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세대의 공평한 복지 역할 분담, 그 해법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기금이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수급자가 많아져 향후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기금 고갈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연금제도를 시행한 국가들도 겪어온 보편적인 현상이다. 적립 연기금이 고갈되면 매년 집행해야 할 연금 액수를 납세자들에게 거둬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된다. 고갈될 경우 가입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국가가 존속하는 한 연금지급은 중단될 리 없다.

 

국민연금 고갈 위기? 운용방식의 전환일 뿐

 

사회보험 형태의 연금제도를 시행하는 여러 국가의 연금제도는 크게 적립방식과 부과방식으로 운용방식이 나뉜다. 우리나라는 현재 적립방식으로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적립방식은 소득대체율 40%와 같이 개인이 받을 연금액을 확정한 후 기금을 적립하는 방식이다. 부과방식은 별도의 적립기금 없이 그 해에 필요한 연금 지급액을 가입자에게 부과하는 보험료나 세금으로 조달하는 방식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월 8일 발표한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에 따르면 연기금은 2043년까지 최대 2천561조 원까지 증가되다 2060년 –281조원으로 감소될 전망이다. 물론 이에 대한 대비 없이 기금 고갈 시기가 도래해 부과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연금 보험료율의 급격한 인상과 연기금 회수로 인해 부담이 급격히 가중될 수 있다. 우리대학교 양재진 교수(사과대·복지행정)는 “부과방식으로 전환됐을 때 예상되는 보험료율은 22%로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인 9%보다 후세대의 부담이 훨씬 커진다”며 “또한 기금으로 투자한 자산을 급격하게 처분해야 하는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출처 : 보건복지부「제3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2013.10)


지난 8월 국민연금 제도개선 논의기구인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아래 위원회)에서는 현행 9% 수준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14%로 상향 조정할 것을 권고하는 보험료율 인상안과 현행 동결안을 함께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현재 OECD 평균인 19.3%를 크게 밑도는 9% 수준이다. 양 교수는 “5년마다 국민연금의 재정계산을 하는 위원회가 열리는데 이들이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현재 갑작스런 변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담을 현세대부터 조금씩 분담해 후세대의 충격을 완화하자는 것”이라며 “양심있는 정치가들이 문제를 직시하고 현재의 보험료율 인상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연금보험료율은 5년 후인 2018년까지 동결됐다.

 

국민연금 연계 기초연금 수정안 논란

 

현재 노인층의 일부는 국민연금 도입 시기에 가입할 기회가 없었거나 가입 기준에 미달해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 가입 기준은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였다. 도입 초기 10인 미만의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이미 중장년층으로 은퇴했던 현재의 노인층은 가입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65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지난 2003년 34만 명에서 10년 새 183만 명으로 늘어났지만 이는 전체 노인인구의 31%에 불과한 수준이다. 「2012 OECD 연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5.1%로 OECD국가들의 평균인 13.5%의 3배에 달한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 3명 중 2명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노인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08년에는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됐다. 기초노령연금 수급액은 도입 당시 최대 9만 4천600원으로 1인 가구 최저생계비 57만 2천168원에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기초연금으로 기존 기초노령연금의 2배를 일괄 지급해 노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9월 25일 정부는 대선 당시 공약한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겠다는 안과 달리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노인들은 물론이고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로 연금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청장년들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12, ’13(9월까지) 월 평균 국민연금 임의 가입자 탈퇴 사유별 현황>

 

자료출처 : 최동익 의원실 보도자료 ‘국민연금 탈퇴의 진실’(2013.10)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동익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 본인이 직접 탈퇴신청서를 작성한 자발적 탈퇴자가 지난 2012년 월평균 1천101명에서 2013년 9월까지 월평균 2천511명으로 약 2.3배 증가했다. 특히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기초연금을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지급한다는 안을 발표한 2월 한 달 동안만 7천757명의 자발적 탈퇴자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유니온 사무국장 정준영씨는 “기초연금이 대선 공약과 달리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 삭감 방안으로 변경됐다”며 “국민연금에 장기 가입할수록 65세 이후 수급할 수 있는 기초연금이 줄어든다면 청년들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을 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노후걱정은 먼 훗날의 이야기?

 

지난 10월 24일 청년유니온과 참여연대, 국민연금 바로 세우기 국민행동의 공동주최로 ‘청년, 연금을 말하다’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간담회는 미래 노인 세대인 청년들의 공적연금에 대한 이해를 돕고, 기초연금 수정안과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해소하고자 마련됐다. 기초연금 수정안에 대해 정씨는 “수정안이 국민연금의 기반 자체를 심각하게 흔들고 있다”며 “정부가 발표한 연계방식이 아니라 보편적 기초연금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은 0.9%로 OECD 평균인 8.4%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씨는 “국가 재정 지출을 확보하고 국민연금도 지금보다 소득대체율을 높여 본래 취지인 노인 빈곤과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작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복지세 도입
튼튼한 노후소득 보장의 첫걸음?

 

고령화 사회 속에서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과 보존을 위해 활동하는 노동조합인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고현종씨는 “현재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들도 대부분 가입기간이 짧아 국민연금을 많이 받아도 20여만 원 정도”라며 “기초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여 전체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것이 노인 빈곤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노년유니온은 기초연금과 무상교육, 중증질환 치료비 지원 등의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복지세 입법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사회복지세 입법 청원의 취지는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법인세, 증여세 등 누진적 성격이 강한 직접세에 단일세율로 사회복지세를 부과해 연간 20조 원의 사회복지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고씨는 “월소득이 300만 원인 납세자는 600원, 1천만 원인 납세자는 24만 원만 더 부담하면 국민연금과 연계하지 않아도 모든 노인들에게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보장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각지대에만 스포트라이트가 필요하다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을 대표하는 스웨덴의 연금제도는 1913년 세계 최초로 모든 국민에게 강제 적용되는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해 시행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경기침체로 인한 재정 불안정으로 보편적인 사회보장제도에 선별적이고 집중적인 기초보장연금의 성격을 가미해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양재진 교수는 스웨덴을 선례로 들며 “기본적으로 보편성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 복지제도지만 모든 제도를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연계 기초연금안에 대해서도 양 교수는 “지금보다 급여 대상자를 더 줄이고 혜택을 높이는 선별적이고 집중적인 복지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이 보편적인 제도로 자리매김하는 상황에서 노후소득을 보장받는 가입자들과 가입기간이 짧거나 애초에 가입하지 못해 소득보장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 노인층이 생겼다”며 “이들에게 선별적으로 차등지급을 하는 것이 제도를 존속시키고 형평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양 교수는 “국가가 최소한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인 국민연금을 탄탄히 해야 한다”며 “정부는 한 세대의 윤택한 노후가 아니라 후세대까지 고려한 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현재 연금가입 대상자들도 당장 납부해야 하는 비율 상승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감을 가질 것이 아니라 세대 간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 어떤 사적연금보험도 납부한 금액의 이상을 되돌려주지 않는다. 세대 간 연대를 기반으로 국민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공적연금만이 납부한 금액 이상을 보장한다. 젊은 우리의 노후 보장,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손성배 기자
89sungbae@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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