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짝짝짝짝짝!!” 경기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전국이 응원 소리로 뜨겁게 달궈졌던 그때.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아파트 단지나 광장, 학교 운동장 등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거리응원의 무대가 됐다. 빨간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옷장에서 빨간 반팔 티셔츠를 꺼내 입고 거리로 나와 세계의 축제인 월드컵을 즐겼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당시 전 국민의 47%인 2천194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는 건국 이후 최대 인파가 모인 것으로 당시 외신에서는 ‘정부가 동원한 인원이 아니냐’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붉은 악마가 돼 거리응원에 참여했다.
올해도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낼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에 맞춰 모든 준비를 마치기 위해 브라질 전역은 밤낮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우리나라 또한 다시 그 열기를 불태울 준비를 하는 듯 했고 사람들은 ‘4강 진출’ 신화가 바로 이번 브라질에서 재현되길 바라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러나 불현 듯이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아래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앙이 발생했다.

슬픔에 잠긴 우리나라, 고민에 빠진 거리응원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가운데, 월드컵 시즌이면 거리응원을 위해 수만 명이 운집하던 시청 앞 광장에는 수백 명에 달하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슬픔에 빠진 국민들의 발길이 끊길 줄 모르고 있다. 애도의 의미로 한동안 흥미 위주의 방송프로그램들이 결방됐고 대학축제나 콘서트 등의 많은 행사들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은 바로 이렇게 비통한 분위기 속에 다가오고 있었다.
거리응원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세월호 참사 애도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이번 월드컵 때도 거리응원이 진행될지 미지수다. 특히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광화문이나 서울광장 앞 거리응원에 대해 서울시는 “별도의 계획이 없으며 월드컵 경기장 개방 여부에 대한 사항도 현재 정해진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지금도 서울광장에는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면 연세로는 어떨까.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에 따르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인천시도 거리응원에 대해 “현재 검토 중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약 2주 후 결정되면 인천시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할 예정”이라고 말했고 원주시도 마찬가지로 “아직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물론 거리응원을 그대로 진행하는 곳도 있다. 청주시는 오는 6월 18일 아침 7시, 23일 새벽 4시와 27일 새벽 5시 우리나라 경기가 있는 날 청주체육관에서 응원전을 펼칠 계획이다. 지난 2013년에 이미 5천만 원이라는 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이미 계획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밖의 충청북도 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월드컵, 그저 즐겨도 될까?

이러한 상황에서 월드컵을 맞이하는 자세에 대해 ‘축제 분위기를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과 ‘세월호 참사와 월드컵은 별개다’라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강서현(ASD·13)씨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이번 월드컵은 자제가 필요한 것 같다”며 “월드컵을 즐기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월드컵 때문에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세월호 참사가 국가적 비극인 것은 맞지만 세월호 참사와 월드컵은 별개라는 의견도 있다. 아직 나라 전체가 슬픔에 빠져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월호 참사 때문에 월드컵문화를 국가적 차원에서 자제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가영(독문·12)씨는 “월드컵 기간에 월드컵을 즐긴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박성동(국제관계·08)씨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인식은 하되 월드컵이 세계적인 축제인 만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월드컵 특수, “혹시 모르니 준비는 합니다”

월드컵 시즌은 상인들에게 한껏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이 기간의 특수 준비로 바쁜 시기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상인들 역시 ‘어떻게 이번 월드컵을 맞이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강남역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이병일(29)씨는 “아무리 월드컵이 가게 입장에서는 대목이라 하더라도 국가적인 비극을 맞이한 상황에서 마냥 돈벌이만 생각할 수는 없다”며 조심스레 운을 뗐다. 이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의 특성상 어느 정도 수요는 있을 것으로 파악돼 대형스크린을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이전 월드컵만큼의 매출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월드컵이 이전의 월드컵과 다른 분위기임은 분명하다. 아직도 실종자들이 차가운 바다 아래에 있는 현재 상황에서 월드컵을 즐기는 것이나 거리응원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다가오는 월드컵을 외면할 수만은 없는 법. 어느 월드컵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성숙한 응원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부디 다가오는 축제를 현명하게 맞이해 상처받은 마음에 ‘치유’와 ‘위로’를 전할 수 있는 행사로 거듭나는 월드컵이 되길 기원한다.

 

강달해, 염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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