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먼저 재료를 썬다.
당근을 탕!근 탕!근..은 아니고, 스팸을 깍뚝썰기하고 미니파프리카 역시 비슷한 크기로 썰어주자. 나는 집에 스팸이 없어서 런천미트(스팸같이 생겼는데 닭고기 함량이 무지막지하게 많음)로 함. 근데 더럽게 맛없었음. 웬만하면 순정 스팸 추천! 써는 것도 귀찮으면 요리 ㄴㄴ해 쉽게 써는 노하우 알려드림.

**스팸 깍뚝썰기 노하우
스팸 덩어리의 처음과 끝....을 손으로 잡아주고 써는 것. 그러면 잘려나간 스팸 조각들이 마음대로 도마 위를 조깅하는 꼬라지를 방지할 수 있다!
**파프리카 깍뚝썰기 노하우
1. 일단 꼭지 부분을 도려내고
2. 부분을 도려낸 후 파프리카의 속으로 칼을 넣어 한바퀴 빙글 돌려 씨를 제거하고
3. 반으로 가르자.
반으로 가른 다음, 파프리카를 뒤집는 것이 핵심!!! 반으로 가른 파프리카를 뒤집어 엎고 나면, 미끌미끌하고 말 안듣는 겉껍질 대신 부끄러워하는 파프리카의 속살을 볼 수 있다. 먼저 길쭉하게 자르고 길쭉하게 자른 토막을 다시 모아서 한번 더 썰어주면 끝!

2.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한다.
불을 켜고 속으로 천천히 10까지 센 뒤, 기름을 또로록 두른다. 기름 양은 후라이팬에 조그만 동그라미를 그릴 정도. 그리고 기름을 퍼지게 하자. 의외로 스팸보다 파프리카가 안 익기 때문에 먼저 넣어서 볶아주는 게 좋다. 파프리카를 볶으면서 동시에 밥을 준비하자. 나는 밥 잘 해먹는 여자지만 오늘은 귀찮으니 햇반님을 사왔음. 햇반이 다 되는 소리에 맞춰서 스팸을 투척한다. 야채가 탄 것 같이 보이는 건 너의 착각임.

3. 스팸이 지글거리는 사이에 토마토 소스를 꺼내자. 그리고 1/3통 분량의 소스를 부어준다. 후라이팬 바닥이 약간 잠길정도로 붓는 것임. 소스 아꼈다가 뻑뻑한 개밥 먹는다.

4. 소스가 지글지글하거든 햇반을 후라이팬에 투하! 후하후하 뜨거운 햇반 그릇에 주의하도록! 그리고 2~3분정도 중불에서 볶아주면 볶음밥이 완성된다. 여기서 멈춰도 충분하지만, 그라탕으로 승화시켜 보자.

5. 준비한 피자치즈를 솔솔 뿌리고 후라이팬 뚜껑, 없으면 집에 있는 아무거나 냄비 뚜껑을 위에 덮고 약불로 한없이 기다린다.

기다린다....가운데가 안익어
결국 두껑 열고 다시 고르게 분배

드! 디! 어!

완! 성!


ps.
교훈1) 볶음밥을 만들 때는 재료를 1인분보다 조금 적게 넣어야 한다. 그러나 햇반을 사용했을 땐 쓸데없는 교훈
교훈2) 요리하는 것보다 설거지하는 게 더 고통스럽다.
* 파프리카 속살보다 더 부끄러운 첫 연재였다.

정세윤(문화인류 11)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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