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이 한국에서 촬영할 예정이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4000억 원의 홍보효과와 2조 원의 브랜드 가치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으며 서울시는 촬영을 위해 서울도심의 전무후무한 교통통제 지원을 약속했다.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유명 할리우드 영화에 서울이 나온다는 것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 같지만 우리는 이를 조금 더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정부나 기관에서 어떠한 일을 추진하며 내다보았던 경제적인 효과가 실제로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2010년에 열린 G20정상회의에 앞서 정부는 400조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세우며 교통통제에 불만을 내세울 국민들을 설득하였지만, 정상회담 이후 실제로 그만큼의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할리우드 영화의 국내촬영을 통해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어벤져스가 할리우드 배급망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보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간적 배경으로 서울이 노출된다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주장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트랜스포머와 같은 영화의 추격 장면에 등장한 장소에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가보고 싶어 했을까? 영화가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에 나오는 장소에 가보고 싶게 만드는 요소는 영화의 재미도 규모도 흥행 수익도 아니다. 인상적인 장소가 감성적인 스토리와 맞물렸을 때 생성되는 장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장소에 가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번 어벤져스의 영화촬영은 영화제작사가 원하는 대로 모든 촬영 일정이 짜여지고 있으며 공공기관들은 이를 수용하고 지원하는 구도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한 편에 서울시 및 위성도시 주민 2000만 명과 국무총리에 영화진흥위원회, 한국관광공사, 서울시, 경찰청 등 내로라하는 공공기관들이 관심을 쏟고 있다. 그 반면 올해 2월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지하철과 차고지에서 영화촬영을 요청했던 영화 ‘소녀무덤’ 은 민원제기 가능성을 문제 삼아 촬영을 거부당했다. 이는 수많은 민원이 발생할 것을 예측하고도 촬영이 진행될 예정인 어벤져스의 경우와는 대조적이다. 현재 공공기관의 영화촬영장소 제공은 명확한 기준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기준 없는 집행은 우리들 머릿속에 알게 모르게 자리 잡고 있는 문화 제국주의가 훨씬 영향을 끼치기 쉽게 만든다. “할리우드영화는 흥행할 것이고 좋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라고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고정관념이 할리우드영화 촬영이 가져다줄 효과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유명 외국영화 또는 드라마의 한국촬영이 우리나라의 이미지에 좋은 영향을 끼친 것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반례로 다니엘 헤니가 나오는 미국 유명드라마 '하와이 파이브 오(Hawaii Five-O)'에 우리나라의 파주와 포항이 미개한 곳으로 묘사된 것을 들 수 있다.
강남스타일의 성공 이후에 국가브랜드라는 단어가 횡행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에 대해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할리우드영화의 국내 촬영이 2천만 국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하고 내용이 유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일인지에 대해 우리는 비판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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