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3월 첫째 주, 그러니까 2002년 이맘때 서울대에는 전자도서관 구축사업이 시작됐고 총연극회 47회 정기공연이 열렸으며 도쿄대 총장이 처음 방문했다. 어떻게 알았을까? 10년 전 관악캠퍼스를 발로 뛰며 취재했던 『대학신문』 선배 기자들 덕분이다. 60년이 약간 넘는 시간 동안 『대학신문』을 거쳐 간 수많은 선배 기자들은 다른 학생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을 교내 사건사고를 열심히도 기록해 뒀다. 학생 기자들이 스스로 적어 내려간 기사들은 그렇게 우리 대학의 역사가 됐다.

여기 78년의 전통을 가진 연세춘추가 있다. 연세대 구성원간의 소통과 여론 형성을 위해 동분서주해 온 이들이다. 장학금 관련 문제를 지적하며 대학기자상을 수상해 타 대학언론에게 모범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고작 운영비가 부족해 고사 위기에 처했단다. 지원에 소극적인 학교 때문이란다. 78년이나 기록돼 온 연세대의 역사는 그렇게 허무하게 위축돼버릴지도 모른다.

혹자가 말했다. 역사란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라고. 지금 학보사 기자들은 대학의 역사를 기록하며 시간과 한 판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밤마다 머리를 쥐어 잡고 더 좋은 표현, 더 좋은 멘트를 위해 기사를 고치고 또 고치는 중이다. 이들의 고독한 싸움이 결실을 맺도록 많은 힘이 모였으면 좋겠다. 패기 넘치던 연세춘추의 목소리가 사그라지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너무 서글픈 일이다.

대학신문 이문원 편집장
chunch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