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들에 대한 시선과 그들을 위한 캠페인에 대해 알아보다

 

 늦은 밤, 신촌 유플렉스(U-FLEX)에서 신촌지하철역으로 이어지는 지하도 안. 노숙인들이 벤치를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자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신촌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하철역이나 공원 등에도 흔히 보이는 모습이다. 이들이 벤치 위에서 잠을 청하는 그 순간, 누군가는 포근한 침대 위의 이부자리에 누워있을 것이다. 자신의 보금자리의 유무에 따라 우리의 생활방식 또한 크게 달라진다. 야외에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금자리는 없는 것일까? 그들은 집이 없기 때문에 길 위에서 생활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방황하는 것일까? 집 없이 거리를 방황하는 노숙인들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또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없는 노숙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가깝지만 먼, 길 위의 노숙인들

 얼마 전 종영한 주말연속극 『왕가네 식구들』에서 극 중 인물 허세달(오만석 분)은 불륜을 저지르다 거리로 쫓겨나 길바닥 인생을 살게 된다. 드라마에서 그는 더럽고 끼니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노숙인으로 그려졌다. 이 밖에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노숙인은 흔히 더럽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연출되곤 한다. 그렇다면 매체에서 비춰지는 노숙인의 모습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인식을 반영한 결과일까? 이에 대해 이기훈(인예영문·08)씨는 “거의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불쌍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동시에 어쩌다가 저렇게 됐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한편 여학생들에게 길 위의 노숙인들은 무서운 존재다. 박아무개(경영학부·09)씨는 “요즘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그들이 나한테 무슨 해코지라도 할까봐 피해 다닌다”며 “노숙인들이 보이면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은 정말 더럽고 무능력하며 무서운 존재일까?

우리와 같은 존재로 대해주세요

 노숙인에 대한 인식과 실태를 명확하게 비교하기 위해 기자는 서울시 자활지원과 자활정책팀에 연락을 취했다. 자활정책팀 나병우 팀장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 하세요. 차별된 시각을 가지고 보지 마세요”라며 운을 뗐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남루한 겉모습 때문에 노숙자들을 더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나 팀장은 “일정한 수입이 없기 때문에 깨끗한 옷을 사기는 커녕 밥을 먹는 것도 힘들다”며 그들을 차별적인 시선으로 보지 말 것을 당부했다. 통계에 의하면 노숙인들의 약 70%가 자활의지를 가지고 직장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노숙인들 중에는 건설 현장 일용직 일을 하는 사람부터 남대문 시장에서 리어카를 끌거나 건물의 청소를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실제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집을 구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되지 않아 그들이 ‘살 집’만 없을 뿐이라고. 현재 처한 어려운 상황 때문에 일시적으로 공공시설이 그들의 ‘집’이 되는 것이다.
 한편 서울시에서는 집이 없어 야외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을 위해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서울시 노숙인들의 80%정도가 복지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람들이 흔히 보는 길 위의 노숙인들은 전체 노숙인들의 극히 일부라고. 그렇다면 이러한 노숙인들은 왜 복지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길 위를 방황하는 것일까? 나 팀장은 “복지시설 이용을 노숙인들 자율에 맡기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필요 없는 호텔에서는 묵지 않듯 노숙인들도 스스로가 복지시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이용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개인 사정이 있는 노숙인들은 복지시설을 이용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도 강요할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의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행복한 캠페인

 한편 노숙인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사회적인 움직임도 많다. 경제적 자립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창간된 매거진 『빅이슈』. 영국에서 시작해 현재는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재능 기부로 발행되고 있다. 노숙인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함과 동시에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 한 권에 5천 원 하는 매거진을 사면 판매자들에게 2천5백 원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집을 마련한 노숙인들도 많다고. 또한 패션 잡지 『Cracker』와 협업해 ‘빅이슈 판매원’들의 헤어와 메이크업, 옷을 무상으로 지원해 스스로 변할 수 있다는 자립심을 세워주는 ‘빅판 가변의 법칙 프로젝트’도 매달 2회씩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중앙대 박훈국(공공인재학부·12)씨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의해 노숙을 하게 됐다면 ‘빅이슈 판매’처럼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캠페인이나 정책적 지원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일부에 의한 판단으로 노숙인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실 취재를 하기 전 기자 역시 노숙인들을 ‘노숙자’라 칭하며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들도 한때 한 가족의 가장이었을지도 모르고 우리와 같이 열심히 살았던 한 사람일 수 있는 만큼 그들에 대해 잘못된 시선으로 바라봤던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현재 그들에게 따스한 보금자리는 없지만, 그들이 따스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살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한다. 무조건 안 좋은 시선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활의지에 좀 더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이준호 기자
bonojuno@yonsei.ac.kr
그림 조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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