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에 들어서 유영철, 강호순, 오원춘 등과 같은 성범죄자들이 언론매체에 등장하면서부터 성범죄에 관한 사건들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 성범죄율은 한국문화가 점차 개방적이 되어 여성들의 노출도가 심해지고, 늦은 밤에 귀가하는 인구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성범죄가 일어난다면 피해자는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받게 되며, 그 심리적 부담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성범죄가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만큼의 큰 범죄이지만, 아직까지 가해자에 대한 적당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에 주목받은 방법 중 한 가지가 바로 ‘화학적 거세’이다. 화학적 거세란 성범죄자가 재범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성욕을 억제시키는 화학적 약품을 주입하는 제도이다. 말로만 들었을 때에는 좋은 제도인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화학적 거세는 효율적이지 못한 제도이다.

그 이유 중 첫 번째는 비용 문제이다. 화학적 거세는 앞서 말했듯이 화학물질을 통해 체내의 호르몬을 억압하여 성욕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것은 단순한 과정이 아니며, 호르몬 수치검사, 정신과 상담 등 매우 많은 전문 인력이 가담되며 약물 가격 또한 싸지 않다. 대략적으로 성범죄자 한 명에 대해 화학적 거세를 실시한다고 하 면 약 500만원의 비용이 지불되며, 현재 이 비용은 국가에서 부담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통계자료와 경찰청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연간 성폭행 발생 횟수는 연간 1000건 이상씩 증가하는 추세이며, 2012년에는 2만3천 건 이상의 성폭행이 일어났다고 한다. 따라서 간단한 계산만 가지고도 성범죄자들에 대한 화학적 거세에 엄청난 세금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로는 성범죄가 단순히 성욕을 참지 못해 생기는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성폭행은 약자에 대한 폭력성 방출로, 이 폭력성이 성적으로 발현된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약물을 주입하여 성욕을 억제한다 해도, 폭력성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이 폭력성이 엉뚱한 방향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화학적 거세가 1차적으로 성범죄를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범죄를 줄이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덧붙여 연세대 의대 비교기과 최영득 교수는 “정상인에게 약물을 쓰면 성충동이 사라지고 발기도 되지 않지만 성폭행의 목적이 단순히 사정을 위한 것이 아닌 성폭행 상황 자체를 즐기는 비정상적인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약물 투여만으로 성범죄 예방이 될지는 의구심이 든다”고 언급했다.

세 번째 문제로는 약물에 대한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화학적 거세에 쓰이는 약물은 성샘자극호르몬 길항제를 중심으로 여성호르몬이 투여된다. 성샘자극호르몬 길항제를 꾸준히 투여 받으면 점차 남성호르몬이 줄어들게 되어 결국엔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현재 비뇨기과에서 남성호르몬을 처방받을 수 있다. 현재 의료보험에는 전과기록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길항제를 투여 받고 있는 성범죄자가 비뇨기과를 찾아 남성 호르몬제를 처방받아서 복용하게 된다면, 화학적 거세의 효과는 줄어들거나,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남성호르몬을 억제하여 성욕을 감소시키는 방법 이외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또한 추가적으로 길항제를 계속 투여 받으면, 심혈관계 질환, 유방 비대증, 골다공증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례도 발견되었다.

새로 도입된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범죄는 성범죄 이전에 범죄이다. 단순히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하게 대응책을 내는 것은 옳지 않다. 화학적 거세에 대한 단점은 위에 나열한 것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단점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화학적 거세는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제도이건 간에, 시행되기 전에 실효성이나 효율성을 검증받은 후에 사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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