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문화재’를 문화재로 등록하는 것에 대해 논하기 전에 먼저 어떤 것이 ‘문화재’로 등록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자. ‘문화재’의 사전적인 의미는 ‘문화 활동에 의하여 창조된 가치가 뛰어난 사물이며, 문화재 보호법이 보호의 대상으로 정한 유형·무형·민속 문화재, 천연기념물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백과사전에 의한 정의를 몇 가지 더 살펴봐도 계속해서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가치’와 ‘보호’이다. 한 마디로, 문화재란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네거티브 문화재들을 가져다 두고 한 번 물어보자. “이것은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문화재청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수탈과 관련된 지정문화재는 5건이다. 구 서울역사, 구 서대문형무소, 구 제일은행본점, 구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부산지점과 목포지점이다. 이곳들은 독립투사들을 고문한 현장인 동시에 금융·식량·인력 탈취의 공간이었다. 일제강점기 수탈과 관련된 등록문화재는 52건에 이른다. 일제강점기 한센병 환자들이 강제로 정관 수술을 당하고, 죽어서는 해부를 당해야 했던 등록문화재 제66호 소록소 갱생원 검시소, 호남평야의 쌀 수탈의 증거물인 쌀 보관창고 구 삼례양곡창고 등이 있다. 일제강점기가 아닌 한국전쟁의 비극을 보여주는 것들도 많다. 나열하기조차 힘든 네거티브 문화재의 가치를 물어본다면 당연히 가치가 있다. 그것이 식민지배의 역사이든 동족상잔의 비극이든, 그것 역시 우리의 역사이며 기억해야 할 역사이다.
 그런데 문제는 가치가 있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을 ‘보호’해야 하는가? 한국의 문화재 보존은 손상된 문화재를 복구하는 ‘복원’과 발굴된 상태 그대로 두는 ‘보존’ 두 가지가 있다. 만약 네거티브 문화재를 복원한다면, 이것이 국가 예산을 들여 복원을 할 만큼 역사적 혹은 문화적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보호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쓴다는 것은 국민의 합의가 필요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복원이 대체로 경제적 문제라면 보존은 복합적 문제이다. 일제의 자원 수탈로 이용되었던 등록문화재 302호 부산 송정역은 지역 거주민들로부터 “침략의 잔재이자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송정역을 철거하고 교통난 해소와 송정동 발전을 위해 새로 도로를 놓아야 한다”는 민원의 대상이 되었다. 1930년대 역사 건축을 잘 보여주는 건축물이기는 하나 일제강점기의 잔재이기 때문에 지역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등록문화재 363호인 ‘구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은 아무런 손길 없이 그저 폐가의 몰골로 그곳에 있을 뿐이다. 가치가 있는 것이 분명한 네거티브 문화재의 보호는 복원도, 보존도 쉽지 않다.
다시 한 번 네거티브 문화재들을 놓고 물어보자.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정답은 없다. 가치는 있지만 보호하는 것에는 난관이 많다. 그래서 문화재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보호할 만한 가치를 연구하여 네거티브 문화재가 문화재로 등록되어 보호 받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게끔 설명해야 하고, 복원이나 보존 결정을 할 때에도 지역 상태를 고려해야 하며, 만약 박물관이나 주민 편의시설로 개조하여 사용할 계획이라면 올바른 역사관을 바탕으로 이 문화재의 ‘가치’를 우리가 기억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네거티브 문화재는 그 나름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소중하다. 소중하기 때문에 그것의 가치를 제대로 분별해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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