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컨설팅 회사에 몸담고 있는 이영직 이라는 저자가 경영과 마케팅의 시각에서 여러 가지 법칙과 원리 등을 소개한 책인데, 100가지 중에 목사인 제게 두 가지가 깊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하나는 <다윗의 법칙>이었고 하나는 <마라톤 법칙>이었습니다.

<다윗의 법칙>이란 A라는 무기와 B라는 무기가 있을 때, AB보다 더 위력적인 것이라 해도 단순히 화력만 가지고 전략무기로 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적의 약점을 보고 전략무기를 선택해야하는데 그 법칙이 <다윗의 법칙>이라는 것입니다. 다윗은 분명 사울 왕이 준 왕의 갑옷과 투구, 그리고 칼을 가졌지만 그것으로 골리앗을 상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윗은 화력이 막강한 왕의 칼을 사양하고 시냇가에서 작은 돌멩이 다섯 개를 가져다가 골리앗과의 싸움에 나갔던 것입니다. 아마도 다윗이 왕의 갑옷을 입고 골리앗을 대면했더라면 다윗은 싸움에서 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마라톤 법칙>은 마라톤 시합을 할 때 선수들의 움직임의 법칙입니다. 대체로 마라톤 시합 중 선수들은 세 그룹으로 나누어진다고 합니다. 선두그룹과 중위권, 그리고 하위권으로 나뉘는데, 선두그룹을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1위권 선수와 2,3위권 선수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다가 대게 35km쯤 지점에서 선두가 바뀌어 2,3위권 선수가 1위권 선수를 제치고 우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마라톤 법칙>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대부분 심리적인 요인 때문인데, 1위권의 선수의 안일한 자세가 막판의 역전을 허용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기업이었던 일본의 소니가 몰락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자기술의 세계제일이라는 안일함이 전자기술에 대한 연구의 소홀함과 인재양성을 등한히 하면서 음악이나 영화, 게임 같은 예술 오락분야에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사이 전자기술에 있어서 2,3위권 그룹들은 노력과 투자를 거듭해서 소나와의 순위를 역전시켰습니다. 소니는 주력기술이 전자였지만 주력기술을 소홀히 하면서부터 그 힘을 잃었다는 평가입니다.

이 두 가지 법칙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그것은 개인이든 단체든,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전략무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과, 주력기술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윗이 골리앗과의 싸움에 나갈 때 가지고 갔던 전략무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그것은 돌멩이 다섯 개였습니다. 그리고 다윗이 더욱 개발했던 주력기술은 무엇이었습니까? 그것은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었습니다. 다윗은 사울 왕이 자신의 무기를 주었을 때, 그것이 익숙하지 못했다(39) 하면서 화력이 강한 왕의 무기를 버리고 자신의 전략무기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익숙한 것이 무기의 강력한 화력이 아닌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려서부터 주력기술로 개발했기에 그는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연세대학교의 각 부문의 책임자로서 연세대학교의 발전을 위해 기도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러나 기도하기에 앞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오늘날, 연세대학교의 전략무기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주력기술은 또 무엇입니까? 연세대학교에는 놓쳐서는 안 될 익숙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연세대학교에 예전부터 있었던 그 익숙했던 것들을 우리의 최고의 전략무기로 삼고 주력기술로 만들어야 합니다.

첫째, 연세대학교의 전략무기는 믿음이 되어야 합니다. 다윗이 왕의 갑옷보다 돌멩이 다섯 개가 익숙했던 것 같이 연세대학교는 세상의 힘이나 다른 방법으로 학교를 운영해 나가거나 문제를 풀어 나가기보다 믿음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데에 익숙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학교는 믿음위에 세워진 학교이며 믿음으로 성장해 온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연세대학교는 사울의 칼을 들지 말고 다윗의 돌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의 학문과 돈에만 의존하지 말고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인 제중원의 알렌과 헤론, 빈턴 박사로 이어지는 역대 원장들은 믿음으로 제중원을 지키며 환자를 치료했던 선교사들입니다. 어려울 때마다 믿음으로 병원과 학교를 지켰던 그 믿음의 익숙함이 오늘의 연세대학교를 만들었습니다.

1992년도로 기억합니다. 저는 그 당시 서울의 어느 교회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었습니다. 환자들을 위한 병원심방을 많이 했었는데, 자연 세브란스병원도 자주 왔었습니다. 그 때 저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아주 놀랄만한 일을 하나 경험하였습니다. 중환자실에 방문하여 입원한 교우를 위해 기도를 해 드렸는데, 환자의 침상 발 쪽 부분에 걸려 있는 차트에 빨간 색연필로 무엇인가 크게 쓴 글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분명한 한글로 쓴 기도 마이신이었습니다. 이것이 무슨 뜻인가 하고 간호사 분께 물었더니 의학적으로는 가능성이 없는 환자이지만 최후의 방법인 기도를 요청하는 뜻이라는 것입니다. 그 글을 보면 오가는 의사 선생님들과 간호사 분들이 한 번씩 침상을 잡고 기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저는 그 얘기를 듣고 참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비웃을지 모릅니다. 대한민국의 최고의 병원에서 어떻게 그런 방법을 쓸 수 있냐고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믿고 싶습니다. 그런 방법을 썼기 때문에 세브란스병원이 대한민국의 최고의 병원이 되었다고 말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믿음은 연세대학교의 전략무기가 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 연세대학교의 주력기술은 무엇이 되어야 합니까? 그것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야 한다는 주님의 정신입니다. 이 철 세브란스 의료원장님께서 쓰신 책 <세브란스 드림스토리>에는 세브란스병원이 어떻게 세워졌고 발전해 왔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1900년대 초 미국의 루이스 세브란스라는 분이 미국 북 장로교를 통하여 45천 달러를 기부합니다. 현 시가 약 1 천억 원 정도입니다. 아무 조건 없이 병원을 짓는데 쓰라며 기부했는데,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해야 할지니라 (20:35)”라는 성경의 말씀을 전하며 주는 것이 기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 뒤 세브란스의 자녀들은 1955년부터 2000년까지 병원의 운영을 위해 아무도 몰래 80만 달러를 더 기부합니다. 그렇게 세브란스병원은 주는 기쁨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대학도 1917년 죤 언더우드의 기부금으로 오늘날 대학 부지인 이곳에 30만 평의 땅을 구입합니다. 30만 평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주는 기쁨의 정신이 오늘 날의 연세대학교를 세운 것입니다. 그러나 거저 받은 것은 돈 뿐만이 아닙니다. 제중원의 2대 원장인 헤론은 부산에서 진료 중 순직했고, 3대 원장인 빈턴은 조선 땅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들을 잃었습니다. 그러니 연세대학교는 생명을 기부 받아 그 터 위에 세워진 학교인 것입니다.

연세대학교의 전략무기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주력기술은 또 무엇입니까? 우리에게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더 이상 익숙하지 않다면, 우리에게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야 하다는 그 정신이 더 이상 익숙하지 않다면, 연세대학교는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언제나 지고 말 것이며, 글로벌 경쟁시대에 후발 대학들에게 언제나 추월당하고 말 것입니다. 연세대학교의 가장 익숙한 전략무기와 주력기술은 130년이 다가오는 지금도 언제나 믿음이 되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연세대학교의 교직원과 학생, 그리고 세브란스병원의 모든 의료진들이 언제나 하나님을 믿는 믿음을 제일 익숙한 전략무기로 삼아 세상과의 모든 싸움에서 이길 수 있기를 바라고, 언제나 연세의 정신을 주력기술로 삼아 선두의 자리를 계속 지키는 대학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 대 식
높은뜻정의교회 목사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