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0여 개국에서 흥행 1위를 한 <겨울왕국>은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브뤼겐에서 촬영되었다. 애니메이션의 흥행 이후 지난해에 비해 14% 많은 관광객들이 노르웨이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영화산업이 관광산업으로 이어진 가장 유명한 나라로는 뉴질랜드가 원조다. <반지의 제왕> 첫 편 상영 이후 3년 동안 관광객의 수가 연평균 3.5% 증가했다. ‘프로도 효과’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이를 보면 이름깨나 있다는 <어벤져스2>가 한국에서 촬영했을 때 우리나라도 인기 있는 관광명소가 되지 않을까 두근두근해진다.
많은 사람들의 두근거림 속에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한국관광공사 등과 영화 제작사인 마블 스튜디오는 18일 만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그 제목은 이러하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국내 촬영 및 대한민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 -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 목적은 관광 활성화인 것이다. 이를 두고 경제 효과가 2조 원이니 과장된 효과이니 많은 계산이 오고가지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해외 대도시 시가지에서 액션 장면을 찍은 전례가 없다고 하니 효과는 짐작할 뿐이다. 2조 원도 좋지만, 관광공사가 한 가지 지나친 점이 있다. 우리는 관광객들이 어떤 한국, 어떤 서울을 보고 관광을 오길 원하는가?
먼저 어떤 서울이 <어벤져스2>에 등장할 계획인지 보자. 마포대교, 디지털미디어시티, 청담대교, 세빛둥둥섬, 강남대로, 계원예술대학교가 촬영지로 선택되었다. 대도시를 가로지르는 서울의 자랑 한강과 높은 빌딩들이 솟아있는 번화가가 대부분이다. 이를 두고 박대우 서울시 문화산업과장은 “이번 기회에 아마 서울이 상당히 첨단화된 현대도시라는 그런 이미지가 알려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라고 말한다. 이제까지 해외에서 대한민국 서울의 이미지는 6·25 전쟁 직후의 가난한 도시 혹은 북한과 혼동되는 도시였기 때문에 현대 도시의 이미지로 인식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는 것이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서울은 왜 첨단화된 현대도시로 보여야 하나? 왜 서울을 보여주는 것이 도로와 번화가여야 하나? <겨울왕국>의 브뤼겐은 피요르드와 눈 덮인 산을 보여주었고, <반지의 제왕>의 뉴질랜드는 애로타운(Arrow Town)이라는 마을의 들판과 평원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어벤져스2>에서 서울의 고층건물들을 폭파하며 싸우는 장면을 통해 관광객을 모으겠다고 하는 것이다. 영화 제작사 측에서 원하는 장면이 첨단도시와 빌딩의 폭파라는 것은 안다. 배우들에게 한복을 입히고 전통한옥에서 촬영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서울의 ‘첨단화된 현대도시’의 이미지를 위해, 또 그 모습을 기대하고 올 관광객들을 위해 이 모든 경제적 원조, 시민들의 불편과 행정 업무가 의미있는 것인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궁극적으로 관광 활성화를 위한 것인데, 그 ‘관광’이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관광하고, 왜 관광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단순히 경제적인 이득만을 좇지 말고 우리나라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 나는 대치동에 살고 있고, 대치동의 관광 명소는 양재천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양재천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한다면 우리 지역의 관광명소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소개할 수 있다. 과연 <어벤져스2>를 보고 한국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우리는 자신 있게 마포대교와 강남역을 소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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