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장학재단에서 국가장학금 이중수혜 대상 대학생들에게 이미 지급한 장학금을 되갚을 것을 요구해 대학가에 혼란이 일고 있다. 환수기간도 1개월로 짧은데다가 국가장학금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제기돼 국가장학금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우리신문은 장학금 이중수혜와 앞으로 장학금 제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장학금 수혜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1일(화) ‘연세토론학회(Yonsei Debate Team, 아래 YDT)’와 좌담회를 가졌다. 이번 좌담회에는 YDT의 임대현(중문·10), 오지현(중문·12), 서민규(독문·08), 구민수(경영·09)씨가 패널로 참여했다.

공지할 의무와 부주의 사이

민수: 이번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한국장학재단이 제대로 공지하지 않은 점이다. 학자금대출의 경우에는 일정의 교육프로그램을 수료해야 돈을 빌릴 수 있다. 그런데 국가장학금의 경우 이중수혜가 발생했을 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프로그램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없다. 또,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에 장학금 이중수혜 관련 조항이 있기는 하나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가 이중수혜에 해당되고, 어떤 장학금을 받으면 안 되는 것인지 알아보기 힘든데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지현: 심지어 1개월이라는 짧은 환수기간 때문에 휴학을 하는 학생도 있다.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이런 문제가 누적돼서 현재 2천700억 원이라는 엄청난 누적금액이 축적됐는데, 이때 책임소지는 근본적인 시스템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물론 고지를 받은 사람도 있지만 고지를 못 받은 학생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한국장학재단이 이중수혜 관련 고지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하지 않고 사후적인 방편으로서 이렇게 환수를 통해 처리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한국장학재단은 1개월이라는 환수기간을 주고 환수하면 끝이지만 이미 그 돈을 써버린 학생들은 당장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마련하거나 휴학을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대현: 장학금 이중수혜 환수문제에 앞서 원론적으로 국가장학금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국가장학금은 등록금 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못해 교육을 못 받는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장학금 이중수혜 학생들은 등록금 이상의 장학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돈을 등록금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생활비나 교재비 명목의 다른 장학금은 받을 수 있지만, 등록금 명목으로 받은 장학금을 그 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문제가 있다.

민수 : 이번 사태의 또 다른 문제는 이중수혜에 대한 공지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고 바로 환급을 요구하지 않고 한 학기가 지나고 방학까지 지나 다음 학기 등록금을 낼 때가 돼서야 환급을 요구했다. 장학금을 받고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그 돈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학생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데 ‘한 달 유예기간을 줄 테니 이중수혜 금액을 상환해라.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갑작스런 상환을 요구하는 것은 휴학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미리 지급된 장학금의 환수조치, 과연 합당한가

대현 : 이전에 장학금 이중수혜에 대한 원칙이 없던 시기에는 많은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장학금이 일부에게 집중되기도 했다. 심한 경우에는 등록금이 500만원인 학생이 1천500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중수혜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환수조치는 시행돼야 마땅하다.

지현: 그러나 적절한 공지를 하지 않았던 국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당장 갚을 돈이 없는 학생들의 상황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한국장학재단이 어느 정도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지금까지 누적된 이중수혜 장학금의 환수를 무조건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다. 환수 여부도 문제지만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민규: 문제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를 떠나서 장학금 제도 자체의 원칙이 있는 만큼 환수는 필요하다. 2011년 기준 이중수혜 누적금액인 13억 9천476만 5천125원을 대략 14억으로 잡고, 이중수혜 대상 학생 수 1천63명으로 나눠보니 1인당 140만원으로 계산됐다. 140만원을 평균적으로 초과했는데 이 금액을 의심없이 받아 쓴 학생에게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방법론적인 문제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학생들은 이중수혜 여부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이제 와서 써버린 돈을 돌려달라는 것은 옳지 않다. 학생들이 자신이 이중수혜 대상자인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대현: 지금 한국장학재단은 다양한 장학 사업을 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재원이 부족하다. 특히 새롭게 도입된 학자금을 받는 사람들이 미래에 돈을 벌 때까지 유예해 주는 든든 학자금대출은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금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 환수를 통해 벌 수 있는 돈인 1천억 원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1개월의 환급기간은 적정한가

민수: 졸업 이후 갚는다든지 하는 식으로 거치기간을 길게 줘서 천천히 환수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낸 사람들의 형평성을 이유로 나머지 사람들도 1개월 이내에 걷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단편적인 형평성을 논하기보다 학생들 개개인의 상황적 차이를 고려해 환수기간을 늦춰 주는 게 옳지 않을까. 장기적으로는 학자금대출과 같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이를 수료하지 못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대현: 장학금 제도의 목적은 최대한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중수혜를 받았다는 이유로 학자금대출이나 휴학을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이는 장학금의 본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에 넉넉한 기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지현: 현재 이중수혜를 받은 학생 중 군인을 제외하고는 1개월 안에 환수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돈을 갚기에 한 달은 촉박하다. 하지만 한국장학재단의 재정상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무작정 환급기간을 늘려줄 수만은 없다. 여기에는 잘못 지급된 장학금을 환수해서 내년에는 좀 더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유예기간을 너무 길게 늘이지는 않되, 학생들이 갚을 시간을 조금 더 주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국가차원에서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사례를 연구해 장학금 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돼

민수: 이번 사태는 상환 기간의 문제를 넘어서 애초에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가 야기된 원인은 국가장학금 선정을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장학금은 선정기준이 불명확하다. 국가장학금 선정기준의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현: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이 이중수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가장학금 인터넷을 통해 3분 이내에 간편하게 신청하는데 누가 어떻게 선정됐고 왜 떨어졌는지를 아무도 모른다. 그 부분에서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불편과 낭설이 생겨나는 것이 사실이다. 누구는 쌍둥이인데 한 명은 되고 한 명은 안 되고, 정부에서는 소득분위를 기준으로 한다고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아무것도 공지하지 않는다. 장학금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니까 정보의 비대칭성으로부터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대현: 과연 장학금을 지원해서 자신이 받을 것이라고 확신을 가진다는 게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또 다른 문제점은 장학금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기간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국가차원에서 장학금의 이중수혜가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확실히 구분해주고, 장학금 제도를 개편해서 등록금을 지원하기 위한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기 위한 장학금, 교재비를 지원하기 위한 장학금 등으로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장학재단이 출범한지 5년, 많은 학생들이 국가장학금의 혜택을 받고 교육의 기회를 누리고 있지만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장학금 이중지원 환수조치에서도 환수에 앞서 과정상의 어떤 문제점이 있는 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다솔 기자
rlaekthf0123@yonsei.ac.kr
사진 장미 기자
mmmi0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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