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안에서 고등학교 동문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고등학교 동문회. 우리는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동질감을 느끼면서 동문회 자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모임을 갖는다. 하지만 단순한 친목소모임의 성격이 강했던 고등학교 동문회가 오늘날에는 점차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아리 활동과는 다른, 고등학교 동문회 활동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같은 연세’ 안에서 ‘같은 고등학교’ 로  더해지는 동질감

 

재연 고양외국어고등학교(아래 재연 고양외고) 동문회에는 아주 특별한 전통이 있다. 정기 모임이 끝난 후에 동문회원 모두가 신촌 거리 한복판에서 둥글게 원을 그리고 어깨동무를 한 채로 모교의 교가를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재연 고양외고 동문회장 최휘로(경제·08)씨는 “처음에는 교가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쭈뼛쭈뼛하지만 후렴 부분에서 다들 하나가 돼 교가를 합창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문회 회원들은 동문회라는 공간을 통해 같은 대학교 안에서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공유한다. 최씨는 “회원 모두가 모교에 대한 애정이 크기에 동문회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은 친목 소모임에서 변화하는 동문회 활동

   
 
 

하지만 지금은 활발히 활동 중인 고등학교 동문회들도 그동안 회원들의 참여율 저조로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재연 압구정고등학교(아래 재연 압구정고) 동문회장 류지형(UIC경제·12)씨는 “동문회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적절한 날짜를 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한 “신입생들이 국제캠으로 모두 이동하면서 동문회 선후배간의 모임 횟수도 줄어들게 됐다”며 동문회가 소수의 인원들이 참여하는 소모임이 된 점을 지적했다. 또한 재연 단국대학교 부속고등학교(아래 재연 단대부고) 동문회 역시 모교가 남고라는 특성 때문에 회원들이 비슷한 시기에 군대에 가는 경우가 많아 참여율이 저조했다. 재연 단대부고 동문회장 서국진(기계공학·10)씨는 “소수 인원으로 모임을 갖는다고 해도 회원들은 동문회 내 여학생이 없어 활동의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고등학교 동문회들은 고등학교가 가진 역사와 특성에 맞게 활동의 변화를 주고 있다. 재연 고양외고 동문회는 매년 모든 기수가 함께하는 모교 방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씨는 이를 통해 “1기 졸업생부터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후배들까지 끈끈한 유대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연 단대부고 동문회는 회원들의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이화여대 정신여고 동문회와 연합 동문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씨는 “참여도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실제 커플로 이어지는 등 동문회 회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24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재연 압구정고 동문회도 우리대학교 동문회관에서 정기적인 ‘홈 커밍 파티’ 행사를 통해 모든 기수의 동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동문이 주는 따뜻한 정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얻다

 

동아리나 학생회 활동에서 얻을 수 없는 동문회 활동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최씨는 “단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후배들에게는 사회에 진출한 동문회 선배들의 아낌없는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양해진 동문회 활동은 동문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이 없이는 시작조차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등학교 동문회 활동의 매력은 바로 이러한 동문들의 따뜻한 ‘정’을 통해 사람을 얻는 것 아닐까.
 

 

김민섭 기자
minseob2580@yonsei.ac.kr
그림 김진목

자료사진 압구정고 동문회
고양외고 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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