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의 키워드는 자성(自省)이 아닌가 싶다. ‘정신적 IMF'에 비유되는 세월호 참사가 우리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공감이 확산되면서 탄식과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 돈을 더 벌기위해 타인의 안전을 무시하는 해운회사, 사지(死地)에서 어린 약자들을 버려두고 제 한 몸만 챙긴 선장,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대한 무감각과 대비 소홀로 우왕좌왕하는 정부. 세월호 참사는 이러한 우리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뼈를 깎는 반성과 함께 도처에 있을 지 모를 제2의 세월호를 색출해 참사를 예방하길 촉구하고 있다.
 언론 역시 자성을 강요받다시피 했다. JTBC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 겸 앵커가 먼저 머리를 숙여야 했다. 침몰된 세월호에서 구조된 여학생에게 “친구가 사망한 것을 알고 있느냐”며 후배 앵커가 잔인한 질문을 던져 공분을 일으킨 것에 대한 사과였다. YTN도 특보 초기 다른 방송사와 마찬가지로 ‘전원구조’ ‘공기주입 시작’ 등 오보를 내고 오락가락 했던데 대해 특집물을 통해 반성의 모습을 담아 방송했다. 반성하고 사과해야만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비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에서 문제가 된 것은 경기도교육청의 잘못된 문자를 확인하지 않고 ‘전원구조’로 보도한 것 등 속보경쟁이 빚은 오보였다. 여기에 사고가 발생한 지 4시간 밖에 안 돼 실종자 한명 한명의 구조소식에 목말라 할 때 ‘학생들은 동부화재 보험, 여객선은 메리츠 선박보험 가입’ 등 보험금을 언급해 분노를 증폭시켰다. 이러한 부적절한 보도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속출했다. 침몰 사고 당일, 타이타닉과 포세이돈 등 선박사고를 다룬 영화 소개 기사가 게재됐는가 하면 특보 중 기자와 출연자의 웃는 모습이 노출되는 방송사고도 빚어졌다. 민간잠수부라고 밝힌 홍모씨 생방송 인터뷰 내용이 거짓으로 밝혀져 해당방송사 보도국장이 사과했다. 가족 없이 홀로 남은 6세 여아와의 인터뷰 영상이 여과 없이 방송됐고 ‘단원고의 숨진 학생 책상’ 기사에서는 일기장이 공개돼 희생자와 유가족의 초상권이 침해되고 사생활이 보호받지 못했다. 그런가하면 사고 현장의 실제 모습과는 동떨어진 “대대적인 구조작업 벌여” 등 정부 소스에만 의존한 보도에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언론을 차갑게 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론사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에 피땀을 쏟아 온 것은 분명하다. 사고 발생이 알려진 시점부터 보도국의 모든 기자들을 투입해 쉼없이 특보를 이어오고 있고 회사의 생존이 달린 광고도 거의 내보내지 않았다. 어려운 재정여건에도 바지선에 중계 장비를 태워 구조 장면을 생중계하고 중계차를 곳곳에 보내 팽목항, 안산 단원고, 진도 실내체육관 등의 숨가쁜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도해 왔다. 전문가를 출연시켜 구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어린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을 고발했으며 목숨을 돌보지 않고 학생들 대피를 도운 젊은 여승무원, 죽음을 앞둔 해맑은 고교생들이 부모에 대한 사랑을 담은 문자 메시지 등 감동 스토리도 쏟아냈다. 대가를 치러야 할 책임자들을 지목했고 관과 해운업체와의 유착 등 구조적 문제와 대안으로 차츰 보도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세월호 참사 보도를 하면서 상당수 언론이 초반에 허둥거렸고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배려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이 기회에 이런점들을 자성하면서 정부는 백서를 만들고 언론사는 재난보도 매뉴얼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재난보도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일본 NHK에는 선배 기자들이 경험을 토대로 써놓은 매뉴얼이 족보로 전해져 빼곡히 정리돼 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너무 괴롭히지 말라. 그들의 가족도 피해자일 수 있다.” “'심하다, 매섭다. 내가 느끼는 진도는 얼마다' 같은 주관적 표현은 쓰지 말라” 등 생생한 경험이 녹아있다. 업데이트된 매뉴얼을 바탕으로 재난 대비 보도 훈련도 해야 한다. 나아가 재난 예방 보도에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한국 언론이 안전수칙을 외면한 세월호와 닮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되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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