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주인공은 부적을 품에 안고 시간여행을 떠난다. 또 영화 「전우치」에서는 주인공이 부적으로 각종 도술을 펼친다. 이처럼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서 신비로운 존재로 등장하는 부적. 귀신을 쫓기 위해, 연인 간의 사랑을 위해, 때론 누군가를 저주하기 위해. 그야말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적의 쓰임은 제각각이다. 드라마에서와 같은 큰 염원이 아니더라도 때때로 사람들은 소소한 바람을 부적 속에 담아낸다. 오늘 기자가 한 번 부적에 관한 ‘썰’을 풀어보겠다. 읽는 당신은 믿거나 말거나.

마음을 열고 부적에 대해 알아보기!

한 장의 종이가 사람들의 소망을 들어준다는 이야기는 사실 ‘미신’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신’임에도 불구하고 부적은 일상 속에서 널리 쓰이는 친숙한 존재다. 그렇다면 부적, 과연 그 정체는 무엇인가? 부적에 관해 좀 더 깊게 알아보고자 부계사 법진스님을 찾아갔다. 법진스님은 “가장 먼저 고정관념을 깨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해서 거짓은 아니듯 비록 미신일지라도 그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부적을 접하라는 뜻. 무엇인가 진심으로 믿으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부적에서도 통하기 때문이다.

스님은 “부적은 사람들의 내면에 있는 환상을 코드화시킨 도구”라며 “정성과 공경을 다해 진심으로 자신의 뜻을 이루기를 바랄 때 그 기운을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부적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무엇보다 ‘정성과 공경을 들이고 그 힘을 진심으로 믿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적은 그렇게 뚝딱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냐

부적을 만드는 방법은 어디서 배웠냐는 기자의 질문에 스님은 “지식적인 부분이야 책에서 얻지만 부적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적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부적은 만드는 사람의 무의식이 반영되기 때문에 누가 만드는지에 따라 그 효험이 다르다. 스님은 “평소 정성과 공경에 관련된 일에 관심이 많다면 무의식이 반영돼 부적이 더 좋은 효과를 내기 쉽다”고 말했다.
‘찰떡궁합’, ‘천생연분’, 사람들 간 ‘딱 맞는 인연’을 나타내는 이 말들은 부적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부적을 만드는 사람의 기운과 부적을 사용하는 사람의 기운 간의 궁합 역시 중요하다는 것! 사람도 서로 맞는 사람이 있고 맞지 않는 사람이 있듯 기운도 낯을 가린다. 물론 기운이 맞지 않다고 악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부적이 더 큰 효과를 내기 위해선 제작자와 사용자의 기운이 잘 맞는 것이 좋다고.
알록달록한 부적을 보며 번뜩이는 궁금증 하나. 부적은 왜 노란 종이에 빨간 글씨일까? 노란 종이가 뜻하는 것은 바로 ‘기’를 상징하는 태양. 그리고 빨간 글씨는 물질을 뜻한다. 즉 부적의 노란색 종이와 빨간 글씨는 물질에 기를 불어넣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또 태양은 ‘양’의 기운을, 물질은 ‘음’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 음양의 조화도 이뤄진다고.

다양한 부적, 그리고 그것을 지니는 사람들

다양한 인간의 바람을 보여주듯 부적의 종류는 재물부적, 소원성취부적, 재수부적 등 수도 없이 많다. 가장 인기 있는 부적은 바로 남녀 간의 합일에 관련된 부적이나 재물부적이라고. 세대별로 보자면 20대는 남녀 간의 애정관련 부적, 30대는 진로에 관련된 부적, 4,50대는 자식에 관한 부적이 인기가 있다고 하니 어찌 보면 부적이 한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런데 부적은 특히 4,50대에게 인기가 많다고. 어릴 때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지식들만을 중시하지만 나이가 들며 단지 그것만으로는 한계를 느낄 때 이런 부적사랑이 발생한다는 것! 아직 20대인 필자지만 어르신들의 부적사랑, 조금은 이해해보기로 했다.

부적을 사용해 실제로 결혼에 성공하고 자식을 얻은 사람들의 소식이 종종 스님의 귀에 들려온다고 한다. 누군가는 우연의 일치라고 하겠지만 어쩌면 이것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부적을 부정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열린 마음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면 신기한 것들이 눈에 더 많이 들어올 지도 모르는 일이다.

박진형 기자 
pjhy928@yonsei.ac.kr
<자료 사진 법진스님 개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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