를 검색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마감 시간을 못 지킬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그는 “다른 사람이 보기엔 단순한 것 같은 선이 원하는 대로 그려지지 않을 때”도 어려운 순간으로 꼽았다.

대화창을 넘어 현실에서 만나다

카카오 프렌즈는 이제 카톡 대화창을 넘어 현실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카카오 프렌즈의 인기는 팝업스토어, 대중매체에서 실감할 수 있다. 팝업스토어란 짧은 기간만 운영하는 상점으로 '떴다 사라진다(pop-up)'는 의미에서 붙여진 말이다. 지난 4월 4일부터 20일까지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카톡 팝업스토어 '플레이 위드 카카오 프렌즈'가 열렸다. 우리대학교 신촌캠과 가까워서인지 많은 학생이 이곳을 방문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권씨는 시간이 맞지 않아 한 번도 팝업스토어에 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대신 그는 “블로그나 SNS상에 올라온 사진을 봤다”며 “예쁘게 잘 꾸며 놨을 뿐만 아니라 이모티콘 특유의 표정을 잘 살려 뿌듯했다”고 말했다. 특히 피규어로 전시해 놓은 카카오 프렌즈는 본인이 봐도 정말 똑같아 놀랐다고.
카카오 프렌즈를 패러디한 tvN ‘코미디 빅리그’의 ‘까톡 친구들**’을 봤느냐는 질문에 그는 “봤다”고 답했다. “내용도 그렇지만 코미디언들이 이모티콘을 잘 표현해 특히 재밌었다”며 “「별에서 온 그대」의 신성록 씨도 프로도와 느낌이 많이 닮아 신기했다”며 웃었다. 이렇듯 그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자신이 만든 이모티콘이 눈에 띄면 인기를 실감한다고 한다.

이모티콘과 그것을 바라보는 호조

 그가 생각하는 이모티콘은 대화의 연장선이다. 그는 “이모티콘은 문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가능하게 한다”며 “뿐만 아니라 이모티콘을 사용함으로써 대화 분위기를 좀 더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작정 이모티콘을 쓰기보단 상황에 맞는 것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작가인 그도 친구와 카톡을 할 때 가끔 자신이 만든 이모티콘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모티콘은 무엇일까. 바로 어피치가 누워서 팔을 괴고 있는 이모티콘이다. 권씨는 “대화를 하다 보면 애매한 상황이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유용하다”고 전했다. 어피치가 눈을 반짝이며 무언가를 부탁하고 있는 이모티콘과 부들부들 거리며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이모티콘도 자주 애용한다고. 하지만 그는 “가끔 뭘 써야 할지 고민될 때가 있다”며 “내가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본 친구들은 ‘자기가 만든 거 가지고 왜 그러느냐’며 어이없이 웃기도 한다”고 전했다.

카톡 대화를 한층 더 즐겁게 하는 이모티콘. 앞으로 그리고 싶은 이모티콘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권씨는 “2~3가지 구상해 놓은 것이 있다”며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모티콘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 재미를 준 그가 앞으로 선사할 새로운 즐거움은 무엇일지 기대된다.

*카카오 프렌즈 : 검은 정장과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힙합 가수 Jay-Z의 열렬한 팬 ‘제이지(Jay-G)’, 부잣집 도시 개 ‘프로도’, 새침하고 사나운 단발머리 고양이 ‘네오’, 단무지이지만 토끼 옷을 입고 있는 ‘무지’, 작은 발이 콤플렉스여서 큰 오리발을 착용하는 오리 ‘튜브’, 악동 복숭아 ‘어피치’, 무지 옆에 말없이 있는 악어 ‘콘’.


** 까톡 친구들 : tvN ‘코미디 빅리그’의 한 코너로 코미디언들이 카톡에서 사용되는 이모티콘을 재밌게 패러디한 것

염지선 기자
jsyeom@yonsei.ac.kr
<자료 사진 카카오, 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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