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에 시 한 편' 시인들의 술 이야기

  피자 먹을 땐 콜라, 영화 볼 땐 팝콘처럼 우리 머릿속에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많은 공식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문학에는 술’이라는 공식도 들어본 적 있는가. 예로부터 시인과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고 하는데! 지금부터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는 시인과 술의 재미난 인연을 알아보자.


글이 술술~ 잘 써지는 묘약, 술?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무수히 많다. 심지어『어린왕자』에 나오는 술꾼은 ‘술을 마신다는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셨다. 그렇다면 속세와 떨어져 자연을 노닐 것만 같은 시인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문학적 영감을 얻기 위해서다. 고은 시인은 한 문학 잡지에서 “이제 시인들 가운데 술꾼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며 “막말로 최근의 시가 가슴에서 터져 나오지 않고 머리에서 짜여져 나오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글을 쓴 바 있다. 이는 시인에게 있어 술이 어떤 존재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박정만 시인 또한 술을 사랑했던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문학평론가 정규웅씨는 그의 글「시인과 술에 얽힌 이야기들」에서 박 시인이 술만 마셨다하면 시가 마치 폭포처럼 쏟아진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실제로 박 시인은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부터 밥은 먹지 않고 소주만 마셨으며, 취한 상태로 방대한 양의 시를 창작했다고 한다. 이때 쓴 시의 양이  그가 20년 동안 썼던 시의 양보다 더 많았다고 하니 박 시인이 술에 취하면서 얼마나 많은 문학적 영감을 취했는지 알만 하다.
 
 
시인도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시인들이 술을 적절히 ‘이용’했던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처럼 ‘내가 술을 먹고 술이 나를 먹는’ 불상사를 겪기도 했다. 그 중 대표적인 이야기가 이소리 시인의 ‘양오사(양주 오바이트 사건)’이다. 어느 날 이 시인은 조태일 시인과 함께 술을 마셨다. 술에 거나하게 취한 두 시인은 조 시인의 집에 가서 양주를 더 나눠마셨다. 아침에 일어난 이 시인은 자신이 이부자리에 저지른 일을 보고 기겁했다. 자기도 모르게 이불에 오바이트를 했기 때문이다. 이 시인은 정신이 없는 통에 차마 뒤처리를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뒤로 2주가 지날 때까지도 조 시인은 이 사건에 대해 한 마디 말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일은 문인들 사이에서 ‘양오사(양주 오바이트 사건)’으로 널리 알려져 여기저기서 회자되고 있다. 술에 취해도 꼿꼿한 자태를 잃지 않을 것 같은 시인에게도 유명한 술 실수담이 있다니, 그들도 역시 사람이다. 
 천상병 시인도 술 앞에서는 인간적인 면모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천 시인은 단골술집에 들러 막걸리 한 잔씩 마시는 것이 일상의 낙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천 시인은 돌연 단골술집을 바꿨다. 이유인즉슨 새로 옮긴 술집의 잔이 훨씬 크다는 것. 현실을 초탈한 듯 죽음은 ‘소풍을 끝내는 것’이라 말했던 천 시인이 남몰래 술잔 크기를 재고 있었다니.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난다. 


애주가들의 애주가(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시인들이 술과 함께 문학의 길을 걸었다. 때때로 그들은 술에 대한 사랑을 글을 통해 풀어내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아마도 승려이자 시인인 신천희씨의 「술타령」일 것이다. 신 시인은 ‘날씨야/네가/아무리 추워봐라/내가/옷사입나/술사먹지’라며 재치있게 술을 예찬했다. 프랑스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 역시 시「취하라」를 통해 술을 찬양했다. 언어가 달라도 술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우리와 같았던 모양이다. 이 외에도 이태백, 두보, 천상병 시인 등이 술에 대한 사랑을 글로 풀어냈는데 술을 예찬한 작품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신다면 아마 안주보다 술이 먼저 동나고 말 것이다. 시인들의 술 예찬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 그랬다. 술은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가서 ‘술’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시인이 술을 사랑하는 만큼 우리는 그들의 시를 사랑하노니~ 앞으로도 시인들의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가 아름다운 문학들을 술술 뱉어내며 이름값 톡톡히 하길! 
 
 
최지은 기자
choicho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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