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4일 여섯 번째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이를 앞두고 언론사들과 여론조사 기관들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여당과 야당은 물론이고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도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왔다. 민심의 향배를 가늠하기 위한 것이다. 지역 주민의 대표가 되려는 후보들이 여론조사 결과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고도 바람직한 일이다. 여론조사는 후보자의 효과적인 득표 전략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당선 전의 공약을 당선 후 실행할 때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유권자들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자신의 선호가 해당 선거에서 차지하는 상대적 위치와 가치를 가늠한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에 따라 유권자는 자신의 투표 행위에 적극적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신뢰성과 타당성을 가져야 한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 여론조사의 오차를 보정하려고 노력한다. 민심의 왜곡을 막고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여론조사 기법이 정교하더라도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의 동향을 정확히 반영하기는 어렵다.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낮고 여론조사에 대한 응답률이 저조할 때도 그렇지만, 돌발 변수가 발생해 민심이 요동칠 때는 더욱 그렇다.
가능성은 낮지만 여론조사에 사익이나 당파성이 개입된다면, 여론조사는 오히려 여론을 호도하거나 왜곡할 수도 있다.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한 시점에서 제한된 유권자들만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가 민의를 정확히 대변할 수는 없다. 고의로 여론조사를 조작하지 않더라도, 현행 여론조사로는 민심을 정확히 읽어내기 어렵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KT 집전화번호부를 활용해 실시된 여론조사의 경우도 그렇다. 이 경우 낮 시간대에 KT 전화에 응답할 수 없는 직장인들의 표심은 과소대표될 수밖에 없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집 전화와 휴대전화를 동시에 활용해 표본을 추출하는 방식을 쓰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많은 기술적 장애뿐만 아니라 모집단의 대표성 문제 역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더욱 큰 문제는 완벽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나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후보자들로서는 더욱더 여론조사의 조작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밴드왜건 효과란 유권자들이 1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에 편승해 투표하는 경향을 의미하고, 언더독 효과란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후보에게 동정표를 몰아주는 경향을 의미한다. 어느 경우건 국가와 지역의 공익에 헌신할 대표자를 뽑기 위한 합리적 선택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곧 다가올 6월 4일에는 지역에 헌신할 대표자를 선출하기 위해 주권자로서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실체 없는 여론조사에 휩쓸리지 않고 신성한 주권을 주체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맹자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주위의 동료들이 추천하고 경험 많은 정치인들이 추천하더라도 아직은 더 살펴봐야 한다.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추천하면, 그 때 가서 자신이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고 선택하라.” 여론은 국민 대다수의 공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유권자의 투표 행위에 유용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합리적 선택의 최종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이 형성한 공론을 읽고 내리는 유권자 자신의 주권적 판단과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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