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성호야! 이렇게 글을 통해 인사하려니 어색하구나. 갑작스럽게 우리 사이에 뭔 편지냐 하기 전에 일단 꾹 참고 읽어봐~^^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렇게 친했던 우리였는데, 서로 다른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왕래가 없어져 페북으로만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됐지. 그런데 그랬던 우리가 대학교에서 다시 만날 줄 누가 알았을까?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구나. 내가 생각하는 초등학생 성호는 친절하고 똑똑한 모범생이었지. 그 때 너의 앳된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나는데, 지금의 너는 아저씨가 됐더라. 얼굴은 그대로인데 목소리가 아저씨라서 사실 나 너 목소리 들을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해.
그 때 생각나? 우리가 같은 반이었던 그 시절? 당시 담임 선생님은 책상을 모아 한 조로 만들게 해서, 너랑 곰탱이, 경주, 김리, 그리고 홍삼이(다 별명들)랑 같은 조였지 아마? 발표를 잘하는 조에게 별 스티커를, 나쁘게 행동한 아이들에게 나쁜 스티커를 주겠다고 했던 거 말이야. 그때 우리가 같은 조였지? 우리는 그거 받겠다고 용쓰면서 발표하고, 그러다가 1등도 했지만 결국엔 우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별 스티커보다는 나쁜 스티커가 더 많아졌잖아. 결국 붙일 스티커도 없게 되니까 선생님도 포기하셨지. 나중에 가면서는 별 스티커보다 나쁜 스티커 더 많은 게 자랑이었지 아마? 결국에는 선생님이 우리 때문에 애들 자리를 바꾸셔야 했잖아.
너네들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나는 부끄럼이 많은 아이였는데, 너네랑 같이 지내면서 나중에는 선생님께 우리반에서 제일 시끄러운 애로 지목되곤 했지. 생각해보면 그 때 이상한 짓 참 많이 했어. 미술 시간에 남은 고무찰흙으로 김밥, 단무지 같은거 만들어서 소꿉놀이 하고, 장난감 필통 가져오면 그거로 축구하고. 언제는 학교 밖에서 파는 햄스터를 교실로 가져와서 선생님한테 혼나기도 하고. 아 그러고 보니 수학경시대회에서 매번 100점 맞던 너가 80점 맞아서 내가 놀렸다가 너가 울었던 것도 기억난다! 울보였구나 우리 성호. 대학에서도 시험에서 틀렸다고 우는건 아니겠지? 흐흐
아 초등학교 시절을 얘기하니 내 잊고 싶었던 ‘영남’이라는 별명도 생각나네. 내가 우리반에서 유일하게 체력장 특급 받아서 남자같다고 붙인 별명이었지. 너네들이 하도 날 그렇게 부르다보니 누구는 영남이가 내 본명인줄 알았다고 했었지. 지금와서 말하지만 그건 정말 충격이었어. 어떻게 이름을 몰라!
그런데 말이야, 그 당시는 그런 별명이 너무나도 듣기 싫었는데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거치면서 그런 유치한 별명 불러줄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니까 왠지 쓸쓸하더라.
우리가 알게 된 지 벌써 10년이야. 추억은 누군가가 좌절할 때 그 사람이 다시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동인이라고 하더라. 길게만 느껴졌던 초등학교 6년, 그 마지막 과정에서 너, 명선이, 경주, 김리 등 너희들을 만나 정말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어. 특히 그중에서도 나랑 가장 오랜 기간 짝꿍이었던 너와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진다는게 놀라우면서도, 감사하구나.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가 제대로 밥 한번 먹은 적이 없네? 너는 이과대 나는 사과대라서 간간히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처지지만 그래도 밥 한번 먹어보지 못했다니 왠지 섭섭하네. 나중에 학관에서 밥 한번 먹자. 연세인이라면 마레크림이지. 그럼 나중에 보자! 자주 연락하고 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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