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개봉한 『늑대와 춤을』의 주인공 이름은 ‘늑대와 춤을’이다. 이름이라 하기에는 너무 길고 다소 시적인 이 이름은 인디언식으로 지어졌다. SNS에 떠도는 ‘인디언식 이름 짓기’는 자신의 생년월일에 따라 각각 성격, 동물이나 자연 등의 주어, 그리고 술어로 이뤄진다. 

 인디언 부족의 경우, 서로를 구분하기 위해 그 사람의 장·단점 혹은 개성이 드러나는 단어나 연상되는 동·식물 등을 가져다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다. 인디언 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늑대와 춤을』에 등장하는 이름만 봐도 인디언 이름이 우리가 평소에 이름이라고 여기는 것들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다. 현명한 인디언 족장 ‘열 마리 곰’, 인자하고 너그러운 ‘새 걷어차기’, 용감한 청년 ‘머리에 부는 바람’, 그리고 인디언이 된 백인 여자 ‘주먹 쥐고 일어서’까지, 우리나라에서 이 이름을 듣는다면 시의 한 구절로 생각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울 것이다. 

 한국에 비해, 미국에서는 이름을 지을 때 길이에 제약을 적게 받음에도 동명(同名)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 근본적인 차이는 이름을 짓는 방법에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한자문화를 바탕으로 이름자가 가진 뜻을 따지는 것은 물론, 각 사람의 생년월일을 바탕으로 작명 시 들어가면 좋은 한자와 그렇지 않은 한자를 모두 고려한다.  

 이와 달리 미국에서는 기존에 있는 수많은 이름 중 하나를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평소 쉽게 접할 수 있는 많은 영어식 이름은 대부분 성경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 예로 Matthew(마태), Mark(마가), Luke(누가), 요셉(Joseph), 다윗(David), 베드로(Peter), 야고보(Jacob) 등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아버지의 이름, 사는 곳에서 가까운 장소, 조상의 직업, 외모나 성품 등에서 이름을 따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기독교가 아닌 사람도 흔히 성경에서 유래한 이름을 사용하고, 개인의 특성 혹은 직업과 바로 이어지지 않아도 관련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 이미 형성된 이름 중에서 ‘선택’하기 때문이다. 특정 이름이 생겨난 방식은 인디언 부족의 작명과 비슷하지만 그것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보편화됨에 따라 하나의 고유명사가 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위구르 족은 아기가 태어난 직후에는 임시로 이름을 붙인 뒤 얼마의 기간이 지나면 진짜 이름을 짓는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에는 1초라도 이름이 없어선 안 된다는 이슬람교의 믿음 때문이다. 그 뒤 위구르족이 고수해온 ‘이름 짓기 의식’을 통해 아이에게 진짜 이름을 부여한다. 위구르족은 이처럼 행복과 장수, 신의 가호가 늘 함께 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이름과 작명의식을 통해 드러낸다.

 세계 만국 공통적으로 이름은 새로운 구성원을 특정 문화 규범 안으로 초대하는 첫 장임과 동시에 그 삶에 축복이 있길 바라는 기원의 도구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문화에서는 낯설고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이름일지라도, ‘늑대와 춤을(Dances With Wolves)’,‘매튜(Mattew)’,‘은지(恩志)’ 모두 ‘이름’이란 이름으로 각 사람이 평생을 가지고 갈 의미있는 불림이 될 것이다. 더불어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국가별 작명표들은 사실과 다른 경우도 많으니 너무 맹신하지 마시길!
 

김은지 기자
kej82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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