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장 높은 곳을 향해 쏘아올린 청정기술

지난 1월 30일, 두 번의 실패 끝에 우리나라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전 국민을 숨죽이게 만들었던 이 역사적인 사건의 주역으로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거대과학단장 윤웅섭 교수(공과대·기계공학)가 있었다. 윤 교수는 우리대학교 기계공학과에서 ‘친환경 로켓추진기술 특화연구실’을 이끌며 로켓과 미사일 등에 쓰이는 액체연료와 고체연료의 추진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 랩스토리에서는 나로호 발사의 성공에 힘입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각광받는 항공우주산업과 관련된 친환경 로켓추진기술 특화연구실을 소개한다.

 

 

무기는 전쟁만을 위한 게 아냐!

지난 2012년 국가기술위원회에서 발표한 ‘2013년도 주요 정부 연구개발(R&D)사업 조정 내역’에 의하면 우주항공 등을 포함한 거대공공사업분야의 예산은 1조 4천916억 원으로 전년의 1조 3천247억 원에 비해 12.6%나 증가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브라질, 인도 등도 예산을 증가시키며 항공우주산업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이와 같이 국내외의 관심이 항공우주산업으로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대학교 친환경 로켓추진기술 특화연구실(아래 연구실)은 살상용으로 쓰이는 군사용 무기를 친환경적으로 만듦으로써 전시상황이 아닐 때에도 실험을 하고 활용하는 데에 문제가 없는 추진기관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 아래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실의 주요 연구 주제는 금속연료다. 금속연료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석유보다 단위당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연소 후 독성물질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청정에너지와 대체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석유보다 에너지의 효율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비싸 주로 로켓이나 미사일 등 군사용으로 사용되지만 일반대중에 상용화시키기 위한 연구도 계속 되고 있다.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금속을 연소시키는 방식과 에너지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등을 연구한다. 금속을 미세한 가루로 만들어서 연소시키는 것이 연구의 주된 과제이다. 이때 비교적 쉽게 연소시킬 수 있는 기체나 액체에 비해 고체를 연소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분말로 잘게 쪼개어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얼마나 작은 입자로 쪼갤지, 분말을 어떻게 일정하게 투입해야 할지, 또는 첨가되는 산화제*는 어떻게 넣어줘야 할지 등 고려해야할 요소가 많고 과정이 복잡하다. 특히 주요 연구 중인 알루미늄의 경우 공기 중에서 표면에 산화피막이라는 일종의 보호막이 형성돼 연소시키는 데 더 큰 어려움이 따른다. 연구실의 고태호(기계공학·석박사통합9학기)씨는 “입자 하나에서부터 전체 연소과정에 이르는 선행 연구까지 포함시키면 입자 하나를 태우는 데에 5년이 걸린 것”이라며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세상의 중심에서 불을 붙이다

하지만 이런 고난과 역경 뒤에 오는 성취의 맛은 그 무엇보다 달콤하기 마련이다. 고씨는 “몇 년간의 연구 끝에 그 불꽃을 보면 다 같이 뒤집어진다”며 “이런 맛에 연구를 계속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같은 목표를 가진 구성원들의 열정을 바탕으로 한 연구실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돼 좋은 결과를 불러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열린 회의를 통해서 다양한 생각이 모아지고 그 생각들에 힘이 실리면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된다.

지난 2012년 9월 발표된 연구실의 ‘고도변화에 따른 로켓 꼬리의 변화(Design and Analysis of a Second-Throat Exhaust Diffuser for Altitude Simulation)’에 대해 연구한 논문은 세계 항공우주학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미국항공우주학회(AIAA, The American Institute of Aeronautics and Astronautics)에서 최우수논문상(Best paper award)을 받기도 했다.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 이룬 쾌거였다. 이 논문은 로켓이 발사돼 고도가 높아지게 되면 외부 압력과 대기상태의 변화에 따라 로켓의 꼬리라 할 수 있는 제트**가 변하게 되는데 그 변화가 어떻게 일어날지를 수치적으로 예상해보고 실험결과를 대조해서 설계 방법을 제시한다.

한편 지난 2011년에는 ‘물을 플라즈마***화하여 점화원****으로 쓰는 연구’로 국내와 미국에서 동시 특허를 내기도 했다. 로켓과 미사일 외에도 어뢰 등 바다 속에서 사용되는 무기가 있는데 이들을 위해서는 물속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연구실은 물속에서 가장 쉽게 공급 받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물’이라는 데에서 착안해 물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게 됐다. 우리대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이뤄진 이 연구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시도된 물로 불을 붙이는 방법이다.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우주에 대한 연구기술은 순수과학 연구와 군사적 목적을 벗어나 우리의 일상생활 속까지 스며들어있다. 우주항공산업이 없다면 우리는 버스정류장에서 몇 분 후 버스가 도착하는지 확인하기는커녕 텔레비전도 볼 수 없게 된다. 미지의 세계였던 우주는 점점 가까워졌고 관련 분야는 미래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다.

나로호의 성공으로 우리나라도 스페이스 클럽*****에 들게 돼 우주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떠들썩하지만, 사실은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은 셈이다. 오는 2019년 발사를 목표로 하는 순수 국산 기술의 ‘한국형 발사체 프로젝트(KSLV-2)’의 성공적인 발사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항공우주분야의 경우 즉각적인 경제적 이익이 나오지 않고 수백억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주 선진국에 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예산과 인력의 투자다. 그리고 우주항공산업의 발달이 미래에 가져올 충분한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나로호 발사 성공의 경제적 가치는 2조 4천억 원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윤 교수는 “나로호 등 로켓 발사가 그 순간을 위한 쇼가 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한 번의 감동을 위하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산화제 : 자신을 환원하고 산화를 도와주는 물질. 연료의 연소를 도와준다.
**제트 : 증기나 액체, 기체 등이 좁은 구멍에서 고속으로 분출되는 상태
***플라즈마 : 수만℃에서 기체가 전자와 원자핵으로 분리된 상태.
****점화원 : 가연성 가스나 물질 등에 불을 붙이는 근원. 전기적 스파크 등으로 불꽃을 붙인다.
*****스페이스 클럽 : 자국 영토에서 자국 기술로 인공위성 및 우주선 발사가 가능한 국가들의 모임

최지연 기자 geechoi@yonsei.ac.kr
사진 오도영 기자 doyougs92@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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