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입사할 때와 같이 스산한 겨울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11월, 어느 덧 춘추에 들어온 지도 2학기가 지나가고 있다. 내가 춘추에 입사했던 이유는 막연하게 고등학교 시절 때부터 단순히 ‘멋있어 보여서’ 장래희망으로 꿈꿔왔던 기자가 과연 적성에 맞는 일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아직 부기자지만 그 동안 나름대로 많은 취재원들을 직접 컨택하고 취재하고 기사들을 쓰면서 학보사 기자의 일에 적응한 듯하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수습 때부터 부기자로 임명받은 직후에는 기자라는 일의 ‘적성’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도 엄청 받고 상당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바로 기자라는 일의 특성 상 필수적인 덕목인 일명 얼굴에 철판깔기라는 ‘뻔뻔함’이란 것이 내게는 없었던 것이다.
본디 낯을 가리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먼저 잘 다가가지는 못하는 성격이라 수습 때 설문지를 몇 십장씩 사람들에게 돌리는 일이 내게는 너무나도 고역이었던 것 같다. ‘어디서 돌려야 하지, 뭐라 말하면서 돌려야하지, 거절당하면 어떡하지’라는 온갖 걱정이 설문지를 돌리기 몇 시간 전부터 머릿속을 헤집을 정도였다. 설령 거절당하기라도 하면 그것도 소소한 상처가 되곤 했다. 그래서 창피하지만 설문지를 휴대폰으로 찍어서 지인들에게 몇 십장씩 카카오톡으로 보내 설문지 작성을 부탁하는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부기자로 임명받은 직후에도 ‘뻔뻔함’의 부족으로 인한 고생은 계속됐다. 방중 회의를 마치고 각자 맡은 기사를 위해 필요한 취재원에게 직접 컨택을 해 인터뷰 요청을 하는 일이 처음엔 너무나 어색하고 약간 창피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생면부지인, 대부분 나이대도 나보다 훨씬 많은 취재원에게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대학교 공식학보사 연세춘추 사회국 부기자 이한슬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왜 그리 심장 떨렸는지. 행여 실수나 할까봐, 그로 인해 취재원한테 거절을 당할까 하는 걱정으로 컨택 전에는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기 위해 물을 마시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첫 인터뷰도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최대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취재원과 눈을 맞추고 질문을 하는 나는 엄청나게 긴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역시 인간이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그토록 ‘새로운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을 어려워했던 나는 지금은 그 때에 비하면 상당히 뻔뻔해졌다. 춘추 기자들이 모두 이러한 일을 하기 때문에 그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내게 받아들여진 것인지, 아니면 직접 몇 번 경험해보다보니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달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비하면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 수습 때는 혼자 있는 사람에게도 설문지 부탁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나는 이제 3~4명씩 모여 앉아 있는 무리에게도 다가가 설문지를 건넬 수 있게 됐다. 오히려 자신감 있게 부탁을 하니 거절도 예전에 비해 덜 당하는 듯하다. 취재원에게 연락을 하고 취재 요청을 하는 것도 이제는 내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돼버렸다. 기사작성을 위해 필요한 취재원을 찾아 인터뷰 요청을 하는 것이 어느덧 내 일상 속의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다. 설령 거절을 당하더라도 약간 기분이 나쁠 때는 있으나 몇 번 경험하고 나니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넘길 수 있게 됐다. 취재를 하기 위해 취재원을 만나는 일도 이제는 부담보다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호기심과 기대가 앞서게 된 듯하다.
물론 아직 부기자이기 때문에 기자로서 필요한 다른 덕목들은 많이 부족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기자 본연의 일 특성상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뻔뻔함’을 어느 정도 장착하게 됐다는 점이 지금으로써는 꽤 뿌듯한 일이다. 앞으로는 이 ‘뻔뻔함’을 원동력으로 진짜 기자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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