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을 이용해 숲의 생명에 대해 알려주는 숲 해설가와 숲을 거닐다

어느덧 이번 학기도 4주차에 접어들었다. 개강 당시 다짐했던 여러 가지 결심들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는 요즘. 우리에겐 자신을 ‘리프레시’ 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 숲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숲에 대해 몰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요즘에는 숲이나 수목원마다 전문 숲 해설가가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재미있게 숲 구경을 할 수 있다.

조금은 특별한 ‘숲 해설가 되기’

‘산림교육전문가’라고도 불리는 숲 해설가는 산림청에서 인증한 교육기관에서 145시간 이상 이론 및 실무 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과한 뒤에 자격이 주어지는 국가공인기능직이다. 숲 해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조금 특이한 실습 교육을 받아야 한다. 숲과 친해지는 것을 목표로 누워서 흙냄새 맡기, 달빛만 이용해서 밤에 숲길 걷기, 부화하는 꽃봉오리 표현하기 등 숲 해설에 앞서 자연과 동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자연스럽지 않은 방법으로 자연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무튼, 왠지 모르게 재미있을 것 같다.
숲 해설가라고 해서 단순히 식물도감을 읽어주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숲 해설가가 되기 위해선 학문적인 부분을 익혀야 할 뿐 아니라 숲의 다양한 요소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능력도 필요하다. 국립산림과학원 소속 홍릉수목원의 숲 해설가 정기섭씨는 “사람들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숲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식물 공부뿐 아니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같은 숲이라 해도 숲 해설가의 성향과 시각에 따라 이야기 구성이 달라진다. 정씨는 “수시로 자연이 변하다보니 꽃과 싹이 나오는 시간이 다 다르기 때문에, 직접 답사·연구를 한 뒤 그때 그때 이야기 포맷을 새로 만든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에게 숲과 자연을 이해시키려는 그들의 노력 덕분에 숲 해설에는 역사, 철학, 미술, 문화가 묻어있다. 정씨는 계수나무 옆을 지나며 “영웅 ‘오다스동굴’은 배를 만들 때 가볍고 단단한 계수나무만 애용했다고 한다”고 계수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또한 “계수나무는 목재로도 유명하지만 특유의 달콤한 향과 하트모양의 잎 때문에 고백나무로 불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숲 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나니 어릴 적 불렀던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 마리~”라는 노랫 구절이 떠오르며 그냥 지나쳤던 계수나무가 의미 있게 다가왔다. 이름 모를 한 그루의 나무가 의미와 이름을 가지는 것. 이것이 숲 해설을 듣는 묘미가 아닐까.

숲 해설가로서의 삶을 선택한 이유

이렇듯 숲 해설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숲에 빠져버리게 된다. 마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맛깔스런 옛날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기자가 만난 두 명의 숲 해설가는 숲해설가가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를 “자연 속에 살면서 사람들에게 자연을 선물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쁜 일상에 지쳐갈 때 숲에서 내뿜는 좋은 향기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녹색을 바라보면 몸과 마음의 ‘힐링’을 느낄 수 있다. 정씨는 “숲 해설가를 하며 버는 돈은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기 때문에 돈을 벌 목적이라면 이 일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연을 통해 사람들이 희열을 느끼기 때문에 숲 해설가로서의 생활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좁지 않은 숲 해설가의 길

숲 해설가 양성 교육은 비단 숲 해설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보다 숲과 자연에 대해서 더 잘 알아보는 게 목적이므로, 관심이 있다면 도전해 볼 만하다. 실제로 계명대학교 사학과 강판권 교수는 숲 해설 교육을 받은 뒤 자신의 전공과 응용하여 나무 한 그루에 담긴 역사이야기를 한자와 나무를 연관시켜 풀어낸 『나무열전』이라는 책을 냈다. 나무를 소재로 한 시에 감명을 받은 한 영문과 학생은 나무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숲은 디자인, 철학, 생물학, 공학 분야 등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셀 수 없이 많다.
푸른 이파리와 알록달록한 꽃봉오리가 살며시 고개를 들고 있는 요즘, 더 아름답고 재미있는 숲 이야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정말 봄을 느끼고 싶다면, 꽃구경 갔다가 사람구경만 하고 온다는 여의도 공원으로 벚꽃놀이를 가기 보다는 근처 숲으로 향해보자.


글, 사진 오도영 기자
doyoung9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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