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와 오마주

<패러디: 특정 작품의 소재나 작가의 문체를 흉내 내어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수법. 또는 그런 작품>
<오마주: 존경, 경의. 영화에서 다른 작가나 감독의 업적과 재능에 대한 경의를 담아서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모방하는 일>

 원작을 재료로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키는 두 가지 비법, 패러디와 오마주. 기존의 작품을 활용해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는 공통점을 갖는 이 두 비법들은 현재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에 따라 이들 덕분에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되는 원작들도 늘었다는데…. 그렇다면 오마주와 패러디, 이 둘은 어떤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일까?

우리 곁을 지켜온 패러디, 그들의 매력은?

 영화, 연극, 광고, 출판. 전반적인 문화산업에 걸쳐 패러디는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알고보면 패러디는 현대사회에 와서야 성행한 것은 아니다. 문학사적으로 보면 고전시가가 등장했을 때부터 패러디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고려가요 「정과정」의 가요형식과 ‘연군’이라는 주제는 후에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에서 모방됐다. 즉, 그 시절에도 일종의 패러디는 존재했던 것! 이후에도 한시, 가사 등 문학작품 속 패러디는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패러디가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는 분야는 바로 영화! 영화는 ‘순수하게 새로운 이야기의 창작’이라는 집착에도 불구하고 지난 1990년대 이후 세계 영화계는 패러디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게 된다. 게다가 요즘에는 독특한 영화 패러디 방식도 등장했는데 그것은 바로 여러 영화의 소재를 합쳐 하나의 패러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여러 공포영화들에 유치한 개그 요소를 가미해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한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시즌 5에서는 『파라노말 엑티비티』와 『마마』라는 영화를 합친 데다가 몸 개그와 성적인 유머 그리고 감독의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웃음으로 관객들을 찾았었다.

존경 속에 등장한 재창조, 오마주

 패러디가 여러 변형을 통해 의미를 담아낸다면 오마주는 그 의도가 ‘존경과 경의’로 한정돼 있다. 제작자가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형식을 추구하는지 그리고 어느 부분이 오마주인지 알고 보면 제작자의 마음을 엿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속 오마주로 유명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을 살펴보자. 하얀 설원 위에서 빨간 피를 묻히며 싸우는 장면, 주인공의 트레이닝복과 심지어 영화의 배경음악까지 다양한 액션 영화감독들에 대한 타란티노 감독의 오마주가 들어가 있다. 이 장면들을 보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유명한 액션장면들이 누구에게서 배운 것인지, 닮고 싶은 감독이 누구인지 한 눈에 알아챌 수있다고!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 속에도 오마주는 존재한다. 지난 3월에 발행된 한대수 외 4명의 디지털 미니앨범 『김광석 나의 노래 vol. 1』이 바로 그것! ‘영원한 음유시인’이라고 불리는 고 (故)김광석 탄생 50주년을 맞아 후배가수들이 리메이크한 그의 노래들을 모아 발매한 앨범이다. 또 하나의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은 김범수에 의해 특이한 방식으로 오마주됐다. 김범수는 자신이 「비처럼 음악처럼」을 부르는 중간에 실제 김현식의 목소리를 얹어 그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요즘 가수들의 이러한 시도를 통해 대중은 다시 한 번 이젠 전설로 남은 가수들을 만난다. 게다가 그들과 동시대를 살지 않은 세대들조차도 그 시절 음악가들을 추억하고 존경한다. 이렇게 점점 잊혀가던 선배가수들의 보석과 같던 명곡들은 세월이란 모래 속에서 꺼내져후배가수들의 오마주를 통해 다시 그 빛을 내게 된다.

패러디와 오마주, 그들의 고민

 패러디와 오마주는 예술계에서 ‘부활의 열쇠’와도 같지만 이들 역시 고민이 없지 않다. 그것은 바로 단순한 ‘따라하기’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모방과 패러디를 혼동하고 심지어 패러디를 단순히 코미디와 동일시하기도 한다. 때로는 오마주를 둘러싼 표절논란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변형들의 본질적인 의미와 즐거움은 기존작품에서 특정한 의미를 새롭게 찾아낼 때 생기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 단순한 모방과는 분명한 차이가 생긴다.
 물론 일부에서는 오히려 섣부른 패러디나 오마주의 시도가 명장면에 대한 진한 감동을 격하시킨다거나 기존의 환상을 깨뜨린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흥행을 위한 베끼기’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점들은 앞으로도 패러디와 오마주가 풀어가야 할 고민이고 그러기 위해선 그들이 줄 수 있는 ‘새로운 감동’을 어떻게 대중에게 전할지 해결해나가야 한다.

 분명한 것은 특정 예술 분야를 불문하고 패러디와 오마주 같은 변형기법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이들과 같은 이차적 창작물 역시 또 하나의 창조임을 인정해야한다. JTBC 예능프로그램 『히든싱어』 출연자가 존경하는 가수의 곡을 불러 음반차트 인기순위에서 그 가수의 지난 노래를 다시 볼 수 있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갖가지 영화 패러디들은 수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다. 김지성(경영·13)씨는 “사람들이 패러디나 오마주를 통해 인상 깊었던 장면을 다시 볼 수 있고 음악을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흥미를 느낀다”며 “어떻게 원작이 각색됐는지를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전했다. 패러디와 오마주, 그 변형과 창조의 절묘한 만남의 순간에서 예술의 색다른 맛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자료: 『패러디와 문화』, 김영순 외 6명, 한양대학교 출판부.

박진형 기자
pjhy928@yonsei.ac.kr
<자료사진 JTBC 홈페이지, 네이버영화>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