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별로 골라보는 하드웨어 게임기 트렌드

 

   ‘게임기’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게임기의 대표자인 데스크탑이 떠오를 것이고, 요즘 유행하는 카카오톡 게임을 생각한다면 스마트폰까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 또 뭐가 떠오르는가?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게임의 종류는 다양해져가는데 도구는 여전히 단순하다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언하기엔 이르다. 여기,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게임기들이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목을 뻐근하게 하는 게임이 아닌 말 그대로 당신을 춤추게 하는 하드웨어 게임기들. 지금부터 살펴보자.

단순하지만 중독성 있어
 
  잠시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자. 남극기지를 향해 끊임없이 뒤뚱거림을 반복하는 우스꽝스러운 펭귄의 뒷모습을 기억하는가. 잘못 조종하면 얼음 구덩이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머리에 달린 프로펠러로 날기도 했던 펭귄게임, ‘남극탐험’이다. 일반인들에게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았던 시기, 재미를 향한 우리의 욕구를 한껏 충족시켜 준 것은 컴퓨터가 아닌 남극탐험 같은 ‘팩게임’이였다. 

  CD게임의 할아버지뻘 되는 팩게임은 텔레비전을 모니터 삼아 두 개의 조이스틱을 조작해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또한 하나의 레벨을 통과해야만 다음 레벨로 넘어갈 수 있었던 형식은 당시 우리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오늘은 반드시 다음 레벨로 넘어가야지!’라고 생각했던 건 기자만은 아니었을 것. “싫증이 났을 때를 언제든지 다양한 팩을 구매해 새로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점이 90년대 팩게임의 인기에 크게 한 몫 했던 것 같다”는 김지현(화공·09)씨의 말처럼 레벨 업을 넘어 전혀 다른 포맷으로 출시되는 새로운 게임팩들을 기다리는 것도 팩게임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재미를 넘어 건강개선 효과까지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으니. 컴퓨터가 대중적 인기를 얻자 팩게임은 우리의 일상에서 그 모습을 감춰갔다. 그렇다고 컴퓨터가 게임을 독점한 줄로만 알고 있다면 당신은 아직 진정한 게임 마니아가 아니다. 조이스틱에 대한 키덜트족*들의 열망은 ‘Wii’와 ‘Playstation’ 같은 차세대 가정용 게임기를 탄생시켰다. 그 중에서도 몇 년 전 큰 인기를 얻은 Wii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타이틀로 운동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들을 귀차니즘의 늪에서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Wii가 사실은 손목을 움직이기를 꺼려하는 화상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치료용 게임기였다면 믿어지는가? 치료용에서 가정용으로 영역을 넓혀 더욱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유도한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집에서 보는 Wii와 Wii Fit이다. 몸을 고정한 채 손가락과 눈만을 움직이는 PC게임과 달리, Wii는 팔을 위 아래로 빠르게 흔들거나 두 다리로 제자리에서 빠르게 뛰는 등 온 몸을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마리오 올림픽, 저스트 댄스 등 Wii게임을 10분만 해도 등 한가득 땀이 흥건해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또한 복잡한 키보드 단축키 대신 간단한 리모컨을 이용하는 조작법도 Wii의 인기에 한몫했다.
 
게임도구, 그 끝은 어디까지?
 
  여전히 게임시장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키덜트족의 동심을 자극할만한 새로운 게임기들이 우리 눈앞에 종종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얼마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데프콘이 사용해 화제가 된 SONY사의 ‘HMZ-T2’이다. 모자처럼 머리에 둥글게 쓰는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의 한 종류인 HMZ-T2는 3D 입체 시야를 통해 당신을 영화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 또한 행동 감지에 한계가 있었던 기존의 동작감지 게임들에 대항해 ’LEAP MOTION'이라는 제품도 등장했다. 립모션은 매우 정밀한 움직임을 탐지하는 센서로 더욱 실감나는 게임 환경을 만들어 준다.
 
  오늘도 우리의 오감을 충족시켜줄 다양한 게임기들이 세상에 나오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아마 어른이 되어서까지 여전히 어린이이고 싶은 우리의 동심이 계속되는 한 게임기의 발명은 계속될 것이다. 쭈욱~ 
 
*키덜트족 : 어린이의 감성을 추구하는 어른. 진지하고 무거운 것 대신 유치하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직장인들이 엽기토끼 같은 앙증맞은 인형을 가방이나 핸드폰에 매달고 다니는 것, 회사 책상 위에 피규어 인형을 올려놓는 것, 독특한 게임기를 수집하는 것 등이다. (출처 두산백과)
 
남채경 기자
skacorud2478@yonsei.ac.kr
사진 코나미사의 남극탐험, 소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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