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모임은 언제나 공허하다. 논의할 안건에 대해 활발히 토론하기 보다는 자연스레 서로의 근황에 소재가 치우치곤 한다. 회의의 끝은 내용의 진척에 있기 보다는 시간의 흐름과 약속의 유무에 결정되기 때문에, 조모임의 승자는 결국 누가 더 힘이 덜 드는 역할을 맡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난 망했다. 

 이 짤막한 글은 얼마 전 조모임을 마치고 독박을 쓴 안타까운 마음을 SNS에 풀어놓은 것이다. 비단 나의 경험뿐만 아니라 조모임을 한번쯤 경험해본 대학생이라면 이런 종류의 생각을 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 대학에는 조모임이 있는 것일까.’ ‘협동학습이 과제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최근 누리꾼들의 호응을 받았던 게시물 하나를 보여드리고 싶다. 

 누구나 공평하게 일하고 같은 보수를 받는다면 경쟁에 대한 부담과 서로에 대한 불만이 없는 이상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조모임에서도 모든 조원들이 주어진 역할에 대해 일정량의 기여를 하고 그 노력에 합당한 점수를 받는다면 아무도 조모임에 대해서 불만을 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조모임이 있는 수업을 될 수 있으면 피하려 하고 조모임에 대해 강한 반감을 품고 있다. 그러한 이유에는 조모임 강의가 대학 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또한 강의 특성에 맞지 않는 조모임이 존재한다는 것과 조모임의 평가방식이 불합리하다는 점이 있다. 

 우선,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조모임 강의는 ‘비자발적 프리라이더’를 양산할 소지가 있다. 국문학과 언홍영을 이중전공하는 친구에게 이번 학기 조모임 강의가 6개가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책임감이 강한 친구이지만 과외나 알바를 피해 조모임 시간을 맞추다보면 주말이나 월요일 아침 8시에도 조모임을 하게 되어 자신이 다른 수업의 조모임에서는 ‘비자발적 프리라이더’가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높은 비율의 조모임 강의가 존재하는 이유 중에는 강의 특성에 조모임이 맞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강의 내 조모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대학 잡지에서 조모임에 어떤 수업이 적합한지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컨텐츠 발표수업이 79.4%를 차지한 반면에 학습내용 발표수업은 17.6%에 해당하였다. 학습내용 발표수업이 왜 비효율적인지에 대한 설문에는 자신이 한 내용 외에는 알 수 없다는 비율이 42.3% 그리고 교수님 수업이 더 나은데 못 듣게 된다는 비율이 46.1%로 나타났다. 대학 내 대부분의 조모임 강의가 조별발표인 점을 고려하면 이 설문 결과는 상당히 유의미하다.

 또한 조모임 평가방식의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최근 SNL코리아에서 방영되어 많은 대학생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조별과제 잔혹사’에서 한 교수는 평가방식에 대해 ‘조별 과제의 평가는 각 조 구성원들의 점수입니다.’ 라는 말을 한다. 이러한 평가방식은 각 조원의 참여도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프리라이더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내가 참여하지 않아도 복학생 조장오빠가 하겠지...’ 라는 극중의 말은 이러한 평가방식의 모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본래 조모임의 본질인 협업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처럼 여럿이 모여 개인이 하기 어려운 일을 이뤄내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조모임은 ‘백지장을 모아봤자 백지장’처럼 협업의 의미가 결여되어있다. 강의 특성에 맞는 조모임과 평가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장 도 경 (스레·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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