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가 3월 19일 종합편성 채널(아래 종편) 3개를 재승인한 것은 예상됐던 일이다. 2010년 말 종편채널 선정결과가 발표됐을 때부터 정권 차원의 지원과 재승인은 이미 짜인 시나리오나 다름없었다. 당시 야당 추천 방송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선정결과가 발표됐고, 이번에도 야당 추천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재승인이 결정됐다. 지난해 방통위 연구반이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과 ‘방송 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 항목의 과락 기준을 60%로 제시했으나 방통위는 이를 50%로 낮추었다.
결정은 조건부 재승인이지만 보도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낮추라는 권고는 하나마나한 소리다. 재승인에 앞서 심사위원회가 내린 총평은 “사업계획 대비 성과가 미흡했고 방송의 공적 책임 및 공정성 실현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종편 3사는 편성 비율, 콘텐츠 투자계획, 일자리 창출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키지 않고도 재승인을 받아 수명이 연장됐다. 최장 5년이 가능한 재승인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한 것은 3년 후인 2017년 3월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라는 점에서 정권이 종편 길들이기를 하는 게 아니냐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종편의 문제로는 공정하고 건전한 여론 조성에 기여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점을 먼저 들 수 있다. 종편을 허가받은 신문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친정부적 보수적 성향이 강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였고, 친자본·대기업 매체인 매경도 허가를 받음으로써 보수가 아니거나 사회적 약자인 사람들의 여론은 무시돼왔다.
권력과 자본의 이익에 편향된 목소리가 득세하면서 공익적 방송과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은 위축되고 방송의 공익성과 다양성은 오히려 약화됐다. 시사 토론·대담 프로그램 등에서 막말 등 품위없는 행태를 보여온 종편은 ‘5ㆍ18 북한군 침입설’ 등 몰상식한 발언과 편파보도로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TV조선과 채널A의 보도프로그램 편성 비율은 사업계획보다 훨씬 높은 40%를 초과한다. 이에 비례해 시청자 불만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방통심의위에 접수된 시청자 민원은 739건으로, 전년 252건의 3배 가깝다. 이 가운데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민원이 54%인 402건이다. 종편이 언론생태계를 파괴하고 교란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한정된 기업 광고를 따내기 위한 무한경쟁은 여론의 다양성 확보,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 증대 등 종편 허가의 취지와 달리 정치권력과 재벌기업 눈치 보기, 그에 따른 저질 상업화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사양 일로인 오프라인 매체들에게 종편의 등장은 재앙이나 다름없다.
종편 도입의 목표였던 ‘일자리 창출’ 2만 개도 터무니없는 계획이었다. 그동안의 종편 3사 신규 채용규모는 1천100여 명 수준이다. 향후 채용계획도 회사별로 200명 미만이다. 종편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승인이 취소돼야 마땅하다. 보도프로그램을 계획보다 2배 이상 편성하고, 콘텐츠 투자를 약속의 3분의 1도 하지 않은 데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재방송으로 채웠다.
그런데도 종편을 운영하는 신문사들은 종편 띄우기를 계속하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현재 종편 3사의 합계 시청률은 지상파 1개 채널과 비슷한 5%대다. 1995년 종합유선방송이 시작된 이래 기존 케이블TV 채널들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종편이 이 같은 시청률에 도달하면서 지상파 ‘과점(寡占)’ 상태이던 국내 방송시장이 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금채널번호 부여와 의무재전송, 방송발전기금 유예, 1사1랩 허용 등 각종 특혜를 받은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불량 종편은 퇴출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방통위의 구성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재승인 결정은 정권의 종편 감싸기, 종편의 정권 편들기가 계속된다는 뜻이다. “품격 있는 콘텐츠 제작과 여론 다양성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공정하고 엄격하게 재승인 심사를 마쳤다”(이경재 전 방통위위원장)고 주장하려면 최소한 종편에 준 각종 특혜라도 배제해야 한다. 방통위는 재승인 조건과 권고사항을 정기 점검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고, 시정명령을 불이행하면 과징금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약속이라도 지킬 수 있을까. 다만 의심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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