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대화를 하다 동시에 같은 단어를 말하고는 “텔레파시가 통했다!”고 외친 적이 있는가? 어떤 경기를 보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이 경기의 결말을 알 것 같은 느낌이 든 적은? 우리는 생활하면서 은연중에 우리에게 있을지도 모르는 ‘초감각’을 느끼곤 한다. 과연 이 ‘초감각’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초감각적 지각(Extra Sensory Perception,아래 ESP)이란 텔레파시, 투시(透視), 예지(豫知)의 현상을 포괄하는 단어다. ‘초감각적’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일반적인 지각과는 달리 물리적인 자극을 초월해 정보 전달이 이뤄지기 때문! 
 텔레파시는 물리적인 물체를 사용하지 않고 상대방이 얼마나 떨어져있든 상대방과 감정이나 생각을 주고받는 능력을 말한다. C. G. 융에 따르면 텔레파시는 물리적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서 일어난다. 이는 인간 마음의 심층에는 고차원적인 현상을 느끼는 능력이 잠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투시는 눈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신체부위로 글자를 읽거나 카드 뒷면의 도형을 맞추는 것을 뜻한다. 투시할 수 있는 부위는 귀, 겨드랑이, 손가락, 정수리, 무릎 등 다양하다. 투시 능력은 주로 8~15세의 아동에게서 많이 발견되는데 이는 유·소년기에 무의식의 힘이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1924년 독일의 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한스 베르거는 텔레파시와 투시에 대한 원리를 “뇌파가 정신 에너지로 전환돼 서로에게 퍼져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뇌파 자체는 너무 미약해 타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지만 정신에너지로 전환되면 외부로 멀리까지 퍼져나갈 수 있어 텔레파시와 투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지는 현재 가지고 있는 지식에 근거하지 않고 미래에 벌어질 일을 미리 지각하는 행위다. 태몽과 같은 예지몽 등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예지의 원리에 대해 J. W 단은 자신의 저서 『시간의 실험』에서 “자신과 현실 사이의 결합이 어떠한 일로 급작스럽게 틀어지면 과거, 현재, 미래가 혼재된 차원을 엿보게 돼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시간과 공간이 혼재된 차원이 존재함을 암시하는 것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이용한 가설이다. 
 이렇게 ESP 현상에 관한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를 최초로 실험해 정리하고 조직화한 사람은 바로 미국 듀크대의 J. B. 라인이다. 라인은 ESP를 어떻게 증명해냈을까? 그가 사용한 실험방법은 ‘ESP카드 테스트’다. ESP카드는 5가지 무늬별로 5장씩 총 25장으로 구성돼있다. 그는 모든 이에게 초감각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일반 사람들 206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텔레파시 테스트는 두 명의 피실험자를 격리시켜 놓고 한 명에게만 ESP카드를 주며 한 장씩 뒤집어 무늬를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다. 무늬를 확인한 사람이 격리돼있는 다른 피실험자에게 텔레파시로 그 무늬를 보내면 피실험자는 수신한 무늬를 적는다. 그럼 수신된 무늬와 실제 송신된 무늬를 서로 비교하는 것이다. 투시력 테스트는 실험자가 25장의 카드 중 택한 하나의 카드를 피실험자가 투시해 무늬를 맞히는 방식이며, 예지력 테스트는 실험자가 카드를 뒤섞어 배열하기 전에 피실험자가 카드의 배열 순서를 미리 예측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모든 피실험자들에게 수천~수만 번 이상의 실험을 반복한 결과, 각각의 테스트에서 20% 이상의 적중률을 얻어냈다. 이것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로 ESP의 존재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초감각적 지각은 알면 알수록 묘한 현상이다. 정말 ‘초감각’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우연인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신에게도 초감각적 지각이 잠재되어 있을 지도 모르는 일. 믿거나 말거나~

홍문령 기자
lalalala24@yonsei.ac.kr
그림 조희연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