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적한 아침의 마을버스. 연대 앞, 신촌을 거쳐 연희동 일대를 도는 서대문04번 버스다. 버스라 하기에는 좌석도 몇 없고, 승객들도 연희동에서 신촌으로 나가는 일부 연대생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전부다.
 
 
#2. 
 “오늘 건강은 어떠세요?” 버스에 오르는 한 할머니께 운전사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자주 타는 승객들과 아저씨는 종종 이야기를 나누며 지내기도 한다. 어깨 너머로 오가는 그들의 대화가 퍽 정겹다.
 
 
 
#3. 
 오후 5시. 버스는 연희동 궁동산을 올라 곧 궁동근린공원에 도착했다. 아저씨는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깐 화장실로 향한다. 3분 간의 짧은 정차지만 창밖으로 공원의 풍경과 상쾌한 공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궁동산 둘레길은 마을버스로 학교에서 15분이면 갈 수 있는 숨겨진 힐링 장소다.


 

#4. 
 기사아저씨는 서둘러 다시 버스에 오른다. 순환버스인 04번 버스는 종점이 없어서 쉴 틈 없이 앞차와의 배차간격을 맞춰야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10시간, 아저씨는 간식으로 제공되는 한 줄의 김밥마저 승객들의 눈치를 보며 입에 물고서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5.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데 나름 베테랑이라는 15년 경력의 기사아저씨. 그간 많은 것들이 현대식으로 바뀌었지만, 승객들을 생각하는 아저씨의 마음은 변함없다. 하지만 ‘마을버스’면서 아무데나 세워주지 못하느냐고 묻는 승객들 때문에 가끔은 곤란하다고.
 
 
#6. 
 버스는 다시 신촌역으로 향한다. 이미 정류장에는 버스를 타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사람이 북적이는 정류장의 모습부터 한적했던 연희동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아저씨는 승객들을 골고루 태우기 위해 03번 버스와도 간격을 조절한다.
 
 
#7. 
 “어서오세요”, “어이쿠, 조심하세요” 아저씨는 거울 너머로 승객들의 승·하차를 지켜본다. 설령 대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아저씨는 계속해서 밝은 목소리로 승객 한 명 한 명한테 인사를 건넨다. 
 
 
#8. 
 3~40분이면 도는 마을 한 바퀴. 이 좁은 곳에서는 동네친구를 만나는 일도 종종 생긴다. 버스에 앉아있던 아이가 창밖의 친구를 발견하고 반갑게 친구의 이름을 부른다. 친구는 버스에 올라 좌석 뒤 계단에 자리 잡고 앉아서 수다를 떤다.
 
 
#9. 
 자정에 가까운 시간, 신촌에서 연희동으로 돌아오는 버스는 승객들로 가득 찬다. 다사다난했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승객들의 발걸음은 가볍다. “안녕히 가세요!” 하나 둘 승객들이 내리면서 버스는 비기 시작하고 아저씨의 인사가 승객들을 끝까지 배웅한다.
 
 
#10. 
 일반버스보다 작다고 마을버스를 무시하지 말라. 오히려 운전석과 좌석이 가까운 탓에 마치 삼촌 차를 타고 가는 정겨운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마을사람들의 발이 되고, 친구가 되어주는 서대문04번 버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버스의 뒷모습은 그 안을 가득 채운 승객들로 쓸쓸하지만은 않다.
 
 
김신예 기자
shinyekk@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