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춘추>는 78년이라는 긴 역사만큼 캠퍼스 곳곳에 그 자취가 남아 있습니다. 오래 전 보금자리는 지금 법인사무처가 있는 핀슨관이었습니다. 그 뒤로 <연세춘추> 편집국은 새 중앙도서관이 들어서기 전, 그 자리에 있던 연구관을 거쳐 지금은 미우관으로 그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연구관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던 저에게 반지하 편집국은 기자의 꿈을 키워냈던 소중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최근 <연세춘추>를 둘러싼 어두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학교당국이 그동안 학생들이 등록금에 포함해 일괄징수하던 ‘연세춘추비’를 올해부터 등록금에서 분리해 원하는 사람만 내도록 하는 ‘선택납부제’로 바꿨다는 것입니다. 학생이 별다른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연세춘추비’를 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물론 당장 폐간할만큼 재정적인 타격은 오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학교당국의 결정은 오랜 시간 학내의 ‘공론장’ 역할을 맡아온 <연세춘추>의 미래를 위축시키는 일은 분명합니다. 저를 포함한 수많은 <연세춘추> 선배 동인들이 우려와 안타까움의 시선으로 지켜보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이 사태를 두고 새삼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을 꺼낼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대학언론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지적은 반복돼 온 논란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의 사회적 역할이 예전같지 않고, 대학생의 정치참여라는 말이 생경해진 시대가 된 건 오래 전입니다. 그러나 이런 지적들은 “따라서 대학언론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변한 대학사회에 맞춰 대학언론이 제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채찍질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민은 <연세춘추> 역사 곳곳에도 녹아 있습니다. 1980년대 학생기자들이 대학신문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며 구독료를 받지 않는 독립언론을 선언했고, 1990년대에는 <연세춘추>가 올바른 언론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구독료 납부를 거부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대학언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연세춘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은 기자들이 더 나은 언론을 만들겠다는 실험도 아니며,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보이콧 운동과도 거리가 멉니다. 대학언론의 가치를 고민하지 않은 학교당국의 결정이 생경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언론은 독자의 평가를 받습니다. 제 역할을 못하는 공영방송을 향해 수신료 거부 운동이 벌어지듯이 <연세춘추>도 학내 구성원들의 가혹한 평가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평가를 내리는 주인공은 독자들입니다. 변화의 과제는 <연세춘추> 구성원들의 몫입니다. 그 누구도 학교당국에게 ‘공론장’을 위축시키 만드는 권한을 주지 않았습니다. <연세춘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한겨레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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