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가을, 신촌 길거리를 뒤덮은 것은 낙엽이 아니라 일일호프로 이끄는 발자국 안내문이다. 매년 봄가을이면 금요일, 토요일이 과와 동아리의 일일호프로 뜨겁다. 나 역시 대다수의 대학생들처럼 손님으로서, 종업원으로서 일일호프를 겪어 보았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일호프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우선 일일호프는 친교의 목적에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주최하는 단체 내의 친목 도모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의 친구들과 회포를 풀기에도 좋다. 주최하는 단체 내에서는 각종 행사를 기획하고 행사 당일에 일을 하면서 추억이 될 만한 시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결속력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일일호프는 특성상 외부의 손님들이 오기보다는 주최하는 학생들의 친구들이 오기 때문에 다른 학교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일일호프는 ‘친교의 장’ 기능을 톡톡히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일일호프는 수익의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주최하는 단체가 수익금을 벌어들이면 단체의 복지를 위해 이를 사용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과 일일호프에 참여한 일이 있는데, 상당한 수익을 낸 덕분에 회식과 과방 리모델링을 할 수 있었다. 단체로 벌어들인 돈이 아니면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이 단체를 위해 선뜻 돈을 내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런 행사를 계기로 평소에 필요했으나 자금 문제로 인해 미뤄두었던 문제들을 해결하곤 한다. 그리고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일일호프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곤 한다. 이 사회적 영향은 수익금을 기부하는 형태의 사회적 환원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주변 상권 부흥을 일으키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신촌의 술집을 하루 빌리는 데에는 80-11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한참 일일호프 수요가 많을 때에는 신촌의 대형 술집들이 모두 나갈 정도이니 평소에 파리만 날리던 술집들도 일일호프로 인해 계속해서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일호프가 이런 좋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일일호프는 대학문화의 과도한 상업화 문제를 가지고 온다. 학생들이 제한된 시간에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다 보니 지금껏 미덕으로 배워온 가치들을 그날 하루만큼은 상실하곤 한다. 학생들은 음식 재료, 식기 등을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최대한 싼 것으로 준비할 뿐만 아니라 남은 안주를 다시 되파는 일도 있으며, 잡초를 넣는 등 기상천외한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그리고 보다 손쉽게 이익을 얻기 위하여 이벤트를 강요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 일일호프는 부정적 음주 문화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일일호프 행사는 대학 내에서 술을 팔거나 술집을 빌리기 때문에 평소보다 술을 접하고 강요하기 쉽다. 일일호프가 끝난 후 팔다 남은 술과 안주를 먹으며 밤을 새곤 하는데, 이는 단체의 행사라는 명목으로 원치 않는 구성원에게 음주나 밤샘을 강요하는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행사가 있는 날이면 대학생들은 술에 취해 고성방가, 거리를 더럽히는 일 등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데도, 당연한 일을 하는 듯 오히려 당당하기만 하다.
 이렇듯 일일호프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지니고 있다. 나는 일일호프의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지만, 이는 점차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행사라고 생각한다. 먼저 일일호프 자체의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일일호프 자체의 행사가 단체의 친교와 즐거움이 목적이라면, 순간적인 이익에 목을 매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무분별한 이익 추구는 서비스의 질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의 의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관례적으로 옳지 못한 방법이 용인되는 것을 체험하면, 사회경험이 적은 대학생으로서는 정당한 노동의 가치와 상인으로서의 윤리 등을 자신도 모르게 간과할 수 있다. 시대의 지성이라 불리는 대학생답게 행사에서 얻어야 할 것을 얻고 버려야 할 것은 버리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이다. 일일호프의 분명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마치 대학생이라는 타이틀이 특권인 양 책임감 없이 행동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타이틀의 무게를 느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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